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딴지일보 키드였다.

딴지일보에 오랜간만에 들어갔다. 어떤 내용을 검색하다가 보니 우연스럽게 그곳이 딴지였더라. 그리고 나는 어젯밤을 꼴딱 새워가면서 그간 보지 못했던 내용을 하나하나 훑어내려갔다.

나는 딴지일보 키드였다. 나는 딴지일보를 보면서 자란 첫번째 세대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내가 인터넷을 쓴 1995년 이래로 가장 몰두할 수 있었던 최초의 컨텐츠가 딴지일보였다. 딴지일보는 패러디와 풍자, 위트, 해학이 가득한 곳이었다. 지금이야 여러분야의 전문 블로거들이 계시기 때문에 덜하지만 당시로써는 그렇게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보통사람’을 위해서 철저히 B급을 지향하여 어찌보면 상스러운 말들(딴지에는 상투적인 표현들이 참 많지 않았던가. 졸라, 구라,수구꼴통 등등)까지 써가면서 써진 글은 지금 보아도 수준이 떨어지지 않지만, 초등학생이던 나도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기 쉬웠다.
4년간 블로그를 해오면서 ‘뭘 했더라’ 생각해보면 ‘삐딱선’이다. 다시 말해서 ‘딴지’였다. 딴지는 내가 생각하는 방법의 프레임을 구축해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서 ‘딴지정신’은 내 사고의 원천이다. 사상의 전체를 살펴보고 그 속에 본질을 간파하는 능력이 딴지일보와 함께 길러졌다. 아마 내가 초등학생때 이 사이트를 알지 못했더라면, 아마도 나는 그냥 평범한 꼬마에 지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딴지일보 덕분에 ‘똘똘하다’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랄 수 있었다. 여태껏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같은데 투고도 해보고 블로그도 나름대로 일으켰고.  
이 블로그가 4년차 딴지일보도 벌써 11년차이다. 한동안 지리멸렬했던 딴지일보가 요즈음 근 일년만에 팟! 하고 부활한 것을 보면 솔직히 기쁘다. 딴지일보는 IMF로 김영삼 대통령이 나라를 말아먹은 직후의 절망적인 세기말적인 분위기에서 앞서도 얘기했듯이 해학적으로 YS와 수구꼴통들을 까기 시작했었는데 상대적으로 DJ와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와서 그 날이 무뎌졌었다. 근데 이명박 정부에 와서 딴지일보의 정신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데 10년전에 조선일보가 한국 경제(김대중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외신의 긍정적 평가를 앞뒤 잘라먹고 편집해서 한국경제가 위험하다라는 식의 침소봉대를 했었던것을 ‘깠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앞뒤 잘라먹고 한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언론이 나팔을 부는걸 깐다. 데자 뷰. 이 묘한 기시감은 무엇인가. 망할 한국 수구 꼴통은 10년이 지나도록 변한게 없었단 말인가… 내 유년기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딴지일보가 다시 살아난것같아 기쁘긴 하지만 이런 부수적인 효과까지 다시 일어나는건 그다지 기쁘다고 할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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