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Bose 헤드폰을 설명할때 종종 사용하는 단어가 “Bose 사운드”입니다. 보스는 보스의 소리가 납니다. 결코 플랫한 소리는 아니지만 특히 팝이나 가요를 들을 때 매우 좋은 소리가 들립니다. 보스는 아예 자신들의 사운드 시그니처, 혹은 주파수 응답을 위해 조절을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곤 합니다. 그 보스 사운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 보스 사운드 때문에 보스 제품을 사는 사람이 있지요.
Beats by Dr. Dre는 어떨까요? 제가 처음으로 Beats 헤드폰을 만난건 용산에 있는 대화 컴퓨터에 맥북 고치러 갔다가 기다리는 틈에 Bowers and Wilkins의 P5 헤드폰과 함께 들어본 겁니다만, 당시 Beats 헤드폰은 정말 질릴 정도로 베이스 귀신이었죠. 이상하죠? 보스 헤드폰을 처음 들었을 때도 비슷한 감상이 있었습니다.
애플이 Beats를 인수한 이후로도 저는 Beats 브랜드를 경원시했습니다. 그러다가 애플이 무선으로 향하는 “용기”를 낸 이후로 W1 칩 탑재 라인업을 소개한 이후로 에어팟을 써보고 나서 에어팟으로 약간 모자라는 점을 채우기 위해서 저도 용기를 내서 Beats X를 구입했습니다.
Beats X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인 이어(커널)형 이어폰, 넥밴드 타입
- 블루투스 무선 사용
- W1 칩 탑재
- 8시간(스펙 시트상) 재생
- 비츠 특유의 칼국수 케이블
- 라이트닝으로 충전
- AAC와 SBC 코덱 지원
- iOS/macOS 기기와 사용이 일차적이지만 비 애플 브랜드 답게 다른 OS 기기와 페어링하고 기기 목록에서 선택하면 바로 사용가능(애플 기기가 없어도 사용에 큰 지장은 없음).
일단 인이어 형이기 때문에 오픈형이라 숭숭숭 바깥 소리가 들리는 에어팟보다는 차음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블루투스 형입니다만 놀라운건 에어팟도 그랬지만 상당한 무선 거리를 자랑한다는겁니다. 이쯤 되면 뚝뚝뚝 끊어질 법도 한데 전혀 끊어지지 않더군요. 심지어 작동하는 전자레인지 앞에서도 말이죠. 전화기는 저어 멀리 있는데 말입니다. 집이 크지는 않지만 집 한쪽 끝 제 방에서 한 쪽 끝의 부엌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집안을 휘저어도 끊기지 않습니다. 애플 왈 Class 1 블루투스를 지원한다는데 위키백과 보니 거리가 100m라더군요 -_-;;
Beats X도 에어팟과 마찬가지로 W1 칩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주장하는 장점은 1) 쉬운 연결 2) 접속의 안정성 3) 높은 배터리 효율 4) 한번 페어링으로 모든 애플 기기에서 사용이죠. Beats X도 에어팟과 마찬가지로 전원을 켜고 잠금이 풀린 아이폰 옆에 두면 바로 접속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접속 안정성은 말씀 드린대로고… 배터리 효율은 스펙시트 상 8시간입니다만, 보스 QC35가 배터리를 50% 밑으로 떨궈서 충전한적이 드물 정도일정도입니다만, 외출시에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Beats X를 집에서 사용하면서 배터리 부족 소리가 나면서 꺼진 적이 드뭅니다.
Beats X는 W1 칩을 탑재한 Beats 헤드폰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라이트닝으로 충전하는 제품입니다. 이상하게도 다른 Beats 헤드폰은 W1을 탑재해도 마이크로 USB 케이블을 주고 있죠. 애플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는 Beats X의 방식이 나을 겁니다. 라이트닝 케이블이야 애플 제품 몇개 쓰다보면 남아나는 거고, 제품에도 짧지만 하나 들어 있으니까요.
다만 포장부터가 애플 답구나 싶을 정도로 세심하지만, 뜯자마자 실망한건 흰색 Beats X에 검정색 케이스와 검정색 라이트닝 케이블이 들어있었던 겁니다. 본체 색에 맞췄다면 참 좋았을 텐데요. 같은 아쉬움은 아까 설명한 아이폰 페어링 과정에서 나오는 제품 사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정색 Beats X가 화면에 나오죠. iTunes에 검정색 iPod을 꽂으면 검정색 iPod이 개요 창에 나오는 애플 답지 않구나 싶었습니다.
제공된 케이스가 있는데 은근히 이거 어떻게 집어 넣는건지 긁적이시는 분이 계시더군요.
위의 사진처럼 우선 목의 탄성이 있는 밴드부분을 둘둘 만 다음에 나머지 부분을 둘둘 말아서 넣으면 밴드 부분이 둥글게 말려서 튀어나오지 않고 깔끔하게 수납됩니다.
제가 W1칩을 사용한 제품을 쓰면서 감탄한 점은 블루투스 제품은 가끔 제품의 동작을 개선하기 위해서 펌웨어를 업데이트하는데 아이폰에 페어링 해두면 저절로 펌웨어가 업데이트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아이폰의 설정-일반-Beats X에서 Beats X 관련 정보를 확인이 가능하답니다.
사실 전원을 켜고 끄고 하는 일련의 조작이 필요하는 등 케이스에서 꺼내기만 하면 되는 AirPods 에 비하면 좀 덜 섬세한 면은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이폰을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스무스하게 사용하실 수 있겠죠. 애플 기기를 자유롭게 오가는 점도 매력적이실 겁니다.
2플랜지 팁을 비롯한 4개의 팁과 보스의 StayHear 팁을 연상시키는 귓바퀴에 고정하는 두개의 윙팁 어댑터가 제공됩니다. 사용하는 팁을 본체에 꽂기 전에 끼우고 팁을 끼우면 운동할때라던지 어지간해서는 빠지지 않을겁니다.
제품의 특성상 완전 와이어리스는 아닙니다.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많이들 볼 수 있는 일종의 넥밴드 형태입니다 다만 밴드부분은 그냥 탄성이 있는 고무고무한 재질이고 넥밴드 끝에 배터리와 컨트롤 박스가 있습니다. 이 조그마한 부분에 용케 8시간짜리 배터리를 쑤셔넣었구나 싶습니다. 정말 W1 칩이 전력을 덜 먹나봅니다. 에어팟과 달리 컨트롤이 가능한 리모컨과 마이크가 있습니다. 통화를 좀 해봤는데 마이크는 그냥 그럭저럭인것 같습니다. 리모컨의 클릭감은 좋고, 무선 헤드폰이지만 가운데 버튼을 눌러 시리를 불렀을때 반응 속도는 꽤 빠릅니다.
이어폰 유닛의 끝에는 마그네틱이 있어서 음악을 듣지 않지만 그냥 목에 걸고 다닐때 척하고 붙어서 덜렁덜렁 거리지 않습니다. 다만 이어폰 선이 좀 길어서 귀에 끼우고 있으면 좀 모양이 빠지는 것 같아요.
아, 중요한 소리 얘기를 안했군요. 베이스가 조금 강조되어 있지만 예전 Beats 제품마냥 고음을 완전히 죽이진 않습니다. 적당한 수준으로 고음이 들립니다. 이런저런 장르를 부담없이 들을 수 있어서 매니아적 취향보다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을 소리가 납니다, 아 이거 모가 나지 않는 소리구나 싶었어요. 아마 팝이나 가요 계통을 틀어보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소리 시그니처를 다듬어서 계속 유지한다면 Bose 사운드가 아니라 Beats 사운드도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애플이 보스를 따라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좋은 지표가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도 이 녀석에 대한 스펙을 볼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주파수도 안나오죠. 트위터에서 인기가 있었던 모 이어폰의 주파수가 공개되지 않았던 점이 씹힌걸 감안하면 허허허. 뭐 적어도 얘는 소리에 대해 과대포장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말씀드렸듯이 Beats가 인기 있을 법한 분야에서 특기가 있는 그런 헤드폰입니다. 과장이 있거나 할 수는 있지만 그냥 즐겁게 들을 수가 있어요. 언제나 정진요리같은 하이파이 음악을 듣는건 재미 없잖습니까?
아, 이 녀석 볼륨이 무지막지하게 셉니다. 절반 이상 올리면 귀에 부담이 꽤 클겁니다. 뭐 쿵쾅거리는 맛이 좀 있어야 듣는 재미도 있지만 귀에 무리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Listen Responsibly.
정리하면 대중적으로 무난한 밀폐형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에어팟의 시원시원한 개방감이 부담스러운 분에게 대안으로 권할 만한 제품입니다. 값도 에어팟보다 저렴한 편이구요. 뭔가 음질에 대한 특정한 고집이 있으시다면 다른 제품을 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이 애당초 블루투스 이어폰을 생각하시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