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모 후보가 출산장려를 위해 3 명째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을 면제해주겠다 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평가는 차치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가 살기 좋은 나라가 미래가 있는 나라고, 결국 아이가 살기 좋아야 출산률이 높아진다고.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고 사망원인의 1위는 자살이며 운동과 여가 시간은 가장 적다. 여가를 보내는 방법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이 가장 많고… 부모에게서 자립해서 나갈 때 즈음이면 이제 ‘취업빙하기’가 기다리고 있다. 치열하게 전투하지 않으면 얼어 죽던가 물어뜯겨 죽던가 굶어 죽는다. 이 놈의 나라는 실패해도 안전망이라는게 없다. 숨을 쉴 새가 없는 것이다. 묻고 싶다, 이게 사는 건가? 당신들은 그걸 아니 애들을 낳지 않는것은 아닌가? 아이들은 그것을 아니까 애들을 낳지 않으려 하지 않을까? 꼴랑 카드하나 만들어주고 분유값, 어린이집 보육료 몇푼 지원해주면서(물론, 아쉬운 살림에는 커다란 도움이다, 인정한다), 전혀 마음에 없는 아이를 만들라는 동기는 되지 못한다.
아이들이 부모의 품안에 있을때 놀고, 아이들이 부모의 주머니의 돈을 쓸 때 걱정없이 쓰고(혹자는 현실감각을 키워줘야 한다고 하지만 ‘애’가 돈에 쩌는것이 바람직한가 의문이다), 취미를 파고 관심거리를 파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그래야 또 고등교육의 진로를 알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모두 어릴 때 취미로 알게된 컴퓨터와 전자공학이 각각 인생의 길을 바꾸게 되었듯이-설령 그것이 우리가 그렇게 신처럼 떠받드는 대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더라도- 말이다. 그게 부모가 해줘야 할 일이다. 수백 수천만원을 쏟아부어서 영어를 가르치고 명문대를 위해 밤늦게까지 학원에 붙들고, 특목고나 국제고를 위해 어릴때부터 잡아 가두는게 아니라.
그렇다. 나는 이상주의자다. 나는 이상주의자라는 말에 커다란 함의를 느끼지 않는다. 당신이 설령 경멸에 찬 말로 그렇게 말한다 하더라도. 나는 현실이 결여되어 있다라고 자괴하지 않고 그냥 나는 나만의 꿈을 꿀 뿐이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만든 건축가 이외룬 우촌은 이 기괴한 건물을 설계하고 만드는데 드는 난이도와 이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에 불평하는 이들에게 늘 심드렁했다. 일설에 따르면 만드는건 당신들 몫이라고 떠넘겼다는 얘기도 있다. 그리고 만 14년에 걸친 최고의 난공사가 완성되었고 아시다시피 역사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다. 나를 역사적인 건축가에 비견할 생각은 없으나 다만 꿈 꿀 뿐이다. 왜 모두가 한 걸음 씩 옮기면, 벽돌 한 장 씩 빼면 이뤄지는 이런 것이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실제로는 그것을 꿈꾸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심 어딘가에 우리 아이를 안하면, 남에게 뒤쳐지겠지. 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거겠지. 결국 모두가 꿈꾸지 않기 때문이겠지.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 결국 그래서 나는 이상주의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