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내가 나이기 위해서

이 무슨 휴대폰 중독자적인 미친 제목이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2017년 한국에서 휴대폰은 그야말로 내가 나이기 위해서 필요한 중요한 물건입니다. 온라인에서 자신을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개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방식은 휴대폰 인증이지요. 은행에서 조금만 고액의 거래를 하거나 중요한 거래를 하자면 공인인증서나 OTP만으로는 부족해서 휴대폰을 통한 2-STEP 인증이 필요합니다.

그냥 휴대폰이어서는 안됩니다. 본인 이름으로 개통된 휴대폰이 필요하죠. 저는 10년 넘게 쓰는 번호가 있지만 이 번호는 동생명의기 때문에 금융 거래나 본인 인증은 전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떤 X자식이 미성년자던 제 이름으로 휴대폰 할부를 3회선이나 끌어다써서 연체를 했고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어서 동생 명의를 빌렸었습니다만 명의 변경을 하는 순간 생기는 금전적 불이익이 나날이 늘어가다보니(로밍 무료 쿠폰, 데이터 무료 쿠폰, 멤버십 혜택 등등) 그냥 안드로이드도 쓸 겸, 모든게 정리되서 제 이름으로 개통할 수 있게 된 다음에는 제 이름으로 그냥 안드로이드 한 회선 더 개통해서 쓰고 있습니다.

예, 여기서 짐작하시겠지만… 명의 도용이라는거 일어납니다. 나라는걸 인증하기 위해서 나의 휴대폰이 필요하지만 나라는걸 증명하는 휴대폰이 제3자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죠. 물론 최근에는 회선 하나 열 때마다 경고가 모든 본인 명의 회선으로 갑니다만… 완벽한 본인 인증 수단일 수 없다는걸 의미합니다.

외국인이나 재외국민이 가장 난감해하는 인증 수단이 휴대폰 본인 인증이라고 하죠. 차라리 주민번호가 나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뭐 휴대폰을 통한 2단계 인증은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이니 이해한다고 칩시다. (실제로 오늘 amazon.com에 고객지원하면서 인증 SMS를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휴대폰 사용하지는 않지요. 공인인증서도 아이핀도 있지만 이 모두가 휴대폰이 없으면 발급조차 안되지요. 카드 인증 등 아예 휴대폰을 이용하지 않는 수단도 있습니다만 수수료 문제일까요? 이해관계 문제일까요? 이를 갖춘곳은 그다지 많지가 않죠. 아, 카드도 온라인으로 만들때는 휴대폰 번호가 필요하군요. 발급하고 나서 제대로 사용하려면 자기 휴대폰 하나 있어야 하고요.

그런고로 내가 나이기 위해서 휴대폰은 하나 있어야 하는게 되는군요. 뭔가 좀 이상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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