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9년에 아이폰이 출시 되었을때 언제 어디서든지 인터넷이 가능하게 되었노라고 흥분의 목소리를 높힌적이 있다. 정말 그러했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언제 어디에 있던지 메일이 오면 바로 알려주고 트위터에서 누가 나에게 말을 걸면 알려주고 페이스북에서 제일 친한 친구가 사진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면 알려주고. 전화기가 곁에 있다면, 나는 언제나 ‘온라인’이었다. 이런 시대에 빠르고 정확하게 푸시를 알려주는 어플케이션과 서비스는 선이요, 플랫폼은 옳은 것이었으며 그렇지 못한 것은 그른 것이었다. 아이폰의 APNS(Apple Push Notification Service)에 기반한 알림은 대체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들이었지만 안드로이드의 것들은 C2DM을 의존한 몇몇 것들을 빼고는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블랙베리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했고, 특히 유연성 면에서는 아이폰을 능가했다. 자고 싶어서 푸시를 끄고 싶을때는 버튼한번에 푸시알림만 끄고 전화벨만 울리게 할 수 있었고 모두 끄게 할수도 있었고, 한번에 다시 돌려놓을 수도 있었으며 시끄러운곳에서는 더 크게 울리게 하거나 진동으로 돌리게 할 수도 있었다(아이폰에서는 6.0 버전에 와서야 필요로 할때 푸시를 줄일 수 있도록 변했다).
친구 녀석이 늘 하던 말이 있다. ‘그 망할 놈의 푸시 좀 죽여’ 라고. 내가 몸이 좋지 않을때 하던 말이다. 응 알았어, 끌께끌께 하며 듣는척을 하다가. 몸이 나아지면 켜놓았다. 도저히 세상돌아가는걸 느끼고 싶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항상 ‘연결’되고 싶었던 것이다(올해에도 몇번인가 내린적이 있다). 그리고. 요번에 단단히 몸이 고장이 나고 말았는데. 그때 결국 나는 메일을 비롯해서 모든 푸시를 내렸다. 그동안에도 메일의 푸시는 내리지 않았는데 메일마저 푸시를 내려버린것이다. 이제는 내가 앱을 실행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트위터도 메일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조금은 답답하지만 왠지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과접속 상태(hyperconnected status) 였다는것을.
17년전 내가 처음 인터넷을 사용했을때는 나는 전화를 이용해서 접속을 했다. 12년전 처음으로 브로드밴드를 사용했을때에 와서야 컴퓨터의 전원을 켜자마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는 내가 자리에 앉아서 전원을 넣고 브라우저나 클라이언트를 열지 않는다면 나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에도 무선인터넷이라는 것은 존재했으나 정보를 검색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윈도우 모바일을 사용하는 PDA나 스마트폰은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평시에는 오프라인이었고, 모뎀처럼 ‘접속’을 해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의 3G인터넷 속도는 3Mbps 정도의 속도로 연결된다. 10년전 브로드밴드 속도이다. 4G LTE는 30Mbps~60Mbps다. 거의 오늘날의 브로드밴드 속도의 1/3~2/3 속도이다. 이를 항시 휴대한다고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이다. 10년전의 나는 이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아이폰이 출시 되었을때만 하더라도 나는 이를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언제 어디서나 검색을 할 줄이나 알았지 푸시로 언제 어디서나 내가 호출될줄 알았겠는가.
엊그제 고인이 되신 베리 리 님은 응급실에서도 자신의 앞날을 예견하지 못하시고 트윗을 보내셨다. 나도 사실 응급실에서 트윗을 보내본적이 있다. 나는 그 다음날 도보로 퇴원했지만.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분 마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이 과접속이 아니고서야 무엇이란 말인가?
이 이미지가 나왔을때 참 웃었는데 이젠 웃을수가 없는 지경인 것이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때 아, 이제는 어디서나 인터넷이구나! 라고 기뻐 했는데 이제는 과접속 피로가 나타나고 있다. 나 뿐만이 아닐것이다. 짧은 출장에는 스마트폰이 있으니 이메일의 답장을 미룰 수가 없고, 멀리나 심지어는 해외에 나가더라도 카톡의 대답을 미룰 수가 없다. Skype나 FaceTime이 있기 때문에 전화까지도 피할 수가 없다.
전철에 타면 누구나가 전화기를 꺼내서 인터넷을 하거나 메신저를 열고, 네트워크 게임을 하고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읽고,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훑고 좋아요를 누르고 답글을 달고. 카톡의 울림에 답하고 페이스북의 알림 메시지에 다시 답하고… 진동소리에 친구와의 대화가 멎고 미팅시간이 침식당하고 주치의와의 만남이 어색해진다.
그뿐 아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궁금한게 있으면 전화기를 꺼내서 지도를 보고 가게를 검색을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시간이 나면 뉴스를 보거나 만화를 보거나 하며 시간을 때운다. 우리는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고 연결을 원하고 연결을 당연히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속도를 더욱더 빨라지기를 바라며(실제로 우리나라의 3G 속도는 최악의 수준이어도 세계에서 빠른 수준이라고 본다), 4G의 보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우리나라 LTE 속도는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본다).
휴대폰의 배터리는 유사이래 더 없이 커졌지만 사람들은 더욱더 많은 배터리 사용시간을 요구한다. 엔지니어들은 어떻게 하면 배터리 용량을 크기를 희생하지 않고 넣을 것인가를 강구하고 있고. 아니면 아예 단순히 더욱 큰 배터리를 넣는 수를 쓰기도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사람들은 접속하고 있다. 하루 종일 네트워크의 접속을 원하며. 과연 그게 멋진 세상일지…
여기까지 이 글을 쓰기 시작한것은 10월 18일이다. 10월 말에 미증유의 사태가 미국 동부에서 일어났다. 허리케인 ‘샌디’이다. 뉴욕 맨하탄에서 전기가 끊겼다. 교통은 물론이고 통신도 당연히 어렵게 됐다. 전기가 필수적인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는 삶에 적응하는 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전기 콘센트를 수배하며 인터넷에 연결하며 살아갔다. 트위터사는 27일부터 5일까지 2천만개의 트윗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도 말이다. 그들은 트위터로 사태를 살피고 알렸던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면… 음, 얼마전에 일본 인터넷에서 봤던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손으로 돌려서 발전하는 라디오 겸용 손전등을 구입해 볼까. 라는 생각을 하는거 보니 역시 나 또한 과접속 증후군, 그것도 말기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