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때부터 즐겨가던 역앞에 동네 서점이 있었습니다. 전철을 타고 돌아오고 나서, 수원에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와서, 아버지와 목욕을 하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항상 들르던 서점입니다.
동네 서점이지만 아주 작지는 않아서, 찾는 책이라면 어지간한 책은 다 있었습니다. 동화책에서 만화책, 심지어는 라이트 노벨도 있었죠. 신간도 다양했고, 컴퓨터에 관심이 있을때는 컴퓨터책을 영어에 관심을 가질때는 영어책을 샀죠. 저는 수도 없는 책을 보고 닥치는대로 샀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라는게 있기도 전부터 책값을 에누리 해주었고 필요한 책이 있으면 곧장 구해주기도 했습니다. 뭐 여러분이 기억하는 대개의 서점들이 그렇겠지만, 제가 평생읽어도 다 못읽을 양의 책이 있었고, 집에 책이 산더미같이 쌓인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직접 가서 책을 보고 무거운 봉다리를 들고 오는걸 더 선호했기 때문에 할인율이나 적립금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그 서점을 애용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가보니 셔터를 내리고 책을 싸고 있더군요. 그곳에서 너무 잘 알던 분을 보고 여쭤보니 하시는 말이. 이제 폐업을 한다고…
솔직히 동네서점이 위험하다는걸 알고는 있었고, 이 서점도 예외일 순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감하니 너무 마음이 서글프기까지 하더군요… 얼마전에 문닫았던 스타벅스 수원역점이 제 친교의 허브였다면. 제 앎의 허브는 이 동네 서점이었는데 말이지요.
아… 슬픈일은 겹으로 오는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아무튼… 좋아하는 장소가 또 없어지는구나… 생각하니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