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는 방황했었습니다. 나는 어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어떻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가. 물론 그냥 써나가면 된다지만, 사람이라는게 무릇 항해사가 지도를 그리고, 나침반을 보고 항해하듯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관한 물음은 항상 끊임없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2007~8년 제 블로그에는 시사 문제도 꽤 많이 올라왔습니다. 왜냐면 당시에는 인터넷 전반을 타고 흐르는 것이 반 이명박 기류였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 흐름에 탔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관두었습니다. 일단,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솔직히 인정하자면, 정치 피로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트위터를 통해서 촉각을 세우고 잘 보고 있습니다만, 제가 이것을 따로 포스트를 쓰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 분야가 내 전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따금씩 시사나 세계 포스트로 묶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씁니다만, 이건 제가 흘러가는걸 보고 제 나름대로 생각을 묶어서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그 분야의 전문적인 분들에게 맡기기 위함입니다. 가령, 4대강에 전문적으로 반대하는 블로거가 계시기 때문에 저는 그분에게 동조하기만 하면 되는 식이 됩니다. 아니면 그 조차 귀찮다면 트위터로 RT를 해도 되죠. 솔직히 제가 쓰기엔 인문학적인, 내지는 사회학적인 소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포기하는 노선으로 갔습니다.
제가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제가 리스트 된 목록을 보니 it쪽으로 압도적으로 리스트 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결국 저는 IT쪽 블로거더군요. 아. 그래 결국 나는 이쪽으로 글을 쓸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이후에는 이쪽으로 몰아서 쓰고 있습니다.
한번 그렇게 제 성향이 정해진 이후로는 되도록이면 글에서 정치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가령 어떤 글을 읽다보니, 아이폰의 컨텍스트에서 삼성과 언론 유착 구도를 분석하신 글이 있습니다. 매우 훌륭한 글인데… 한마디로 제가 지향하는 점은 아닌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집중하는 점은 아이폰이 좋다면 어떤 점이 좋은 것이고 나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라는 것입니다. 즉, 한마디로 제 전문 분야에 있어서 한정하여 가치 판단하게 되었고, 그것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블로그도 두달뒤면 개설 만 5년이 됩니다(태터툴즈,텍스트큐브 시절을 포함하여; 이 블로그는 텍스트큐브에서 이전했습니다). 나름 성숙기에 있는 것이죠. 하루에 600명 가량이 찾으시고, 누적방문자가 950,000명 가량이므로, 정말 5년이 되면 100만명이 찾는 블로그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트위터에서 @purengom을 걸고 얘기를 하면 아, 푸른곰 블로그의 푸른곰이셨군요. 라고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플픽(프로필 사진)을 보니 확실히 그러시네요.’ 라던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므로 제 입장에서는 확실히 갈피를 잡고 무언가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합니다.
맥심(MAXIM)을 펼쳤는데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얘기가 4페이지 피쳐 기사로 나오고, GQ를 폈는데 핀업걸이 나오면 어떠시겠습니까? 눈살이 찌푸려 지실겁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맥심에서 핀업걸이 “마틴 스콜세지 영화가 어쩌구저쩌구해요”라고 하는 인터뷰를 하면 깹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죠. 해서.
제 블로그에서는 아이폰이 통신 세상을 바꾸고 삶을 바꾸었다라고 글은 써도 그게 삼성의 언플이니 언경유착과 연관이 있느니 없느니 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건 누군가가 따로 하실겁니다.
사실 이런 결정을 하면서 ‘아 이러면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로 비쳐지는거 아닌가’라고 했지만 걱정마세요. ‘푸른곰’은 제 아바타 중 하나일 뿐이지 않습니까? 저는 블로그가 더 있고. 트위터로 열심히 정치 이슈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RT나 리플라이 등의 형태로). 트위터 계정도 실상 여러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