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AI의 종말 — 애플이 만든 선례, 삼성이 기다리던 선례
AI를 부분적이나마 유료화한 애플
저는 갤럭시 AI가 유료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가 있습니다. 그 글에서 “AI는 공짜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와 함께 애플은 서비스를 통해서 AI 비용을 회수할 여유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글에서 저는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바로 애플이 Apple One과 iCloud+라는 정기 결제 유료 구독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다시 말해서, 애플은 이미 존재하는 구독 요금만으로 충분히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애플은 WWDC26 키노트에서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애플의 발표 자료를 그대로 옮기면, 이미지 생성처럼 강력한 서버 모델에 의존하는 일부 기능에는 일일 사용 한도가 있으며, ‘대부분의’ iCloud+ 요금제를 통해 이 한도를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 공개된 시리 AI 역시 일정량까지는 무료, 그 이상은 iCloud+ 구독으로 확장하는 구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호환되는 홈 카메라의 AI 분석 기능까지 iCloud+에 포함시켰습니다. HomeKit 보안 비디오가 iCloud+ 가입 유인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AI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 모양새입니다.
애플에게도 AI는 공짜가 아니다
애플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원가 구조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애플은 올해 1월 구글과 다년 계약을 맺고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제미나이 기술과 구글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WWDC26에서 공개된 최상위 서버 모델인 AFM Cloud Pro는 구글 클라우드의 엔비디아 GPU 위에서 돌아갑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시리에게 복잡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애플은 구글에 청구서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세계에서 현금이 가장 많은 회사조차 서버 AI를 무한정 공짜로 뿌릴 수 없다는 사실만큼, “AI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잘 증명하는 사례도 없을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비용은 구독으로만 전가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신 온디바이스 AI 모델을 온전히 구동하려면 아이폰17 프로나 아이폰 에어, 12GB 메모리 이상의 M4 아이패드, M3 이상의 맥이 필요합니다. 서버 비용은 iCloud+ 구독으로, 온디바이스 비용은 상향된 하드웨어 사양 — 결국 기기 가격 — 으로 나눠서 소비자에게 청구되는 이중 구조인 셈입니다.
사실 원조는 구글이다
‘클라우드 저장공간 구독에 AI를 묶어 파는’ 모델을 완성한 것은 사실 애플이 아니라 구글입니다. 구글은 2025년 하반기 Google One 스토리지와 Gemini Advanced를 통합한 AI 요금제를 내놓았고, 올해 1월에는 한국을 포함한 35개국에 저가형 AI Plus를 추가하며 Plus/Pro/Ultra 3단계 체계를 완성했습니다. 월 29,000원짜리 AI Pro에는 지난 4월부터 5TB 저장공간이 들어갑니다. 저장공간을 미끼로 AI를 팔고, AI를 미끼로 저장공간을 파는 구조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것입니다.
애플의 iCloud+ 방식은 결국 이 구도의 추종입니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 AI 과금의 ‘새로운 디폴트’는 별도의 AI 구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클라우드 구독에 AI를 얹는 방식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쾌재를 부르고 있을 누군가
속으로는 삼성이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 모를 노릇입니다. 애플이 이렇게 선례를 만들었기 때문에 삼성도 비교적 마음이 가볍게 유료화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케어 플러스가 삼성케어 플러스가 된 것처럼 말이죠.
사실 삼성의 유료화 복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24년 1월 갤럭시 S24 출시 때부터 제품 페이지 각주에는 “갤럭시 AI 기능은 2025년까지 무료로 제공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이후 출시된 기기들에도 같은 문구가 반복되었습니다. 노태문 사장은 2024년 7월 파리 언팩에서 “2025년 말까지는 무료, 이후에는 고객 요구와 업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2025년 여름에는 삼성 가우스 기반의 온디바이스 기능 — 실시간 통역, 생성형 배경화면 같은 것들 — 은 계속 무료로 유지할 방침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온디바이스는 무료, 서버는 유료. 애플이 WWDC26에서 공식화한 것과 정확히 같은 이원화 구도를 삼성도 이미 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앞서 쓴 글의 핵심은 공짜로 제공하는 AI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혁이 필요하며, 그것은 바로 유료화입니다.
삼성에게 없는 것: 과금할 그릇
다만 삼성에게는 애플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애플에는 iCloud+라는, 이미 수많은 사용자가 습관처럼 결제하고 있는 그릇이 있지만, 삼성에는 그 그릇이 없다는 점입니다.
삼성은 2020년을 전후해 삼성 클라우드의 갤러리 동기화와 스토리지 기능을 통째로 마이크로소프트 원드라이브에 넘겼습니다. 당시로서는 ‘핵심에 집중하고 클라우드는 파트너에게’라는 합리적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지원 문서에 따르면 2026년 9월 30일부로 삼성 갤러리와 원드라이브의 직접 동기화가 종료됩니다. 5년 만의 유턴입니다.
저는 이 유턴이 단순한 파트너십 정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AI 시대에 과금을 하려면 iCloud+ 같은 자체 구독 인프라가 필요하고, 그 구독의 기본 상품은 결국 사진 백업과 저장공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의 클라우드(원드라이브) 위에서는 삼성이 구독료를 받을 수 없으니, 그릇부터 되찾아오는 것이 순서입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자체 클라우드 요금제를 어떻게 설계할지, 그리고 거기에 갤럭시 AI의 서버 기능을 어떻게 끼워 넣을지 고민하느라 꽤 분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AI Pro와 애플의 iCloud+라는 두 개의 답안지가 이미 책상 위에 놓여 있으니, 백지에서 시작하는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공짜 AI는 없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공짜 AI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애플이 iCloud+로 문을 열었고, 구글은 이미 그 길을 닦아 놓았으며, 삼성은 그릇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만간 삼성도 유료화를 할 것으로 저는 전망하고 있고,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변화가 예상됩니다. 온디바이스 기능은 무료로 남되 서버 기능이 클라우드 구독에 묶이는 형태가 가장 유력하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