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판, 트위터에도 봄은 오는가?

스마트폰으로 소셜미디어 피드를 보는 손
사진: UnsplashTerrillo Walls

저는 서울 출생입니다. 하지만 저 자신을 서울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네 살 무렵 경기도 남부의 한 작은 도시로 이사 왔고, 그 이후 평생 이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를 규정한다면 저는 서울 사람이 아니라, 경기도 남부의 촌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쓰는 말투는 서울 말투가 아니라 경기 남부 방언이고 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그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 고향은 어디일까요? 서울일까요, 아니면 아버지의 고향인 강릉일까요?

어찌 됐든 저는 이 도시가 저에게 가장 편안합니다. 가장 살기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에게 있어서 가장 편안한 이른바 고향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정들면 고향이란 거겠죠.

트위터는 저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정들면 고향 같은, 제가 사는 도시와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거기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곳 출신도 아니지만, 2009년부터 지금까지 17년 가까이를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2022년에 트위터를 매수한 이후로 트위터는 이듬해 X라는 이름으로 강제 개명당했고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떠나갔고, 또 한편으로는 많은 분들이 새로 들어왔습니다. 떠나가신 분들 그리고 들어오신 분들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들 이유가 있어서 오셨고 이유가 있으셔서 떠나신 거겠죠. 마치 제가 사는 이 도시를 새로 들어오신 분이나 나가신 분이나 이유를 따로 묻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사는 이 도시에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오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만, 그처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분들도 엄연히 계시는 건 사실입니다. 마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처럼요. 하지만 이역만리에서 오신 그 이방인들은 이제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고 웃으며 인사하고 격이 없는 수다를 떠는 사이입니다. 제가 서울 출신인 게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듯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조용히 새 이웃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떠나간 이웃을 이따금씩 생각해 봅니다.

상장사가 되면서 쉽게 볼 수 없게 됐던 고래가 하늘을 나는 에러 화면을 떠올려 보세요.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지금의 X는 마치 고래가 연중 내내 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늘 무언가가 고장난 느낌을 받습니다. 어설프게 경쟁사를 따라하거나 어설프게 AI를 갖다 붙이면서 기괴한 괴물이 되어버렸죠. 그 때문에 검색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당연히 돌아가야 할 기능들이 먹통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검색은 물론, 프로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 봐도 제가 예전에 쓴 글조차 군데군데 이가 빠져 찾기가 어려울 정도니까요.

지구상 가장 돈이 많다는 갑부의 우선 관심사에 X의 정상화는 없는 듯합니다. 그는 이 플랫폼을 사유화했고, 이 플랫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마치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만든 도널드 트럼프가 그러했듯이요. 트럼프가 했으니까 질세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자신이 눈에 띌 수만 있다면 X가 망가져 있든 아니든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X 말고도 몇 가지의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 곳도 없지는 않습니다. 마치 번화한 도시 한복판에 가서 숨이 턱하고 막혀오면서 얼른 빠져나가고 싶은, 그런 느낌을 받거든요.

빼앗긴 들판에도 봄은 올까요? 그렇듯 X에도 봄이 올까요? 만약 봄이 온다면 저는 멀리 이역만리로 떠나간 옛 이웃들과 함께 재회를 기뻐하며 인사하고 노래하고 싶습니다. 정든 고향에 드디어 봄이 왔노라고.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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