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애용해온 바바솔(Barbasol) 쉐이빙 크림이 한국에서 품귀 현상을 겪으면서, 나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간혹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긴 하지만 가격이 치솟았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워졌다. 매일 아침 사용하는 제품이기에 대체재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시급한 문제였다.
리우젤과의 만남
대안을 찾기 위해 해외 면도 커뮤니티들을 뒤지던 중, 리우젤(Reuzel)이라는 브랜드를 접하게 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올드스쿨 이발소 스호름(Schorem Haarsnijder en Barbier)에서 시작된 브랜드라는 소개가 눈길을 끌었다.
스호름은 그 자체로 면도 문화에서 일종의 성지 같은 곳이다. “Schorem”은 네덜란드어로 “건달”, “불량배”를 의미하는 동시에 “그를 면도했다”는 과거형이기도 한 언어유희다. 창립자인 Leen과 Bertus(Rob)는 로큰롤, 펑크, 바이커 문화의 영향을 받은 바버들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재구성(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발소를 태워버릴 뻔한 경험’도 포함해서) 끝에, 전통적인 남성 이발 기술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제품을 만들어냈다. 현재는 전 세계 75개국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Reuzel (pronunciation: roo-‘zul)
1. (명사)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돼지기름을 의미한다.2. (명사) 탁월한 품질, 성능, 그리고 당당한 자부심으로 유명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급 스타일링 제품 브랜드. 돼지기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Reuzel”이라는 이름 자체도 흥미롭다. 네덜란드어로 “돼지기름”(lard)을 의미하는데, 과거 포마드가 동물성 지방으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오마주다. 초창기 브랜드 로고에 돼지가 그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지금은 ‘동물 보호’를 위해 은퇴). 시작은 그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돼지’ 로고와 마찬가지로 제품에 동물성 소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들의 슬로건을 보면, “Created By Barbers, Used By Everyone(이발사가 만들고, 모두가 사용한다)”라는데, 나는 이런 스토리를 굉장히 좋아하고(설령 그게 세련된 마케팅일지언정), 이런 브랜드 철학과 커뮤니티의 평가를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
여담인데, 어쩌다 ‘리우젤’로 한국에 소개 되었는지는 모르나,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정확한 발음은 ‘루줄’에 가깝다.


첫인상: 깡통 속 농밀한 크림
제품이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역시 제대로 된 브랜드는 패키징부터 다르다”는 점이었다. 빈티지한 느낌의 깡통 디자인은 실용성과 심미성을 모두 갖췄다(굳이 따지자면 젖은 손으로는 뚜껑을 돌려 여는게 귀찮다). 뚜껑을 열면 문자 그대로 농밀한 질감의 ‘크림’이 들어 있다. 바바솔처럼 캔에서 거품이 나오는 타입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소량을 떠서 얼굴에 직접 발라 사용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낯설었다. 거품이 풍성하게 일어나는 쉐이빙 크림에 익숙했던 터라, 이렇게 얇게 펴 바르는 크림으로 제대로 면도가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면도 경험: 소문난 쿠션감
첫 면도부터 인상적이었다. 거품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쿠션감은 소문이 날 법도 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훌륭했다. 면도날이 피부 위를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바바솔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크림은 한 단계 위의 윤활성을 제공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면도 후 피부 상태도 좋았다. 자극이나 당김이 거의 없었고, 오히려 크림의 보습 성분 덕분인지 피부가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씻어낼 때도 잔여감 없이 깔끔하게 씻기면서도 촉촉함은 남아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공식 제품 정보를 보니 알로에 베라, 위치 하젤(Witch Hazel), 퀴노아, 로즈마리, 쐐기풀, 말총(Horsetail Root) 추출물 등이 들어있다. 특히 위치 하젤은 모공을 진정시키고 수분을 밀봉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며, 로즈마리는 항염 및 항균 작용으로 면도 후 트러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제품이 비건(Vegan)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동물성 지방을 뜻하는 “Reuzel”이라는 브랜드명과는 대조적이지만, 실제로는 식물성 성분만을 사용한다.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혹시 동물 애호가라면 안심하시라, 그들은 동물 실험을 실시하지 않는다.
한 가지 참고할 점은 질레트 같은 브랜드의 쿨링 젤과는 전혀 다른 제품이라는 것이다. 멘톨이나 민트 성분으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젤 타입과 달리, 이 크림은 쿨링감이 전혀 없다. 면도 후 상쾌한 쿨링감을 선호한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반대로 멘톨 자극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쿨링감 없이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이 방식이 더 편했다.
향에 대하여
향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바바솔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이발소틱한 향기가 나는데, 공식적으로는 샌들우드(Sandalwood) 계열이라고 한다. 나는 이 클래식한 향이 만족스럽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강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면도 후에도 한동안 향이 지속되는 편이다.
다만 이 향도 시간이 지나면 은근하게 자리를 잡는다. 처음에는 조금 강하게 느껴졌지만, 며칠 사용하다 보니 오히려 아침 루틴의 일부로 익숙해졌다. 전통적인 이발소 향을 좋아한다면 분명 마음에 들 것이고, 무향이나 은은한 향을 선호한다면 다른 제품을 알아보는 것이 낫겠다.
사용법과 팁
공식 사용법은 간단하다. 젖은 피부에 얇은 층으로 바르고(브러시가 필요 없다), 평소처럼 면도하되 면도날을 자주 헹구면 된다. 면도 경험 문단에서 말했지만 면도 후 씻어낼 때 잔여감 없이 깔끔하게 씻기면서도 피부의 촉촉함은 유지되는 점이 좋았다.
한 가지 유용한 팁은 면도 후 남은 크림을 피부에 마사지하여 보습 효과를 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보니 별도의 애프터쉐이브 로션 없이도 피부가 촉촉하게 유지됐다. 소량만 사용해도 충분한 윤활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가격과 가치
솔직히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다. 96g 1개에 18,000원 정도로, 바바솔보다 확실히 비싸다. 하지만 사용량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오래 간다. 소량만 사용해도 충분한 윤활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성비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더 중요한 것은 면도의 질이다. 매일 아침 하는 면도가 불편하거나 피부에 자극을 준다면, 그것만큼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다. 반대로 매끄럽고 쾌적한 면도는 하루를 시작하는 좋은 루틴이 된다. 이 제품은 후자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격 대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
바바솔의 품귀로 시작된 대안 찾기는 결과적으로 더 나은 제품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리우젤 쉐이브 크림은 거품보다는 실질적인 윤활성과 피부 보호에 집중한 제품이며, 그 철학이 실제 사용 경험으로 이어진다.
물론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향에 대한 호불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사용하는 제품의 품질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선택이다. 나는 당분간 이 쉐이브 크림과 함께 아침 면도를 즐길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