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MX Master 4 실사용 후기: ‘업무용 마우스 GOAT’의 현재형

로지텍 MX Master 4 무선 마우스 상자

로지텍 MX Master 마우스 라인업은 업무용 마우스의 표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MX Master 4는 6년 만의 메이저 업그레이드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실제로 손에 쥐어 보면 익숙함 속의 개선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전작과 큰 사용감의 변화는 아니되, 완성도와 내구성, 연결 안정성, 그리고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균형을 다듬은 업데이트입니다.

이 제품의 핵심은 여전히 ‘업무에서 시간을 아끼는 도구’입니다. 햅틱 피드백, Actions Ring, 8K DPI Darkfield 센서, MagSpeed 초고속 스크롤(초당 1,000줄), Bluetooth LE 5.1 및 USB-C/Bolt 수신기 호환—기능은 풍부합니다. 다만 이 모든 기능이 즉시 압도적인 변화를 체감시키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라인업의 성격답게 세팅과 적응을 거치며 장점이 서서히 드러나는 타입입니다. 그런 고로 얼마나 자신에게 ‘맞춤’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컴퓨터에 이전 MX Master 모델이 설정된 상태에서 이 제품을 Logi Options+에 인식시키면 버튼 하나로 이전 모델에서 사용하던 커스터마이즈 설정을 복사해 올 수 있습니다.

포장된 로지텍 MX Master 4 마우스

전작 대비 체감 포인트

  • 버튼 구성과 위치가 소폭 바뀌었고, 제스처/액션 접근성이 개선됐습니다. 불편하다면 Logi Options+에서 앱별로 과감히 재매핑하면 됩니다. 이 생태계가 주는 유연성이 곧 MX 시리즈의 가치라고 봅니다.
  • Actions Ring은 커서 근처에서 도구·단축키를 끌어오는 ‘작업 흐름 유지 장치’입니다. 메뉴 탐색을 줄여 동작 횟수를 줄이고(최대 63%), 테스트 조건에 따라 최대 33%까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로지텍 측은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세팅과 사용 습관이 성패를 가릅니다. 설정을 ‘나에게 맞게’ 만들지 않으면 장점의 절반을 놓치기 쉬운 기능입니다. Action Ring 지원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의 확충을 기대합니다.
  • 햅틱 피드백은 현재로선 기믹처럼 느껴졌습니다. 촉각적 알림은 재밌고 몇몇 상황에서 감각적으로 도움을 주지만, 지원 플러그인(포토샵, 라이트룸, 줌, 등)과 워크플로우 궁합이 맞아야 생산성에 실질적인 기여를 합니다. 범용으로 “와, 혁신”이라고 말하긴 이릅니다. 아직 나오지 얼마 안됐으니 향후 업그레이드를 기대합니다.
  • 스크롤 휠과 포인팅은 여전합니다. MagSpeed의 무한 스크롤과 래칫/초고속 전환은 생산성에 최적화됐고, 반응성은 안정적입니다. 다만 게이밍 기준의 즉각적 응답성·고폴링 레이트를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 트래킹은 8000 DPI로 유리(4mm 이상) 포함 거의 모든 표면에서 안정적입니다. 큰 화면 환경에서 픽셀 단위의 정밀 제어가 쉬워진 점은 분명 장점입니다.
  • 고급 라디오 칩과 개선된 안테나, USB-C 동글(수신기)로 연결 품질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멀티OS·멀티디바이스 전환(Easy-Switch, 최대 3대)도 건재해서 그간의 강점을 이어갑니다.

6년 만의 메이저, 가장 반가운 변화: 내구성

오래 괴롭혀온 실리콘(러버) 표면의 가수분해 문제—드디어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전작의 넓은 러버 적용에서 벗어나 패턴·재질 설계가 달라져 오염과 내구도 면에서 개선 가능성이 큽니다. 저도 이 부분에 가장 기대를 걸었습니다. MX Master는 적잖은 시간이 책상 위를 지배하는 만큼, 재질의 변화는 ‘사용감의 진정한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가격 감각: 18만 원?

한번 사면 오래 쓰는 제품이니 만큼 18만원이라는 가격이 개인적으로 크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우스에 거의 20만원이라는 숫자를 보니 묘하게 망설여지는 심리가 작동하더군요. 어쨌든 이 제품군은 ‘게이밍’이 아니라 ‘업무’에 초점을 맞춘 도구입니다. 윈도우와 맥을 모두 쓰고, 앱별로 단축키·동작을 세밀하게 쌓아두는 사용자라면 대안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면 트랙볼을 포함한 다른 인체공학 옵션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양 OS에서 같은 손맛과 워크플로우”를 일관되게 확보하는 관점에서는 여전히 MX Master를 넘기는 어렵습니다.

업무용 마우스로서의 한계

MX Master 4는 생산성 특화 설계입니다. 150g의 무게, 125Hz 폴링 레이트(업무에선 충분하지만 게임에선 아쉬움), 반응성 튜닝 등은 e스포츠 스타일의 빠른 조작과는 결이 다릅니다. 문서·브라우저·편집·디자인 등에서 ‘꾸준히 정확하고 편한’ 쪽으로 성능을 정렬한 제품입니다. 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와의 궁합을 기대한다면 전문 게이밍 마우스를 고려하는 게 맞습니다.

누구에게 맞는가

  • 윈도우·맥을 오가며 문서 작업, 크리에이티브, 간헐적 편집·스튜디오 운영을 하고, 앱별로 바로가기·제스처를 세팅해 시간을 줄이고 싶은 분
  • 마우스에서 툴에 바로 접근해 메뉴 탐색을 줄이고 싶은 분
  • 유리 책상, 복합 환경, 멀티 디바이스에서 일관된 트래킹·연결을 원하는 분
  • 재질·내구 개선과 연결 안정성을 ‘실제 체감 가치’로 보는 분

총평

전작 대비 ‘완전히 새롭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업무용 마우스의 레퍼런스인 이 제품은 더욱 더 향상되었고, 가장 큰 약점이던 표면 재질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입니다. 햅틱은 아직은 기믹에 가깝습니다. 대신 Actions Ring과 앱별 커스텀—이 생태계를 깊게 활용할수록 MX Master 4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18만 원이 업무 시간과 손목 편안함, OS 간 일관된 워크플로우로 환산될 수 있다면, 선택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업무용 관점에서, 대안 찾기가 현재로선 쉽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하기 때문 입니다. 다만, MX Master 3나 3S를 사용하시면서 외관이나 기능에 문제가 없으시다면 아직 구매하시는건 보류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햅틱 기능이나 외관 재질 개선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적 개선은 이전 모델에서도 소급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미 표면이 열화되어 끈적거리거나 벗겨지기 시작하였다면 이 참에 교체하신다면 바뀐 재질에 만족하실 것이라고 봅니다.

여담. MX Master 4는 스케이트를 제거하지 않고도 수리가 가능하게 바뀌었습니다. 일부 사용자에게는 이 역시 장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푸른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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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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