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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사태를 보면서 든 생각

넷플릭스에 오렌지 이즈 뉴 블랙이란 프로그램의 성적인 장면 일부가 블러처리 된 걸로 세간이 시끄럽습니다. 많이들 돈 내고 성인인증하고 보는 매체에 겨우 섹스 토이를 가지고 심의를 걸고 넘어지는 것에 기가 막혀 했습니다. 제가 보건데 심의 당국은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그리고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와 같이 명명됨으로써 확고해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지키는 느낌입니다. 융통성 없고 고집불통인 영혼 없는 로봇같네요. 방송이란 매체에 대한 생각은 매우 낡은(old-fashioned) 느낌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올해로 케이블 방송이 생긴지 21년입니다, 제 방의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는 채널이 200개가 넘습니다. 늘 보는 채널은 10개 안팍이고 나머지는 채널재핑이거나 아니면 종교 채널이나 바둑 채널, 낚시 채널 같이 전혀 안보는 채널도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 중 상당수는 애니플러스나 애니맥스라는 채널에서 무얼하는지 무슨 채널인지 아시는 분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모르실까봐, 애니메이션 채널입니다. 특히 애니플러스는 비교적 고연령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중심입니다.

아마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 부모님이 애니플러스를 보실리는 없을 겁니다. 대신 저는 전혀 안보는 바둑 채널을 보실거고 어머니는 드라마 채널을 보실겁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걸까요. 네, 20년이 넘은 지금은 방송은 KBS와 MBC, EBS와 지역 민방만 있던 시대처럼 모든 세대 모든 연령 모든 성별의 모든 취미를 가진 사람이 한군데에 모이는 세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애니메이션을 들었는데 아마 ’저연령’이라면 주로 투니버스를 볼것입니다. 같은 애니메이션인데도 연령에 따라 채널이 달라집니다. 다시 말해서 초등학생인 어린이가 ‘어쩌다가’ 채널에서 방송되는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볼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투니버스에서 볼 수 있는건 자정 가까이 하는 심슨 정도일까요?

그러나 심의 당국은 방송은 모두가 보는 공개적인 영역으로 생각합니다. 마치 애니플러스나 애니맥스에서 하는 심야에 하는 애니메이션을 아이들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로 생각합니다. 채널이 다르고 시간대가 다른데 말입니다.

사실 요즈음에는 OTT(Over the Top) 서비스, 혹은 온디맨드 서비스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드라마 채널의 시간표를 살피던 어머니는 이젠 푹(pooq)으로 당신이 좋아하는 시간대에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십니다. 저는 큰 화면이라는 이점을 살려서 본방을 보기도 하지만 애니플러스와 애니맥스의 웹사이트 정액제에 가입해서 휴대폰이나 태블릿, 컴퓨터로 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좋아하는 시간대에 보는건 정말 좋습니다.

미국에서는 케이블 커터(cable-cutter)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셋톱박스를 치워버리고 OTT 서비스로 때우는거죠. 그 중심에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이 있고, 기존 방송사들도 뛰어 들고 있습니다. 우습지만 우리나라는 케이블은 자른 대신 IPTV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케이블 회사가 ISP가 됐다 뿐이지 다를게 없습니다. IPTV는 급행차선을 타고 대역폭 제한에서도 자유로운(1Gbps 인터넷의 100GB 쿼터에서 차감안함) 특혜를 누립니다. OTT든 IPTV든 이걸 방송물로 봐야할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요 몇달 전부터 애니플러스나 애니맥스에서 방송한 TV 애니메이션, 그리고 구글 플레이 등에서 다운로드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심의 등급(극장판의 경우 선정성 폭력성 등 상세 분류가 나옵니다)과 본래 방송일이나 개봉일이 영상물 시작 전에 나오더군요. 왜 그런걸까요? 심심해서? 일단 연락을 취해서 이유를 문의해 볼 생각입니다만, 왠지 이번 ’넷플릭스 쇼크’와 비슷한 이유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솔직히 불특정 다수가 특정 채널과 특정 VOD를 모두 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제 슬슬 방송을 포함한 영상물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만 높으신 분은 그걸 모르겠지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서브컬처, 특히 애니메이션을 보는 심의 규제 당국의 이중 잣대에 대해 얘기해 볼 생각입니다.

넷플릭스 한국 진출설과 망중립성

동아 이코노미의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설 관련 기사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이미 예견됐다. 지난해 8월 ‘한국, 일본 지역에 능통한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당시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기가옴은 “여러 국가 중 한국은 넷플릭스의 가장 유력한 미래 시장”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한국은 최적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으로 꼽힌다.

나는 예상컨데 넷플릭스의 한국진출이 만약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의 망중립성이 저울에 오르게 될것으로 판단한다. 내가 쓰는 KT의 기가비트 인터넷은 1000Mbps를 끝까지 쓸 수 있는 한도를 일 100GB로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자사 IPTV나 인터넷 전화는 제외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망중립이 깨지고 있는것이다. 유튜브를 통해서 만약에 자신이 좋아하는 동영상을 헤비하게 보거나 여기에 나온 넷플릭스를 헤비하게 즐기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대역폭을 신경써야한다는 얘기다. 대역폭을 신경쓸 필요 없는 통신사의 서비스(더해서 IPTV 패킷은 최우선이다)와 넷플릭스의 경쟁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불과 얼마전까지 유튜브의 대역폭 문제로 악명높은 버퍼링을 겪어야 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원활하게 하는데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는게 내 생각이다.

Cord-cutter

지금 우리집의 (옛) 동생 방에서는 알고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말하자면 실험이 일어나고 있다. 이름하야 코드 커팅 현상.

우리집은 사람이 사는 방마다 텔레비전이 있고 방마다 셋톱박스가 있어 기백개 가까운 채널과 VOD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뭐, 그런 환경이었다. 동생이 텔레비전을 들고가서 동생방에는 셋톱박스만 덩그러니 남아버린 것이다.

어머니는 이전부터 모바일로 바깥에서 여흥으로 pooq을 즐겨 보셨는데. 뭐 안에서 못볼게 뭐 있으랴. 동생방에 윈도우 데스크톱이 있고 23" IPS 모니터가 있는데 동생방에서 있으시는 동안 컴퓨터를 켜고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틀어서 보시기 시작했다. 코드 컷팅이 일어난 것이다. 급기야는 "저거(셋톱박스) 없어도 되지 않아?"라는 말씀이 나왔다. 텔레비전은 더더욱이 필요 없어 보인다는 말투였다.

정작 당황해 했던건 동생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와서는 주인잃은 리모컨만 흔들면서 "텔레비전이 없네"라며 조용히 다른 일을 하다가 잠드는 수 밖에 없었다. 의외로 이건 나이와 상관이 없나보다.

덧. 나도 이따금 VOD를 보기 위해 신세를 지곤 한다. IPS모니터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