애플워치를 디자인한데 있어, 그리고 앞으로 디자인하는데 있어 고심되는 부분이라고 짐작하는건 시계라는 물건이 시간이 간다고 ’구식’느낌이 확 나면 디자인적으로 실패라는 점이다. 스위스 시계를 생각해보라. 구형이라고 해서 한물간 인상은 들지 않는다. 정말 고심되는건 그렇다고 인상이 옅은 디자인은 매력이 없고.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그게 참신함이 드러나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형이라도 뒤떨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아 저 사람이 애착을 갖고 쓰는구나/썼구나’라는 디자인이 되어야 하는 점이다. 최소한 일단 지금까지 볼때,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착용자의 손목을 보면 저 사람이 애플워치를 찼구나 라고 인지할만한 특색의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하긴 했는데, 이게 가령 올해나 내년에 과격하게 바뀌어서 아이폰 마냥 전년도 모델이 확 구식으로 보이면 난감하다는거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비 필수재를 사는 고객 입장에서. 그리고 애플도 난처해지긴 마찬가지다, 한 두해에 외관상으로 확연하게 구식이 된다면 주머니에 넣는 전화기와는 달리 늘 착용하고 노출되는 애플워치(게다가 애플 워치는 몇년간 쓸 수 있는 품질 좋은 전통적, 다시 말해 크게 변할 일 없는 시계를 사고 남는 가격이다)를 안심하고 살 사람은 줄어 들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언가 ’전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 애플이 삼성을 법정까지 끌고간 사유중 하나인 ‘둥근 사각형에 화면 하단 버튼’ 마냥 최소한 몇세대는 갈 디자인을 염두해 둔게 아닌가… 라고 생각은 하는데.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같은 관점에서 삼성이 몇 차례의 시도 끝에 기어 S2 같은 걸출한 물건을 만들어냈지만 그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여지껏 디자인이 이리저리 바뀌었으니… 답을 찾는 여행으로는 좋은데 너무 IT가젯 감성이다. 이제 ‘이거다’ 싶은걸 찾았으면 너무 ‘과격한’ 변화는 삼가야 한다고 본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지난 ’15년 4분기에 애플워치 덕에 스위스 시계 판매량을 스마트워치가 추월했다는데 처음에 스위스 시계회사들이 애플워치 출시 전이나 초기에 잠재적 위협으로 보면서도 어느 정도 과소평가를 한 이유가 자신들의 자존심인 스위스 시계의 정립된 형태로써 완전성을 범접할 수 있을까, 전자 기업들이 사이클이 길어봐야 1년인 전자기기로써 소비자에게 매년 신기종을 소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변할수 밖에 없는 숙명을 어떻게 극복할지 알까? 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신감,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의외로 3월 이벤트에서 ’시계는 경미한 변화’만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은게 안쪽만 살짝 바꾸는. 그니까 차세대 모델이 나오더라도 ’취미’였던 애플TV 마냥 폼팩터는 그대로 두고 속만 갈아 엎는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 정말 밴드 같은 것만 추가되더라도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단순히 ’줄장사’가 아니라 이리저리 휙휙 해 넘어간다고 바뀌는게 아니라는 신뢰감을 줄 여지도 고려할 수 있다. 30핀 도크 커넥터나 라이트닝 커넥터처럼 최소한 밴드는 당분간 호환되게 만들 가능성이 전망되고 그러자면 애플은 과격한 변화는 일이년은 참을지도 모른다.
물론 스포츠 에디션 가격대라면 기존 시계 세그먼트에서 캐주얼 워치 마냥 비교적 좀 더 공격적인 변화가 가능하겠지만, 애플은 전통적으로 (격전이 예상되는 시장에서) 고가 부문을 공략해서 높은 이익을 내는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에 경쟁사, 특히 시장 쉐어를 놓고 보면 가장 위협적인 샤오미를 위시한 중국세가 장점인 중저가 보다는 고가격대인 스테인레스 이상의 모델을 중심으로 디자인과 마케팅할 것이라 추측 가능하다. 아무리 고가를 노린다더라도 에디션 급을 기준으로 둘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전략은 자연스럽게 스테인레스 모델이 중심이 될거고, 그게 어느 정도는 앞서 말한 이유로 긴 안목으로 설계를 해야했고 그 결과로서 1세대 애플워치가 나온거고 앞으로도 이를 준거해서 하지 아닐까? 예컨데 맥북은 불 들어오는 사과마크와 검은색 불 들어오는 키보드가 떠오르고 점점 기능을 분산시킨다고는 하지만 아이폰/아이패드의 둥근 홈 버튼이 있어 둥근 사각형 화면과 아래의 둥근 버튼의 픽토그램이나 아이콘 만으로 두 기기를 연상이 가능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 아이팟의 사각형안에 화면과 둥근 휠 아이콘은 전설이다. 같은 이유로 형태든 네모난 화면과 디지털 크라운과 한개의 하드웨어 버튼은 당분간은 아이덴티티 정립상 유지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