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까지는 맥북을 고른다면 당연히 맥북 프로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라면, 혹은 제대로 된 성능을 원한다면 ‘프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인식이 강했지요. ‘프로’라는 이름만으로도 신뢰감과 만족감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저 역시 “맥북이라면 맥북 프로”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맥북 프로는 이제 정말 ‘프로’를 위한 기기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일반 사용자도 맥북 프로를 부담 없이 고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격과 성능이 크게 올라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오히려 과잉이 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가격의 벽, 성능의 무게
맥북 프로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꾸준히 성능이 향상되었습니다. M1, M2, 그리고 이제는 M3와 M4 칩까지, 매번 놀라울 만큼 빠른 연산 능력과 그래픽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상 편집, 3D 렌더링, 머신러닝 같은 무거운 작업을 하는 전문가에게는 최고의 도구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치솟았습니다.
5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구성을 쉽게 볼 수 있고, 최상위 모델은 800~1000만 원 이상을 호가합니다. 단순히 ‘노트북을 하나 장만한다’는 개념을 넘어, 작은 차 한 대를 살 만큼의 비용이 드는 셈입니다. 예전 같으면 ‘좀 무리하더라도 프로로 가자’ 하고 선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말 필요한 성능인가?
저는 제 작업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 고성능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저는 주로 브라우저를 열어 자료를 찾고, 글을 작성하고, 간단한 이미지 편집을 하는 정도입니다. 때로는 영상 편집을 하기도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컷 편집이나 자막 삽입 수준에서 그칩니다.
이런 작업들은 사실 맥북 에어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예전 같으면 에어는 단순히 가볍고 배터리 오래가는 보조용 기기 정도로 여겨졌지만, M 시리즈 이후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맥북 에어도 이제는 대부분의 작업을 거뜬히 해낼 만큼 성능이 좋아졌습니다. 오히려 팬이 없는 구조 덕분에 소음이 적고, 휴대성도 뛰어나 일상에 더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에어가 보여주는 존재감
맥북 에어는 이름처럼 가벼움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무게가 줄어들수록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침대나 소파에 앉아 뒹굴며 쓰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길어 충전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동하면서 쓰는 노트북이라면 이런 요소들이 성능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세대의 에어는 외부 모니터 연결,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빠른 SSD 등 기본기가 충실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글을 쓰거나 브라우저로 리서치를 하는 제 작업 패턴에는 오히려 더 알맞습니다. 굳이 고사양 GPU를 활용하지도 않고, CPU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일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상징성에서 실리로
예전에는 ‘프로’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이 컸습니다. 전문가라면 프로, 제대로 하려면 프로라는 일종의 자기 만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제게 맞는 기기가 무엇인지입니다.
맥북 프로는 여전히 최고의 기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최고는 특정 사용자층을 위한 것입니다. 저처럼 주로 문서 작업과 웹 사용, 간단한 멀티미디어 작업에 머무르는 사용자에게는 과유불급일 수 있습니다. 성능은 남아돌고, 가격은 부담이 됩니다. 반대로 맥북 에어는 충분한 성능을 갖추면서도 가벼운 무게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 일상에 더 잘 맞습니다.
결론 – 나에게 맞는 맥북은 무엇인가
결국 저는 “맥북이라면 맥북 프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 작업 환경과 필요에 맞는 기기를 고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맥북 프로는 이제 정말 ‘프로’를 위한 기기로 자리 잡았고, 일반 사용자라면 오히려 에어가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맥북 프로의 디자인과 성능에 매력을 느낍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제 생활을 돌아보면 맥북 에어로도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결국 선택은 화려한 스펙보다 제 일상을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어주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상황에서는 그 답이 맥북 에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프로’가 저에게 어울리는 날이 오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