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텔레비전에서 제 지난달까지 제 주치의와 작년까지 제 주치의 였다가 다시 제 주치의가 될 사람을 봤습니다. 편의상 각각 A와 B라 하죠.
경기도 모 종합병원에서 A와 만난 것은 B가 연수를 위해 일 년 간 미국으로 떠나게 되서 공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B는 저와 한 3년인가 4년간 진료를 했던 관계입니다. 그전에 또 다른 의사와 5년인가 6년인가를 진료를 했는데 편의상 이 사람을 C라고 하죠. C가 병원을 관두어서 B와 진료를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 C가 관둘때는 충격으로 울면서 C의 병원으로 옮길까하고 생각도 했었습니다만. 이상하리만치 이젠 적응이 된것인지 그냥 한 번 겪어 본 까닭인지. B가 미국으로 가서 다시 올지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그냥 잘 다녀오라고 악수나 하고 일어났습니다. 결국 사무적인 관계라는걸 알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심했던 것은 A와의 경우였습니다. B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정말 맘에 들지 않아서 고생을 했기에 의사를 바꿔야 하는거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나중에는 상당히 마음이 맞았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사이가 됐습니다만(그래서 좀 아쉬웠습니다), A와는 끝까지 사무적인 관계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좀 나아 지려나 했을 무렵 B가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A는 처방도 B가 했던 것을 크게 바꾸지 않았었고(마치 B가 올 것을 예상이라도 했었나 봅니다) 처방 변경은 B에게 일임하자고 하며 잘됐다는 듯이 B에게 가보는게 어떨까라고 물었고. 나도 B쪽이 좋았기 때문에 승락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뒤에(이번 주입니다) B로 예약을 잡기로 하고 방을 나서며 저는 간단히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일어섰습니다. 뒤도 안돌아 본 것 같습니다. 마치 다음 달에 다시 볼 것 같이 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좀 후회가 됩니다.
C때는 울었고 B때는 악수를 했는데 A때는 그냥 인사만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종합병원이라는 시스템을. 다만 이 시스템에,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인간관계에 저 자신이 익숙해져가고 있다는게 상당히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종합병원의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니 좀 깨름직합니다. 마취약에 취하듯이 말이죠. 며칠 뒤면 미국에서 돌아온 B의 얼굴을 일 년만에 볼 텐데 텔레비전에서 먼저 봤습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화면 잘 받으시네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