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이 제시하는 밝은 청사진을 보면 누구나 잠시간은 흔들리게 된다. 설령 Ethernet 포트가 없고 USB가 두개인가 하나인가밖에 없는 MacBook Air나, MP3 이외에는 Apple이 미는 MPEG4 AAC와 Apple Lossless 이외에는 지원하지 않는 iPod 시리즈 등을 생각하더라도, 그 외양이나 수많은 ‘가능한 것들’, 특히 Steve Jobs Apple CEO가 청바지에 검정 셔츠를 입고 소개하는 현란하고 잘 짜여진 데모를 보노라면 나도 Apple 제품을 사용하면 저렇게 할수 있겠구나 싶게 된다. 실제로 그것은 사실이다. Apple의 지침에 따라 하다보면 정말 뚝딱 영화를 만들고 사진을 멋드러지게 앨범으로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Apple이 지정한 포맷과 방법을 지킬 경우에만 Apple이 주는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Cult 종교같은 문화를 두고 악감정이 생기다보니 애플을 Cult나 디자인에 목매는 줄 아는 사람들도 생겼지만, Apple은 역사적으로 볼 때 PC에 있어서 정말 많은 것을 기여한 회사중 하나이다. USB나 IEEE1394, PCI, AGP, 64비트, 멀티코어,Bluetooth,Wi-Fi, DVD-R 등 오늘날 주류기술이 된 표준들에 주도적으로 도입한 업체가 애플이다. 일부는 제정에 입김을 불어넣었고, 일부는 직접 만들었으며, 일부는 그냥 참여만 했지만, 중요한건 애플이 밀어부친 상당수의 기술들이 오늘날 주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애플에 관한 가장 잘 알려진 오해를 불식시키는 사실이다. Apple은 결코 고립된 하드웨어를 쓰지 않는다. Mac이 Intel 프로세서로 바뀌면서 이제 Apple에서 Apple만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주요 부품은 종식되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iPod만 하더라도 모든 다른 업체에서도 주문, 조립가능한 부품들로 제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개방성과 공로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 팀은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요컨데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Ogg Vorbis, FLAC 등 다양한 코덱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고 비디오만 해도 마찬가지이다. iMovie로 영화를 편집하다보면 정말 그 간단한 편집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Apple의 유료 서비스와 Youtube에 저해상도로 올리는것 밖에 방법이 없고, 꼼수를 쓰지 않는다면 DivX나 WMV, FLV, 하다못해 Blu-Ray로 구을수도 없다는 사실에 식겁하게 된다.
iPod touch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이 애플의 헤게모니를 인정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서 최고의 미디어 플레이어가 될 수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최악의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가령 당신이 CD를 리핑해서 듣거나 iTunes에서 음악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뮤직비디오 등을 받아서 즐긴다면 이 기계의 100%를 즐길 수 있고 왜 수많은 미국인들이 Apple에 인질이라도 잡힌듯이 돈을 주고 철마다 iPod을 갈아대는지 알게될 것이다. 여기에 재기넘치는 게임과 어플리케이션이 추가되었다. iPhone과 iPod touch가 인기 있는것도 이유가 있다. iTunes Store가 없는 한국에서는 적어도 CD를 리핑해서 듣는 정도래도 절반의 효과는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동영상은 iPod에 맞게 transcoding(인코딩)해줘야 한다. 앨범 태그를 일관되게 정리하고(Gracenote CDDB 조차 엄한 태그를 입력해준다), 앨범아트를 구해서 넣고(TagGuru를 이용해보라 한결 편해질것이다) iTunes라는 프로그램에서 마치 정원 가꾸고, 앨범 콜렉션 관리하고 레코드 바늘 갈 듯이 라이브러리를 관리해줘야 iPod은 굴러간다.
Apple의 헤게모니까지 언급하면서 하려던 iPod touch의 소감은 이것이다. 만약 Apple의 지배를 믿고 그를 따른다면 편할것이다. 믿고 따르는자에게 복을 주나니. 꼭 종교 같지만 그게 애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