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에포트의 함정 – 일본의 통신 양극화 3

베스트 에포트(best effort)라는 말을 들어 보신적이 있으신지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는 썼던 말입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사어가 되어버렸죠. 뭐 다른 말로 바뀐 까닭도 있지만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베스트 에포트라는 말이 뭔 말인고 하니… 예를 들어 여러분이 100Mbps 급 회선을 계약했습니다. 통신사에서는 각종 제반 사정, 가령 동시 접속 부하라던가 이런저런 연유로 인해 속도가 떨어지더라도 문자 그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베스트 에포트형 서비스ベストエフォート型サービス”는 그러니까 100Mbps로 계약을 해도 100Mbps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뭐 면책 나쁘게 말해 면피 같은 겁니다.

사실 이게 어쩌다가 100Mbps가 나오지 않거나 우리나라처럼 현실적으로 80~90Mbps 정도 나오는 상황에서 100Mbps가 나오지 않았지만 ‘베스트 에포트’임으로 허는수가 없다. 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겁니다만 문제는 일본에서는 베스트 에포트라는 단어를 거의 매직워드로 남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1000Mbps 급 서비스가 10Mbps가 안나와도 “베스트 에포트”고 150Mbps 급 MVNO의 LTE에서 1Mbps가 나오지 않아도 베스트 에포트인겁니다.

업체에서는 그냥 베스트 에포트입니다. 한마디로 클레임을 방어할 수 있는거죠. 부글부글 끓는건 사용자일 뿐입니다. 사연을 접해보면 기가급 인터넷이 사용자 많이 몰리는 시간엔 느려지고 새벽에 빨라지는… 제가 FTTH를 설치한게 06년이고 00년 경에 케이블 모뎀을 설치했는데 케이블 모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대문짝만하게 1Gbps 광 회선, 175Mbps ‘고속’ LTE라고 써놓고 자그마하게 베스트 에포트라고 적어놓고는 실제로는 느릴수 있다 깨알같이 써놓고나서 실제로는 그것에 턱도 안미치는건 둘째치고 실사용에 지장이 오는 수준이 종종 올라오는 현실입니다.

MNO의 서비스는 그래도 2~30Mbps, 못해도 10Mbps 대가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MVNO는 그 조차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요즘은 전문가들도 모두가 그냥 점심시간 때 등 피크 시간대에는 속도가 떨어진다는걸 감안하라고 조언할 정도거든요. 그게 1Mbps도 안될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선의 경우에는 SLA(최저보장속도제)가 있기 때문에 계약서상의 속도(가령 저희집은 115Mbps입니다)를 보장해주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것도 없으니까요.

우리나라를 보고 초고속 인터넷만 강국이냐. 라고 비아냥 대지만 초고속 인터넷이나 모바일 인터넷이 멀쩡한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대단한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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