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갤럭시S2를 4.0에서 4.1로 업그레이드 해드렸다. 취지는 좋았다. 최신의 운영체제로 업그레이드 시켜드리자. 라는 것이었는데. 한가지 걸리는 것이 어머니가 새 운영체제에 적응 하실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은 있었다만 어차피 사용하시는 기능은 거의 피쳐폰 적인 기능과 약간의 인터넷 검색과 몇가지 앱 정도니 크게 상관 없겠지 싶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 거대한 착각임이 드러났다. 우선 한가지 경험을 말해두자. 내가 택시를 타고 가는데 택시 운전 기사의 갤럭시S2의 버전이 진저브레드에 멈춰 있었다. 그는 뭐 그냥 그걸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음 이전에 적었듯이 안드로이드는 그냥 요즈음 세대의 피쳐폰이다. 그냥 전화가 되고 인터넷이 되고 게임이나 카카오톡이 되면 OK. 설령 그게 몇 년 지난 운영체제라 하더라도. 그러니 젤리빈이 12%일때 아직도 45%는 진저브레드다(2월 기준).
어머니의 휴대폰을 업그레이드 해드리고 돌려드리자 일차적으로 느낀 불편은 나도 당연히 느낀거지만 정성껏 정렬한 홈 폴더가 싹 날아갔다는 것이다. 뭐 거기까지는 내가 도와드렸다. 메시지의 글씨가 작아진것도 설정으로 다시 키워드렸다(왜 작아졌는지 모르겠다).
헌데 어머니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르시는게 아닌가! 천지인 자판의 글씨가 작고 흐릿하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러하다. 예전에 큼지막하고 흰색으로 명료한 글씨가 회색의 자그마한 자판으로 변했다. 돋보기가 없이는 안되겠다고 야단이신것이다. 그 이후로는 오만가지 트집을 잡으시면서 나를 들들 볶으셨다. 도대체 뭐가 나아진것이냐면서. 뭐가 업그레이드냐면서. 그걸 이해시켜드리기는… 음 어렵다. 말이 떨어지질 않는다. 짜증이 나시나보다. 아무튼 표면적인 문제인 자판,
"젊은 이에게나 알맞겠네, 돋보기 없이는 안되겠어!"
이 자판의 문제는 화면이 훨씬 큰 내 갤럭시S3를 가져와 비교해 보면서 간단하게 해명되었다. 자판의 레이아웃과 색상이 똑같았다. 어머니에게 갤럭시S3의 젤리빈 천지인 자판을 보여드리니 ‘응, 이건 보기 편하네’라고 하셨다. 화면 크기가 다르면 응당 다른 레이아웃과 글자크기를 고려해야 하는데도 그냥 똑같은 것을 사용한 것이다. 덕분에 갤럭시S3에선 충분히 보기 좋은 사이즈의 자판인데 S2에서는 보기 작은 자판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니 이것 조차 살피지 않았단 말인가? 아… 나는 머릴 싸맸다. 한동안 짜증을 내는 어머니에게 결국 ‘욕하려면 삼성을!’이라고 해버리고 말았다.
뭐 덕분에 약 두 시간동안 어머니와 나는 매우 험악한 냉기류가 흘렀고 ‘나는 좋은 일을 해 놓고 욕을 얻어먹었다’고 짜증나있고 어머니는 일일히 터치위즈UI의 변경점을 지적하시며 나는 ‘이것 때문에 매일 짜증나게 생겼다’며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되었다. 흐음.
어디서부터 실수를 했나. 그냥 업그레이드를 시켜드리지 말았어야 했나. 아니면 아예 갤럭시를 권한 것이 잘못인가. 아니면 안드로이드를 권한것 부터가 잘못인 것인가. 어느쪽이던 결국 전부 내 불찰이다.
여담인데. 어머니는 머리가 꽤나 좋으시기 때문에 천지인 자판을 외우신다. (한숨) 그럼에도 구워삶으신것이다. 내 완벽주의적 성격은 모계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