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리스 보급과 모바일 결제 이념 싸움?

(여러모로 말 많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했던 유명한 발언이 있습니다. “소비는 이념이 아니다”라는 말이죠.

마그네틱 스트라이프가 사라진 마스터카드의 샘플 이미지
이미지 제공: 마스터카드

결제에는 이념이 있다?

저 자신은 이 말을 희대의 망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제에는 이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컨택리스 결제는 다른 해외 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발전이 느리고 보급이 더딥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근저에 자리 잡는 이념 전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컨택리스 결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맹점에 대해 논할 때 꼭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애플페이를 위해 돈을 내야 합니까?”라는 의문인데요.

사실 컨택리스 결제를 도입함으로써 혜택을 보는 것은 애플페이뿐만은 아닙니다. 삼성페이도 마찬가지이며, 카드를 긁거나 꽂지 않고 단말기에 대서 결제하는 방식 자체가 모두 NFC 결제입니다. 단지 애플페이가 NFC 결제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컨택리스 결제 인프라를 도입하거나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애플이거나 애플 사용자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일부에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NFC 결제를 늘려야 한다고 하면 삼성페이 사용자들은 반발을 하더군요. 정작 그 삼성페이 사용자들 상당수가 이미 NFC로 결제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다만 본인들이 자각하지 못할 뿐이죠. 그런 점에서 볼 때 삼성이 상당히 영리하게 설계를 했고, 그 점은 삼성이 잘 만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삼성과 애플로 사실상 시장이 양분화된 한국의 극단화된 모바일 시장이 낳은 폐단이라고 저 자신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애플만을 위해 컨택리스를 도입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은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보고 있는 거죠.

‘빨간 알약’을 삼킨 한국인들

Contactless 단말기에 MasterCard를 접촉하는 모습
이미지 제공 : 마스터카드

다행히 최근 들어 NFC 단말기를 설치한 중소 가맹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민족이고, 한 번 컨택리스 페이먼트에 익숙해지면 다시는 칩을 꽂는 방식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말이죠.

많은 한국인들이 코로나 당시에는 사실상 쇄국 상태였기 때문에 컨택리스 페이먼트의 장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경험도 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근린 국가에서 컨택리스 페이먼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된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의문을 갖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컨택리스를 지불에 사용할 수 없냐고요.

저 자신은 대부분의 카드사가 카드에 컨택리스 칩을 도입하지 않았을 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니까 해외에 나가지 못해서 못 느끼는 것일 뿐, 만약 해외에 다시 나갈 수 있게 되면 남들이 삑 하고 대고 결제를 마칠 때 자기 혼자만 칩을 꽂아서 결제하는 것을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이고, 돌아오자마자 카드사에 클레임을 걸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상당수의 회사가 컨택리스 카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MST로 결제를 해 오던 삼성페이 역시 MST와 NFC를 겸용으로 사용하고 있죠. 특히 해외에서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아멕스와 연계해 NFC 결제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발매된 삼성폰 역시 해외에서는 NFC 결제만 가능합니다. 2026년 현재 삼성전자가 갤럭시 폰에 MST를 위한 부품을 추가한 국가는 한국뿐입니다. 따라서 애플페이 인프라, 즉 NFC 인프라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여러분의 폰 가격에 MST를 위한 비용을 이미 부담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잊고 계신 것입니다. 삼성에게 봉 잡히고 있으면서 세뇌당하고 있다고 하면 과언일까요?

결제에는 이념이 없습니다.

마스터카드는 대면 거래에서 칩 결제 비중이 97.8%, 컨택리스 페이먼트 비중이 80%에 육박한다고 밝히며 2033년을 목표로 카드에서 마그네틱을 추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카드에서 폴백(fallback) 수단으로 마그네틱이 존재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얘기죠. 언제까지 우리가 구식 마그네틱에 의존하는, 보안에도 취약한 삼성페이 MST에 목을 매야 할까요?

정용진 부회장의 말을 인용해 제가 고쳐 말하자면, 소비에는 이념이 있을지 몰라도 결제에는 이념이 없습니다.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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