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맥북프로가 나왔을때 사람들은 기겁을 했습니다. 포트가 4개인데 전부다 USB-C 였죠. 변환단자를 찾지 못하거나 놓고 와서 난리가 났습니다. 2012년 맥북프로가 나왔을때 사람들은 기겁을 했습니다. ODD가 사라지고 이더넷이 사라져버렸죠. 아는 분은 뉴욕의 허름한 호텔방에서 와이파이 속도가 거북이 같을때 동아줄 같았던 이더넷 케이블을 꽂을 곳이 없다는걸 알고 절망하신 다음 정신을 차리고 이더넷 어댑터를 구입하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등등. 애플이 4개의 포트만을 남겼을때 사람들은 말하더군요 “이게 과연 프로 위한 노트북인가?” 라고 말이죠. 2016년 선더볼트 3 쇼크 이후로 2년이나 지나서 저는 560여만원의 노트북 가격외에도 틀림없이 동글 가격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별도로 예산을 잡아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컴퓨터가 도착하기도 전에 동글을 좌악 깔아놓았습니다. 그리고 넣을 조그마한 파우치도 준비했죠. 거기에 기왕 넣는거 50cm 랜케이블에 이것저것 넣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맥북프로로 사용하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은 동글없이 사용하거나 무선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매일 꽂는 타임머신 백업용 USB-C to microUSB 3.0 케이블입니다. 외장하드에 연결하거나 가~끔 블루레이를 보기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USB-C to Ethernet 동글입니다. SD 리더나 Multiport-AV 어댑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고… USB 3.0 (타입A) 장치를 위해서 어댑터나 동글을 사용하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동글동글지옥은 생각보다 살만한 곳이었습니다. 오히려 USB-C PD 전원 케이블을 좌우로 자유롭게 오가며 꽂을 수 있어서 책상에서 작업할때는 우측에 침대에서 작업할때는 왼측에 놓을 수 있어서 정말 편했습니다. 은근히 노트북 둘레만큼 손해보는 길이가 장난이 아니니까요.
확실히 맥북 프로에서 선더볼트만 남긴건 굉장히 래디컬한 설계 사상이고 제가 종종 말하듯이 사용자를 자신들에게 맞추는 애플의 전형이라고 봅니다만 의외로 사는데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빠른 SSD와 끝내주는 디스플레이, 그리고 트랙패드가 주는 만족감이 더 좋았습니다.
뭐 모두가 만족하지 않을거라는건 압니다. 그리고 그걸 어찌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이죠. 만약 제가 맥북프로를 사지 않았다면 ThinkPad X1 Extreme을 사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것도 옵션을 적절이 올리면 400만원은 가볍게 넘더군요. 물론 맥북프로보다 나은 부분도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종합적으로 값은 싸네요) 하지만 이것도 언제나 말하지만 맥을 돌릴 수 있는 컴퓨터는 맥 뿐입니다. macOS와 하드웨어가 하나되어 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담. 8월달에 맥북프로 나오자마자 산 입장에서 보면 요번에 나온 Vega 그래픽 업데이트 옵션이 속이 좀 쓰리네요. 이번에 사서 몇년을 쓸 것을 각오하고 샀는데 말입니다. 조금이라도 성능이 좋은걸 바라는건 인지상정이거든요. 물론 최고의 컴퓨터를 사려면 죽기 전에 사는게 좋다는 90년대부터 거슬러오는 격언 비스무리한게 있긴 하니 쓰린 속을 부여잡을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