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정치인이 했던 프레이즈가 생각난다. '저녁이 있는 삶'. 당연하지만 낭만적이고, 또 그만큼 멀어보이는 참 안타까운 현실의 목표. '태블릿의 효용성' '태블릿의 생산성'이 화제에 오를때 마다 나는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왔는데 그것은 아마 내가 요양을 하고 있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그 말인즉, 쉬면서 블로그나 하기 때문이지 본격적인 업무를 한다면 얘기는 다를지 모른다는 얘기다. 실제로 나는 아이폰(iPhone)으로도 블로그를 할 수 있다1.
돌이켜 생각해보자 내가 아이패드(iPad)를 사용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단연 침대와 소파이다. 나는 그래서 심지어는 아이패드를 파는 곳에는 소파를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적도 있다.
지금 자료를 찾기 힘들지만 미국인들이 아이패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가 저녁시간대와 잠들기 전의 시간대라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한편으로 아이패드를 텔레비전 시청과 함께 사용하는 사용자의 비율 또한 매우 높다는 닐슨의 조사도 눈여겨 볼 만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퇴근이 늦다. 한마디로 저녁이 없다. 미국사람들처럼 일찌감치 와서 태블릿으로 저녁시간에 걸터앉아 뭔가를 읽거나 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늦게 돌아와서 지친 몸을 끌고와서 잠시 편안하게 볼 것이라면 텔레비전도 있고 컴퓨터를 써도 되고 간단하게 살펴보는 정도라면 스마트폰을 살짝 살펴보는 정도면 된다. 어차피 태블릿에 특화된 정보는 그다지 많지도 않고 있다 하더라도 볼 시간이나 수고가 부담스럽다.
여기서 우리는 왜 대형 화면을 가진 안드로이드 휴대폰이 우리나라에서 선호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간단하게 볼 수 있는 컨텐츠를 태블릿보다는 부담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에 우리는 치명적인 문제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태블릿이 이런저런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역시 읽기에 최적화된 기기인데 한국의 독서량은 감소 추세고 휴대폰으로 보는 것은 간단한 뉴스나 웹툰, 동영상, SNS와 메신저이다. 굳이 무거운 태블릿이 필요 없다. 우리가 언제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그렇다. 통근/통학 전철이나 외출처이다. 거기서 무식하게 10" 아이패드나 비교적 작아졌다 하더라도 아이패드 미니를 꺼내겠는가? 그건 부담스럽다. 게다가 휴대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테더링을 하거나 따로 셀룰러 계약을 하는 비용이나 수고가 필요하다. 단순히 즐길 것이라면 휴대폰 하나면 충분하다.
만약 집에서 뭔가 더 알아보고 싶다면? PC를 켜면 된다. 태블릿은 PC와도 경쟁을 해야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힘겨운 싸움이다.
이런 연유로 저녁이 없는 삶이 태블릿을 사치재 내지는 매니아의 전유물로 만들었다. 물론 저녁에 여유가 생긴다고해서 모두가 아이패드를 사는건 아니겠지만 누군가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누군가는 바베큐 플레이트를 누군가는 레고나 오디오를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아이패드를 사도 이상할 것은 없는 것이다. 일단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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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또한 아이폰으로 쓰여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