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아마존 태블릿, 킨들 파이어(Kindle Fire)는 예상대로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 아니, 예상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 솔직히 nook color가 250달러대인것을 감안할때 200불 아래로 끊다니 쇼크였다. 아마 이 정도라면 ‘ebook리더에서 조금만 더’ 하면 살 수 있고, ‘태블릿으로는 이정도 밖에 안하다니! 가볍게~’라는 기분으로 살 수 있을 수준이다. 솔직히 말해서 킨들이 130불대에서 아이패드의 세컨드 디바이스로 구매하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니 어쩌면 중산층 이상 가구에서는 또 모를 노릇이지. 실제로 WSJ의 간이 설문조사에서는 62.8%가 살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아직 미국에서만 판매가 될 예정임을 감안하더라면 대단한 수치다.
WSJ의 기사를 하나 소개 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Consumers want email, Web access, games, video and music, and that’s exactly what Amazon is delivering for a very reasonable price,” said Sarah Rotman Epps, an analyst with Forrester Research. “The Kindle Fire is all the tablet that most consumers will need.”
라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응,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여기 응축되어 있다. FT에 따르면 베조스 회장은 한편으로 USB 코드를 잘라내는 그래픽을 보여내면서 이런 말을 했다.
“Syncing should be done invisibly, in the background, wirelessly – and it should actually work,”
그는 미디어를 유선이 아니라 클라우드를 통해 무선으로 배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WSJ의 기사로 돌아가서 베조스의 말을 인용하자면,
Well, you can call it a tablet if you want. I call it a service,” he said. A piece of that service is this hardware, and “the service is that deep integration with that content and that media,”
여기서 사실 아마존의 태블릿 전략은 잘 드러나 있다고 보면 된다. 아마도 대중적인 태블릿 수요, 그냥 저렴하게 미디어를 소구하는 수요는 상당수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와는 경쟁하는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패드와 경쟁하는 것은 아닐 것일수도 있다.
돌려 말하면 아이패드가 갈 길은 이걸 어떻게 더 유용하느냐 혹은 피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킨들 파이어는 보급화를 위해서 저성능화, 경량화 되어 있다. 이를 고성능에 매력적인 조건의 아이패드(역시 매해 좀 더 고성능을 좀더 얇은 폼팩터, 경쟁적인 가격으로 찍어내는데는 애플도 선수니까)로 이기는 것이다. 가령 고품질의 비디오라던가, 고품질의 게임, 고속의 웹브라우징, 대용량의 다양하고 풍부하고 리치(rich)한 앱 경험.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도 고품질의 게임이나 앱의 경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당장 아이패드 광고를 살펴보라. 매회 바뀌어가면서 보여주는 광고는 ‘우리의 아이패드만이 이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인상을 각인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프리미엄’이다.
간단한 메일, 책 읽기, 영화나 음악이라면 킨들 파이어로 나뉠 것이고 그 이상이 된다면 아이패드로 갈릴 것이다. 특히 7인치와 10인치 화면은 활용성이 다르다. 잡지도 쉽게 볼 수 있고, 웹페이지등도 편리하다. 이미 태블릿이라는게 휴대용이 아니라 편히 안락하게 쉬면서 즐기는 거라는게 만천하에 드러난 미국인들 사이인지라. 미국 기술 커뮤니티에서는 7인치보다 큰 킨들 태블릿을 기다리는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패드가 여전히 한손에 들기에 가볍지만은 않지만, “만약 한손에 들기 가벼운 10인치 태블릿이 있다면 아마 휴대시에는 좀 애매하겠지만 많이들 거부하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하여, 두 기종의 승부는 연말연시 시즌에 갈릴 것이다. 보통 봄 정도에 리뉴얼을 하는 아이패드인데, 과연 아이패드의 iPad 2 Wi-Fi (특히) 하위 트림(16GB)의 가격을 조절 할 것인가, 특히 가능하다면 Holiday 시즌을 앞두고 할 것인가, 한다면 얼마나 조절하느냐에 달려있지 않나에 있는거 아닌가 싶다. 뭐 소문에 따르면 다음 기종이 있는거 아니냐는 말도 있긴 하다만. 그럼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느끼는 것은 컨텐츠이다. 우리에게는 완전히 남의 문제이다. 영화도, 음악도, 책도 완전히 남의 얘기다. 태블릿으로 어떤 재미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니. 이거 참 개탄스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웹서핑이나 앱이나 쓰면서 트위터로 쓰면서 게임이나 하면서 즐길 수 밖에 없다니 아깝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킨들 파이어가 아직은 미국외에는 판매 안되지만 되더라도 사실 우리에게는 남의 얘기가 될 듯하다. (아마 저작권 문제로 인해 다른나라에는 꽤나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긴 하다) 다른 나라의 반밖에 못쓴다는 생각이 든다. 킨들 앱이나 Instapaper(엄밀히 말해 이건 국적과 상관없지만) 같은 읽기 앱, 잡지 앱을 쓰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선 언제나 이런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낄 날이 오려나… 하고 말이다. 미디어 업계의 분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