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의 허와 실

어제 블랙베리에 대해서 한마디로 ‘까는 글’을 썼다. 하지만 나는 블랙베리에서 나름 매력을 느꼈다. 그러니까 두개 합쳐 150만원 가까이나 들여서(값 떨어지기 전에 샀으니까) 할부를 걸고 블랙베리를 질렀던것 아닐까. 조만간 이 기계의 할부금은 정리할 예정이다. 물론 내 성격상 기기를 매각하는 성격은 아니라 쓰거나 모셔두긴 할 것 같다. 언급하기 싫고 별로 쓰지도 않아서 변변히 언급할 만한 포스트가 없었던 옴니아1 조차도 고이 모셔두고 있기 때문에..

여담이 길었다. 블랙베리의 매력점은 키보드다. 나는 이 디바이스에서 ‘기계’라는 느낌을 들었다. 단축키를 까딱이면서 터치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기계를 조작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극히 매니악한 느낌이었다. 흐음 트랙패드도 나름 괜찮은 느낌이었다. 잠시 받았던 9000의 트랙볼도 재미있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광학 트랙패드가 나에겐 맞았다고 생각한다. 옴니아에도 같은 메이커(이걸 만드는 회사는 한국의 모 중소기업이라고 한다)가 만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같은걸 가지고 차이가 나는지 감탄이 나올정도로 차이가 난다.위 말하는 ‘발적화’라는게 이런건가 싶을정도로 옴니아의 그것과 블랙베리의 광학 트랙패드는 정말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날 정도로 블랙베리의 그것은 손가락의 연장같이 탁월하다. 터치스크린이 있는 토치에서도 나는 터치스크린으로 상당수를 해결했다. 아니 사실 키보드로도 많은 일을 했다. 가령 웹브라우저나 리스트 화면에서 위로 올라거나 아래로 내릴때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아래로 내려가고 쉬프트 스페이스를 누르면 위로 올라간다. 손가락을 눌러서 광학 트랙패드를 조작하는 수고, 심지어는 손가락으로 쓱쓱 올릴필요도 없이 까딱까딱까딱으로 된다. 이런 주소창을 열때는 L을 하고 R을 누르면 리프레시가 되거나 답장이 되고 여러사람에게 답장할때는 L, 포워드하거나 RT할때는 F를 누르면 된다. 이런 식의 편리함이 강점이다.

자. 칭찬은 여기까지.

RIM은, 블랙베리의 포지션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애플의 iPhone이 등장한 이후로, 스마트폰의 사용자층은 급격하게 넓어졌다. IT 프로페셔널, 전문가, 사무직, 전문직 종사자에서 훨씬 넓은 계층에 사용되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RIM은 아직도 블랙베리 기기가 사무용 기기라고 생각하는듯하다. 사무용 기기는 소모량나 처리 능력(출력량이라던지)에 따라 life-span이 정해져 있고, 모델 하나가 있어서 출시 당시 설계된, 상정된 기능이 잘만 작동되면 OK다. 의료기기라던가, 복사기라던가. 그런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의료기기나 복사기의 펌웨어 메이저 업그레이드를 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히려 그런 경우에는 거의 리콜감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컨슈머 기기는 다르다. 사무기기의 life-span은 주관적인 감정과 크게 상관없이 일정 주기의 사이클이지만, 컨슈머기기의 교체시기는 사무기기는 달리 매우 주관적이어서 ‘언제 더 이상 자신이 기대하는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란 말이다. 그러므로 사용자의 마음이란 인지상정이라 수시로 업그레이드도 필요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맞춰주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문제는 RIM이 아직도 사무기기의 그 수준과 컨슈머 기기의 중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물론  안드로이드 제품 벤더 수준을 따라가는 것도 못하거니와 더욱더 커다란 것은 컨슈머에 직접 대화하기 보다는 통신사(Carrier)를 끼고 대화하는 형태로 캐리어에 납입하는 그런 형태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어제 쓴 글에 BGR에 RIM 간부가 쓴 글에서도 토로 한 바가 있다. 고쳐야 할 문제다. 어떤 통신사에 몇달전에 공개가 되어도 SK텔레콤에서 사용가능하려면 반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있다(물론 비정규로 구할 수 있지만 배터리 급방전, 수신 불안 등을 드물게 감수해야한다, 지원도 포기다).

한편 이 문제를 페이스북의 지인과 얘기를 했는데 향후 블랙베리는 QNX로 가게 될 것인데 이는 기존 BES/BIS와 호환이 안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환장할 노릇이다. 그럼 블랙베리와 블랙베리 서버를 채택한 기존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물론 이것은 블랙베리 걱정이다라는 포스트에서 말했듯이 블랙베리 플레이북에서 메일을 PIN을 못가져서(정확히 말하면 BES가 한 사용자당 PIN을 한개 이상 핸들 못해서)라는 것이 정설이다. 만약 이 전환이 이뤄진다면 아마 기업에서는 상당수가 BES를 버릴지도 모르겠다. Exchange를 쓴다면 그냥 헤까닥 ActiveSync로 돌아설지도.

이래저래 깝깝하다.

여담으로 블랙베리의 장점을 푸시라고 했는데 사실 그마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규모가 있는 푸시서버가 갖춰진다면(ActiveSync 서버, 트위터 푸시 서버), 아이폰에서 그 속도는 블랙베리와 견주어도 1~2초, 늦어도 수 초 정도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무료의 범용 Gmail이 이럴진데 전용 서버라면 더욱 더 신뢰도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푸시는 이미 블랙베리와 차이는 체감하기 곤란하다.


Posted

in

,

by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