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애플은 또 다시 트럭을 만드려하나?

스티브 잡스는 이제는 은퇴한 월트 모스버그 옹과 대담에서 아이패드와 PC를 두고 승용차와 트럭의 관계로 비유했습니다.


그는 태블릿이 컴퓨팅의 미래라고 내다보았습니다. 농촌에서는 트럭이 필요했지만 도시화가 되면서 점차 승용차의 수요가 늘고 그에 맞는 혁신, 이를테면 자동변속기나 파워스티어링 따위가 생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근데 왜 애플은 트럭을 만들려고 하는걸까요? 왜 아이패드를 PC로 만들려고 할까요? Make Truck Great Again 인가요? 월트 모스버그 옹이 최초 질문에서도 그랬듯이 태블릿이 컨텐츠 생산에 약하다는 사실은 잡스 생전부터니까 상당히 예전부터 제기된 문제인 것입니다.

압니다. 애플은 지금도 아이패드가 차세대의 컴퓨터라고 주장하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이 PC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잡스의 비유를 인용하면 애플은 아이패드로 짐을 실어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제가 보기에는 잘해야 폴딩 시트를 갖춘 해치백이나 SUV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가 대담에서 밝혔듯이 트럭은 여전히 필요한 존재입니다. 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SUV나 해치백이 트럭을 대체할 수 없듯이 아이패드가 맥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트럭만한 SUV나 해치백(맥과 아이패드의 혼종, 이를테면 터치패드가 달린 맥이나 마우스가 달린 아이패드)이 나올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젊은 학생들이 스마트폰 키보드는 조작해도 컴퓨터 키보드로 입력을 못할 정도로 ‘PC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고 기사가 나서 회자될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어린이나 젊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컴퓨팅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일 가능성이 높죠. 애플에 있어서 아이폰이 비중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팅 디바이스니까요.

아이패드가 정체된 것은 아이패드가 세컨드 디바이스기 때문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을 두고 재어볼때, 만약 제일 먼저 손에 넣어야 하는 단말이 있다면 일단 연락을 취하기 위한 전화, 즉 아이폰을 택할 것이고 그 다음이 일을 하기 위한 컴퓨터, 맥일 겁니다. 아이패드는 여가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장치라는 인상이 여전히 강하고 실제로도 그런게 사실입니다. 이런저런 장난감에 관심이 많은 저 조차도 3년도 넘은 아이패드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사용자들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왜 애플은 맥을 냅두고 또 다른 ‘트럭’을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거기서부터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내면서 생긴 애플과 사용자간의 인식의 괴리가 시작됩니다. 새 아이패드 프로는 비싼 녀석은 200만원이 넘어갑니다. 후덜덜하죠.

애플이 PC의 대체재로 아이패드를 제시하면서 본의아니게 비슷한 폼팩터의 서피스하고 늘 비교가 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서피스가 될 수 없고 서피스는 아이패드가 될 수 없습니다. 컨텐츠를 만드는데 서피스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릅니다만 서피스는 아니어도 윈도우 2 in 1을 사용해보았기 때문에 말할 수 있습니다. 터치로 컨텐츠를 소비하는데는 아이패드가 최강이라는 것을요.

아이패드는 짐을 실을 수 있습니다. 4륜 구동이라면 도시를 벗어나서 조금 험한 시골길이라도 문제 없을지 모르죠. 도시 생활을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4륜 구동의 SUV라면 충분한 양의 짐을 싣고 평생 다닐 길의 대부분을 문제 없이 달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저처럼 2종 자동 면허를 가지고 있다면 몰 수 있는 트럭을 찾는게 몰 수 없는 트럭을 찾는것 보다 빠를겁니다. 제가 2종 자동 면허를 딴 것은 “포르쉐도 자동 변속으로 나오는 세상이잖아”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처럼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같은 태블릿으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PC라는 ‘트럭’은 몰 일도 없고 몰 필요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말하는데 왜 애플은 트럭을 만들려고 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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