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TV smart (올레 TV 스마트)를 설치했다.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뭘 해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라는 우려는 생각보다 시시했다. 아침 아홉시에 전화가 왔다. 근데, “가정집입니까?” 맞다라고 했다. 아마 석대나 설치하는 집은 드문가보다. 기사는 세대의 셋탑박스 뭉치를 들고 왔고 기기가 헛갈리지 않게 볼펜으로 박스에 위치를 기재해가며 기기 시리얼을 대조해가며 설치했다. 꽤나 장관이었다. 나는 첫번째 박스를 뜯기전에 LG U+ tv G에 대한 트라우마를 얘기하며 주저했다. “그저 새 셋탑박스를 원했을 뿐인데 상담원한테 낚였다.” “tv G는 리모컨에 버튼이 백개다(정확히는 98개와 터치패드가 있다). 단축키가 존재하는데(참고로 말해두지만 이따금 필요하다) 아직도 다 못외웠다” 그러자 난감하게 웃으면서. “그냥 비슷하다.”라면서 박스를 과감하게 뜯었다. ‘아, 버스는 지나갔구나.’ 라고 “그 망할 tv G 때문에 TV에 스마트 붙은거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말이죠, 아직 이런거에 겁먹을 나이는 아닙니다만”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냥 옛날 거랑 비슷합니다, 좀 더 좋아졌을 뿐이에요, 뭐 인터넷 뭐 그런게 들어가긴 했는데.”

그리고 설치가 다 끝나고 만지고 봤는데. 일단 단순하다. 리모컨 버튼의 갯수를 얘기했는데 오히려 줄었다. 갯수가 줄어서 사용법을 숙지해야할 판이다. 애플틱(apple-esque) 같은 것이다, 좋게 말해서. 가령 정지버튼이 사라져 버렸다. 보고 싶은 채널을 누르거나 메뉴를 호출해 다른걸 열거나 아니면 뒤로 버튼이나 일시정지 버튼을 꾹 눌러서 그냥 “억지로” 나가서 프로모션 채널을 열수 있다(무슨의미가 있나 싶은 행동이다, 야동 은폐 동작도 아니고). 더 놀라운건 문자 입력 버튼도 사라져 버려서 스크린 키보드로 입력한다. 왜 없앴을까. 대신 음성 인식 기능을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한다. 인식은 몇번 해봤는데 성능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찾고 싶은데 실패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한글은. 주요한 조작은 뒤로, 홈, 메뉴와 방향키/확인버튼으로 이뤄지고, 재생기능은 일시정지, 앞으로 감기 뒤로 감기(와 컬러버튼을 겸한다) 그리고 채널버튼과 음량버튼 뮤트 버튼과 편성표 번호버튼 검색버튼 그외 쇼핑과 앱스토어 두개의 버튼이 기능 버튼의 전부. (TV 제어 버튼은 빼고) 아, 터치패드가 있어서 인터넷 검색이나 앱에 쓸수 있다고 하더라(해보긴 했는데 뭐 그냥 옛날 셋탑박스보다 나은 정도? 유튜브 비디오를 가볍게 재생하는건 인상깊게 봤지만 음 이걸 일상적으로 뭘 할 생각은 글쎄요?). 리모컨은 RF와 IR 겸용이라 같은 모델의 셋탑을 여러대 써도 페어링 된 녀석끼리만 통하고 거리가 좀 떨어지거나 가려지거나 향하지 않아도 쓸 수 있다. tv G와 같다.

“뭘 할 수 있느냐”라는 것… 나는 KT가 얘기를 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냥 텔레비전입니다. 부가기능 딸린. 그냥 텔레비전처럼 쓸 수 있고 몇가지 부가기능이 있는 정도. 인터넷이 되고 어플리케이션이 깔리고. 방송에서 자막이 나오면 자막을 바로 볼 수 있는 등 기능이 늘고 성능이 좋은 셋톱박스다. 성능이 좋아지다보니 인터페이스가 좀 더 화려해졌다. 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1080p도 지원한다. 천 몇백원이 더 비싼데, 그 돈 주고 고성능 다기능 셋탑박스를 빌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_-;  그외에는 도대체 뭐가 좋은지는. 좀 더 써봐야 알겠다. 인터넷이 된다?

나는 tv G에 대한 불만에서 KT의 재래식 셋탑에서 한두번이면 될 일을 몇번의 메뉴를 들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스마트 셋탑인 이 녀석은 어떨까? 역시 한두번이면 된다. 크게 불편하지 않다. 한편 좀 말해야겠다 싶은 부분이 있는데, 위에서 말했다시피 성능이 좋아져서 그런가 화려해져서 일단 홈화면은 배너로 프로모션 타이틀을 보여주고 작게 현재 방송을 보여주는데 좀 산만한 감이 있다. 세부 메뉴를 들어가면 다시 기존 iCOD(올레TV live)처럼 왼편에 메뉴가 나오고 방송 화면이 나온다. 뭐 그건 둘째치고 성능 자랑의 꽃은 컨텐츠의 목록이 전부 배너(컨텐츠 타이틀 그림)으로만 나온다는 점이다. 2×5로 한 화면에 10개씩 나오기 때문에 타이틀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면 빠르게 넘길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그림을 알아보기 어려울 때도 있고, 타이틀을 선택하기 위해 커서를 몇번 움직여야 할 때도 있고 무엇보다도 산만하다. 그냥 기존 형태의 목록방식을 쓰고 싶은데 ‘복잡한’ tv G와는 달리 ‘단순한’ 올레TV 스마트는 그걸 할 옵션이 없다. 음… 살려줘…

결론을 말하자면, 그냥 단순히 올레TV를 본다면 그리고 만족하고 있다면 굳이 “새 거”에 목을 걸거나 신기한 것에 목을 걸지 않는다면 굳이 바꿀것 까지는 없지 싶다(물론 새로운 느낌과 기능을 만날수 있긴 하지만 그건 취향문제다)  여하튼 2009년에 산 텔레비전이 사실상 스마트TV가 된건 재미있지만. 내 텔레비전이 2009년에 산 그대로인건 스마트 TV가 필요없기 때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한다면 생각해볼 만 하다. 굳이 낡은 녀석을 할 필요는 없다. KT는 이미 live(iCOD) 셋탑박스의 신규공급을 줄이고 있다. 재활용이 횡행한다. 나는 그냥 새 셋탑박스가 필요했었고 그냥 올레TV 스마트가 뭐였는지 궁금했을 뿐인데 둘의 화학반응으로 낚였고 노르마라는 괴수에 의해 집의 모든 셋탑박스가 바뀌는 연쇄반응이 일어나버렸다. 뭐 어쨌던 쓰기 쉬운 신형이고 새 셋탑박스로 쾌적하게 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적어도 어머니가 썼을때 리모컨은 안던질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