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밀러 에어론 의자 구입 1년

에어론 의자를 산지 1년이 지났더군요. 5월 어버이날 쯤에 샀을 겁니다. 배달은 미뤄지고 미뤄져서 7월에나 되었습니다만. 그러므로 정확하게는 사용한지는 10개월 여지만 산지는 1년이 되었습니다. ‘구입 1년’이니 제목은 거짓말은 아닙니다. 아마도.

허먼 밀러 에어론 의자 전면

사실 저는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면서 랩톱을 사용하는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 좋아해 마지 않는 해피해킹 키보드 조차도 침대에서 쓰기 힘들다는 이유로 반쯤 유폐를 했었던 몸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이 의자를 사고 나서 확실히 책상에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에어론을 사면서 무엇을 바라시나요? 허리가 덜 아팠으면 좋겠다 라거나 그런 요망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오래 앉아도 편안한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망 사항이 있었고, 에어론 의자는 그걸 잘 해결 해주었습니다. 둥실둥실 떠있는 듯한 에어론의 착석감은 직접 앉아보셔야 아실 수 있습니다.

에어론 의자 자체는 90년대부터 원형이 있었고 2016년에 나온 리메이크 모델은 ’90년대의 오리지널 에어론의 부품을 하나도 유용하지 않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중요한건 에어론의 핵심은 역시 메쉬 자판과 등판인 것 같습니다. 깊숙히 파묻고 앉았을때 착좌감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죠. 반면 에어론의 등받이(PostureFit SL)은 편해요, 편하기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갖다 붙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90년대에 이 의자를 만들었던 돈 채드윅과 빌 스텀프는 2010년대에 서로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데, 돈 채드윅은 에어론을 완전히 재설계하는 일을, 그리고 빌 스텀프는 완전히 새로운 의자인 엠바디를 만드는 일을 착수했죠. 그쪽의 경우 에어론과 반대로 착좌감 보다 등받이를 더 중시한 느낌을 받습니다. 어쩌면 “요통이 나았으면 좋겠네” 하시는 분이라면 에어론도 좋지만 엠바디에 앉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에어론이 허리에 불편하다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에어론은 정말 올바른 자세로 앉기 편하고 올바른 자세로 앉으면 매우 장시간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의자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올바른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으면 허리에 부담은 확실히 덜 갑니다.

그러나 확실히 단언할 수 있는 건, 에어론에 앉아서 ‘느긋히 유튜브로 고양이나 볼까?’ 하는건 접는게 낫습니다. 이 의자는 휴식을 위해서 만들어진 의자가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임스 체어(Eames Chair)라는건 이런 물건인데요. 그림의 모델은 대략 1,100만원 정도 합니다.

허먼 밀러 임스 체어

허먼 밀러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은건지도 모릅니다. 출근해 일을 ‘하는’ 사축은 에어론에 앉아서 일하고, 출근해 ‘쉬시는’ 중역은 임스 체어에 앉으십시오. 라고 말이죠.

뭐, 반은 농담이구요. 에어론에 앉아서도 충분히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지낼 수 있습니다. 다만 사람, 편하게 앉으면 눕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이다. 라는 말만 덧붙이겠습니다.

10개월 사용한 의자의 사용감은 거의 없습니다. 바퀴 부분이나 좀 세월이 있나 싶지만 나머지는 잘 닦아주고 청소기로 빨아들이고(정말~ 정말~ 구석구석 먼지가 잘 낍니다) 있어서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하기야 사무실에서 이리저리 뒹굴어도 모자람이 없도록 설계된 의자가 집에서 곱게곱게 모셔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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