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Pods(이어팟) 리뷰

애플의 번들 이어폰이 세번째(엄밀히 말하면 네번째)로 변경되었다. iPod이 처음 나오면서 한 번(이 때 Earbuds라는 말을 처음 썼다), 아이팟 5세대가 나오면서 두 번째로(이때 크레신으로 납입처가 바뀌었다, 이 때 상품명은 Earphones였다), 그리고 그 이어폰에 리모트가 붙으며 세 번째로, 그리고 이번에 EarPods이 나왔다.

이미지 제공 : Apple

번들 이어폰이 하나의 문화, 그렇지만 번들 이어폰은 애증의 대상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폰 보급 초기에 길거리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하얀색 리모컨이 달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아이팟 때도 그러했지만, 아이폰의 상징은 흰색 이어폰이었다. 물론 다른 휴대폰도 흰색 리모컨을 흉내내긴 했지만, 볼륨버튼이 달린 흰색 리모트가 달린 이어폰은 아이폰 사용자를 알아보는 하나의 유대의 상징이었다. 시간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서 조금 옅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이어폰이라는 것은 의외로 쓰기 불편했다. 귀에서 잘 빠지고, 귀도 아프고 음질도 그닥 좋지 못했다. 흔히들 ‘깡통소리’라고 조롱했다. 나는 다른 MFi(Made For iPhone) 이어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이번에 아이폰5(iPhone5)와 함께 소개된 이어팟은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발표회에서 ‘음악을 좋아한다면 이 녀석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라고 야심을 보였다. 다양한 귀의 모양에 맞추어 3차원 모델링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이폰5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이어팟은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구입해서 들어보았다. 우선 첫번째로, 저음이 세졌다. 마치 우퍼가 하나 더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통통통 적당히 울린다. 물론 그럴리는 없다. 동영상에서는 윗쪽의 에어벤트가 중음을 아랫쪽의 벤트가 저음을 차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 이어버드에 비해 약간 저음에 무게가 더해져 있다고 생각된다. 기존 이어버드가 오픈형 치고는 중고음역대는 괜찮았던 것을 생각하면 나름대로 괜찮은 향상으로 생각한다, 특히 기존의 이어버드가 깡통 소리로 조롱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더욱더. 저음은 지나치지 않게 적당히 울리는 정도이며 그외의 소리는 무난하다.

이 정도 가격(4만원 정도)에 이 정도 음악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음질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 회사의 8만원대의 서드파티 이어폰을 얼마전에 사서 들어보았는데, 이어팟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한다. 그것말고도 몇가지 이어폰을 들어봤지만, 가격을 생각해볼때 이 정도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서드파티들은 긴장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4만원 조차 아깝거나 다른 회사 제품을 써보고 싶은 경우가 아닌 고객을 상대하자면, 순수히 음질로 승부하자면 분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영상에서 설명한 대로 착용감이 훌륭한 점은 아주 극찬할 만한 점이다. 한번 착용하면 매우 편할 뿐 아니라 잘 빠지지 않는다. 일부러 고개를 흔들어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인이어 형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픈형에 이어버드형으로는 이런 경우는 겪어보지 않았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차음감은 물론 좋은 편은 아니다. 전혀 차음없다. 아마 누음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버튼은 기존 아이폰 리모컨에 비해서 좀 더 넓어졌으며 따라서 누르기 편해졌으며, 클릭감이 분명해졌다. 커넥터는 여전히 둥근 일자 원통형인데 뽑기가 불편하다. 케이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감아 수납하는 비결을 소개하자면, 이어폰을 꽂고 한바퀴 돌린 뒤 두가닥 선과 함께 리모컨을 꽂고 마저 돌리면 된다.

전술한대로 상당한 음질과 편의성을 갖춘 녀석으로, 번들치고는 꽤 괜찮은 녀석이다. 앞으로 아이폰 사용자들은 음질과 편의성, 그리고 아이덴티티 사이를 저울질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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