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에 치여사는 것은 정말 지옥같은 일이다. 산더미 같은 뉴스레터, 인포머셜, 소셜 업데이트, 얼른 답장을 기다리는 메일, 도저히 좋고 나쁘고를 분간할 수 없이 쌓여가는 메일 속에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메일은 쌓여간다. 인박스는 그냥 쓰레기 하치장이 되어가고 중요한 메일은 어디로 가는건지 알 수 없고 대답을 해야할 메일도 비례해서 늘어만 간다. 그야말로 메일 지옥이다. 당신은 경험해 본적 없는가?
줄여보기 위해서 구독을 줄여보기도 했으나 필요한 정보를 보내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보니 쌓이는걸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결국 쌓이는걸 그때그때 처리하는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그 정보를 바로바로 처리하는것에는 한계가 있고 잠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 또한 있다. 이 메일은 좀 생각을 해두거나 보관을 해뒀으면.. 아니면 나중에 다시 살펴보거나.
그런 생각에서 나온 앱이 바로 Mailbox다.
Mailbox는 iOS용 Gmail 클라이언트이다. 기본적으로 예약을 받아서 순번이 되어 메일 주소를 등록하면 된다. 그러면 사용할 수 있다. 수십만명이 대기열에 있는데 그 대기열에 당신이 이미 앞서있기를 바란다. 아무튼 줄을 다섰다면 제스처 안내를 받을 수 있고 메일 내역이 주룩 나오는데 메일 목록 아래로 내리면 인박스를 일소 하는 기능이 나온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인박스의 별표친것 혹은 읽지 않은 메일만 혹은 전부를 아카이브 할 수 있다. 요는 이렇다. 인박스가 깔끔할 수록 이 앱의 효율은 올라간다는 것이다. 인박스를 비우면 그냥 텅 빈 화면과 함께 아카이브 화면에는 가득찬 아카이브가 보일 것이다. 걱정할 것 없다. 지메일은 모든 메일을 아카이브에 보관하니. 나중에 아카이브한 메일을 보고 싶다면 검색을 하거나 모든 편지함을 살펴보면 된다. 이제 우리는 깔끔해진 인박스에 집중하면 되는것이다.
새로 태어난 깔끔한 인박스에 메일이 도착하면 우리는 무얼 하는가? 제스처를 따라서 아카이브로 보내거나 아예 삭제해 버리거나 혹은 나중에 읽도록 보낼 수 있다. 나중에 읽도록 보내면 당장 인박스에서는 사라지지만 정해진 시간 뒤에 다시 인박스에 나타난다(그 시간은 위에 나타나 있고 설정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는 그 메일을 읽고 이 메일을 어떻게 할지 고르면 된다. 아카이브 할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라벨을 붙여 저장할 것인가? 아님 아예 삭제해 날려버릴 것인가?
라벨을 붙이는 것은 조금 특이한 기능이다. Mailbox을 설치하면 Gmail에 라벨 하위에 몇개의 라벨이 생기는데 메시지를 오른쪽 끝까지 슬라이드하면 사용자가 만들수도 있는 특정한 라벨을 지정하게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Gmail에도 그 라벨이 보이게 되고 Mailbox에서도 그 라벨이 보이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To read, To watch, To buy 같은 예시가 있는데 사용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나중에 읽기로 지정한 메시지는 Later 라벨이 붙는다.
해서 이런식으로 우리는 인박스의 메일을 일소 해버리는것이다. 쓸모없는 메일은 아카이브하거나 지워버리고 나중에 참고하거나 잠시 있다가 볼 메일은 나중에 보도록 하고 답장할 메일은 답장하고 아카이브하고 나중에 할 것은 나중에 보도록하고 답장하고 보관할 메일은 보관한다. 이렇게 해놓은 메일은 읽고 말고와 상관없이 앱의 뱃지에 표시된다. 즉, 인박스에 메일이 있으면 앱의 뱃지의 숫자가 나온다.
만약 인박스에 나중에 보기로 했던 메일이 시간이 되서 돌아왔다면 그 메일의 숫자가 다시 뱃지로 돌아온다. 인박스에 돌아온다. 원혼이 되어 찾아온다. 당신은 귀찮음과 함께 처리해야 할 것이다. 새 메일을 알리는 푸시 알림과 함께 말이다.
이쯤되면 메일귀신을 만들거냐?!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그마한 보상이 있다. 처음으로 메일을 비우면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알리겠냐는 메시지가 나온다. 물론 구석의 버튼을 통해 나중에도 알릴 수 있다. 빈 메일박스 아이콘은 매일매일 인스타그램에서 엄선된 아름다운 사진이다. 감상하는 맛이 있다.
자랑하라! 뭐 대단한건 아니지만. 마지막 버튼을 눌러 그날의 성과를 감상할 수 있다.
당신은 간결한 메일박스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 메일에 시달리지 않는 삶을 누리는 것이다. 간단한 제스처와 몇가지 부가기능으로 이를 도와주는것이 Mailbox의 미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모자란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만 이런 미덕이 주는 점이 많은 부분을 커버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내 인박스는 더 이상 메일에 정복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