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현재 애플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를 비롯해 키보드가 부속되는 기종을 구매할 때, 키보드 레이아웃을 한국어 키보드 외에도 US ANSI(영어), 일본어 JIS, 중국 병음 키보드 등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본값은 한국어 키보드이지만, 깔끔한 외형과 미니멀한 인상 덕분에 US 키보드를 선택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입니다. 자판은 이미 암기했고, 키캡에 글자가 적을수록 보기 좋다는 이유로 줄곧 영어 자판을 선택해 왔습니다. “보기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US 키보드의 장점은 대부분 여기에서 끝납니다. (해외가 아닌)한국에서 맥북을 사용하는 환경을 기준으로 보면, 영어 자판을 선택하는 순간 몇 가지 단점을 감수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부분은 구매 후 배송 시기입니다.
한글 키보드라면 당일 발송되는 사양이라 하더라도, 키보드를 US로 변경하는 순간 해당 제품은 BTO(Build To Order)로 분류됩니다. 이 경우 대부분 해외에서 조립되어 들어오게 되며, 배송 기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급하게 장비가 필요한 경우라면 생각보다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수리 및 AS 소요 시간입니다.
키보드 자체 고장이나 키보드를 포함한 상판 어셈블리 교체가 필요한 상황에서, 애플 리테일 매장이나 공인 서비스 센터에 US 키보드 부품 재고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부품을 국내 물류창고나 해외에서 추가로 들여와야 하며, 수리 완료까지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막상 닥치면 상당히 불편합니다. 저의 경우 맥북 프로 2018 모델의 (악명 높은)키보드를 세번 교체 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꽤 대기를 해야 했습니다. 여담으로 해외를 많이 나가시는 경우, US ANSI 키보드는 그래도 한글 키보드 보다는 부품 수급이 수월 한 편이니 해외 출장 중에 수리를 받아야 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사용 단계에서 느끼는 불편도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글 각인이 없다는 점입니다.
터치 타이핑에 완전히 익숙한 사용자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은근한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사용하는 공용 기기이거나, 누군가에게 잠시 빌려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설명 자체가 번거롭습니다. 한/영 키로 전환이 가능한 한글 키보드와 달리, Caps Lock이나 지구본 키를 사용하는 한/영 전환 위치부터 다시 안내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또 하나 현실적인 부분은 중고 거래 시의 불리함입니다.
국내 중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글 키보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US 키보드는 매니아층에서는 오히려 선호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수요가 좁습니다. 판매까지 시간이 더 걸리거나, 가격을 일부 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장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개발자처럼 영문 입력 비중이 높고, 각종 기호를 자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는 US 키보드가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레이아웃일 수 있습니다. 해외 문서나 단축키 설명이 대부분 US ANSI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어, 환경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분명한 이점도 있습니다. 또한 키캡 정보가 적어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작업에 집중이 잘 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결론적으로 US 키보드는 “더 좋은 선택”이라기보다는 취향과 사용 목적이 명확한 사람을 위한 선택지에 가깝습니다. 배송 지연과 AS 대기, 중고 거래의 불리함, 한글 각인 부재까지 모두 감수할 수 있고, 그럼에도 미관이나 영문 중심 작업 환경이 중요하다면 충분히 선택할 가치가 있습니다.
반대로 빠른 구매, 안정적인 AS, 높은 범용성을 중시한다면 한국어 키보드가 훨씬 합리적입니다. 저 역시 US 키보드를 계속 사용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하느냐는 질문에는 늘 조건을 달게 됩니다. 키보드는 사양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용자의 생활 방식과 우선순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