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일본의 중견 문구 메이커인 카알(CARL) 사무기(カール事務器)에서 내놓은 ‘앤젤 5 그란’ 연필깎이를 일본에서 수입했습니다.
이전에 카알 사무기에서 나온 ‘앤젤 5 로열 3’가 입소문을 타고 많이 팔렸는데요. 칼날을 완전히 쇄신해서 자사 공장에서 만든 신제품이 바로 앤젤 5 그란입니다. 일단 직접 눈에 띄는 장점은 무단계로 약 0.5mm에서 0.9mm까지 심의 굵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고요.
그리고 A5GRS와 A5GRC 모델이 있는데, GRS 모델의 경우 샤프하게 깎기 위해서 연필의 깎인 면이 약간 R을 띠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 GRC 모델의 경우 이름 그대로 콘형으로 직선 모양으로 깎인다고 합니다.
제조사에서는 GRS는 일반적인 필기용으로, 그리고 GRC는 조금 무른 연필을 깎는 데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A5GRS를 선택했고요. 이전에 사용하던 엔젤 5 로열 3(A5RY3)과 중간에 나왔던 한정 모델인 엔젤 5 로열 3N 모델(A5RY3-N)과 비교해 봤습니다.

참고로 ‘엔젤 5 그랜드’라고 영어로 표기할 수 있는데, 제조사에서는 어디까지나 ‘그란 グラン’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일단은 ‘그란’이라고 적었습니다. 추후 한국에서 정식 수입할 때 어떻게 불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 가서 변경을 하든지 해야겠습니다.
앤젤 5 시리즈 연필깎이의 특징
엔젤 5 시리즈 연필깎이의 특징이라면 일본제의 강성 높은 금속 보디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칼날까지도 일본제를 고집하고 있는데요. 이 연필깎이의 핵심인 칼날 블록을 자사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일본제 칼날을 사용한 덕택에 연필을 깎는 느낌이 굉장히 부드럽고, 깎인 결과물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특히 엔젤 5 그랑에 와서는 칼날 블록뿐만 아니라 칼날까지도 단순 일본 자체 생산을 넘어 아예 카알 사무기가 독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엔젤 5 로열 3와 엔젤 5 그랑 사이에 나왔던 엔젤 5 로열 3N 모델이 한정 판매되고 있는데, 이 모델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둘 다 구입해 보았습니다. 칼날 블록을 열어서 유심히 살펴보고 깎인 연필을 비교해 보았지만, 실질적으로 엔젤 5 로열 3N과 엔젤 5 그랑은 거의 동일한 제품으로 보입니다.

지금 현재 엔젤 5 로열 3N 모델과 엔젤 5 그란 모델의 경우 가격 차이가 약 1,000엔가량 나기 때문에 최종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지만, 깎는 느낌이나 실물을 봤을 때 거의 동일해 보입니다. 다만 칼 사무기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엔젤 5 로열 3 모델은 단종(생산중단)이 되었고, 현행품은 어디까지나 엔젤 5 그란이라는 입장입니다. 한국에서 판매되었던 엔젤 5 로열 3 모델의 경우 심 굵기를 0.5mm와 0.9mm 두 단계로만 선택이 가능한 모델이었습니다. 그 모델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 참고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앤젤 5 그란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장점
엔젤 5 제품들이 다 그렇듯이 몸체와 손잡이가 모두 메탈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견고하고 튼튼해서 아이들이 사용하면서 망가뜨릴 염려가 적다고 밝히고 있고, 실제로도 그래 보입니다. 굉장히 다부지게 만들어진 레트로풍의 재해석 제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엔젤 5 시리즈 자체가 1960년대에 출시됐던 엔젤 5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복각한 제품인 만큼,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 아름다운 경면 처리가 되어 있어서 책상 위에 두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깎는 느낌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굉장히 부드럽고 돌리는 힘이 적게 들어갑니다. 아이들도 쉽게 깎을 수 있을 것 같고, 깎인 모양도 깔끔하며 뾰족하게 잘 깎여서 만족스럽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0.5mm에서 0.9mm까지 다이얼을 돌려서 굵기를 무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예전 모델의 경우에는 0.5mm와 0.9mm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지만, 이제는 다이얼을 돌려 본인이 원하는 깎기 정도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실용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단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커다란 단점은 이 제품의 척(연필을 고정하는 이빨)이 플라스틱제라는 점입니다.
초기 엔젤 5 제품의 경우에는 척이 고무제였습니다. 고무제 척을 사용하면 오래 사용하다보면 고무 부분이 마모되면서 연필이 헛도는 현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플라스틱제로 변경되었는데, 헛도는 현상도 없어지고 육각형 외에 다양한 연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장점이 생긴 반면 연필에 미세한 자국을 남깁니다.
이 점은 블랙윙이나 하이유니 같은 광택이 있는 고급 연필을 사용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연필깎이로서 연필이 부드럽고 예쁘게 잘 깎이는 면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연필에 자국을 남기지 않는 것을 우선할 것인지 선택할 필요가 있는 제품입니다.
결론
비단 일본만의 문제도 아니지만 ‘Made in Japan’이라는 물건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카알 사무기에서 나오는 연필깎이도 플래그십인 ‘앤젤 5 그란’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중국이나 해외 생산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한 번 사서 정말 고장이 날 때까지 오래오래 사용하고 싶다면, 조금 값은 나갑니다만 이 제품을 사용해 보시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척이 물었던 자국이 생기기 때문에, 그 점이 신경 쓰이시는 분이라면 다른 제품을 알아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깎는 느낌이나 깎을 때 나는 소리, 감각 모두 일품인 제품이기 때문에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국내에서 이 모델을 정식 수입하는 회사가 현재는 없습니다. 카알 사무기의 제품을 취급하는 국내 총판이 존재하지만, 솔직히 가격 면에서 일본에서 직구하는 편이 운송료를 포함하더라도 저렴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 점 역시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