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블로그에 전재된 글에 관해

얼마 전에 아이폰 시대의 종말에 대한 포스트를 읽고 쓴 글이 있다. 워드프레스 계열 블로그는 핑백(pingback)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포스트에 링크를 포함하면 자동으로 그 글을 썼다는 알림을 상대방에게 날리게 되어 있는데, 자연스럽게 그 원래 포스트를 쓴 블로그에도 갔다.

워드프레스는 사실 그런데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이라 개인용 블로그에만 국한하지 않고 한 명이 사용할 수도 있고 여러 명이 사용할 수도 있고, 블로그의 형태일 수도 있고 그것이 하나의 사이트의 모양을 취할 수도 있다. 나는 모바일에서 그 글을 보고 글의 초안을 작성해서 글을 써서 업로드 했기 때문에 그 사이트가 여러 필진이 참여하는 블로그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니 그냥 좋은 글을 썼던 블로그였으니 선의로 재게재를 해도 좋다고 허락을 했던 것이다. 물론 좀 찜찜하긴 했다. 재게재라는게 걸리긴 했다. 그래서 몇번이고 내용을 고치기도 했고… 그래서 그냥 이쯤에서 막았어야 했었다라는 예감은 들었지만.

헌데 이 블로그의 운영자가 내 글을 보고 내 글을 재게재 해도 되겠냐고 물었는데 나는 승낙을 했다. 해서 문제가 여기서 발생한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 블로그는 개인의 블로그가 아니라 여러 필진의 글을 모아서, 편집자가 편집을 해서 발행하는 블로그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을 쓴 사람과 운영자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을 알고 더 불안해하며 밤새 계속 모니터를 했는데 올라오지 않았고 그 다음 아침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우선 제목이 변경되었다. 내가 매기지 않은 제목이 입혀졌을 뿐 아니라 중간중간 내가 쓰지 않은 내용이 삽입되고 삽화가 들어갔다. 게다가 내용이 도려져 나간 부분도 보였다. 이건 재게재가 아니라 편집게재였다. 명백하게 허락받지 않은 사용이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센스에서조차도 비변경조건으로만 허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엄연히 남의 독점 저작물을 마음껏 희롱하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자의 기명 컬럼에서 저자가 쓰지 않은 내용을 올라온 당일에야 맞이하는게 말이 되는가? 글을 보고 나중에 댓글로 불쾌함을 완곡히 남기고 당장 메일로 글을 내리라고 하려는 찰나 메일로 사과하는 내용이 추후에 날아왔다. 화가 끝까지 났지만 저쪽에서 우호적으로 다가왔던 입장이고 이미 물이 엎질러진 상황이니 문제가 생기거든 내리기로 하고 일단 덮어두기로 했다.

사실 여즉 내 블로그의 글을 종이 책으로 내도록 허락한 적도 두어건 있고, 인터뷰를 실은 적도 있다. 그 때도 최종시안을 확인하고 책이 나왔었다. 그때 내가 컨펌을 하고 말고가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확인을 했다는게 중요하다. 적어도 아침에 브라우저를 띄웠을때 내가 쓰지도 않은 문장이 내 기명 컬럼으로 나온게 큰 문제 아니겠는가?

최근 그 블로그는 나름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려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적어도 이런식으로까지 하면서까지는 좀 사양하고 싶다. 내 블로그만으로도 년 17만 PV 이상이 나온다. 자랑하고 싶은것도 아니고 유세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내 글을 무단으로 난도질 당하면서까지 영향력을 구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앞으로 이런 류의 전재에 대해서는 확실히 거절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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