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의 카르텔이 우리나라 IT를 좀먹는다.

‘에버노트 라이프’ ‘스마트워킹 라이프’의 저자 홍순성(@hongss)님과 대화를 하다보니이런 이런저런 화제가 나왔다. 그중에서 한국의 이동통신 업체등이 에버노트나 드롭박스 등의 업체를 지원해주지 않다보니 한국의 지원이 형편없다는 것이 나왔다. 그런데 일본의 사례를 얘기했다. LINE(NHN Japan)과 Skype가 au(KDDI)와 손을 잡는다. 그리고 Dropbox는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는다. Evernote는 도코모와 손을 잡는다. 생각해보라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톡이 KT가 제휴를 하는 격이다. 최근 일본업체와 미국을 포함한 벤처의 제휴 현황이다. 갤럭시S3가 한국에 들어왔을때 제일 먼저 관심사가 드롭박스가 한국에 들어오느냐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롭박스 CEO의 대답은 ‘통신사의 요망에 따라 들어올 수 없었다’였다. 그 통신사가 어떤 업체인지는 말하기 곤란하지만 아마 누구일지 우리는 크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스스로 전부 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3사가 카르텔을 짜고 있다. 요금만해도 그렇다. 3사중 요금을 허가제라 만드는 SK텔레콤이 정하면 신고제로 하는 KT가 따라하고 (사실상 여력이 그다지 없는)LG텔레콤이 그냥 따라하는 형태인 듯하다. 정말 안타까운 형편이다. 사람들은 욕한다. 망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 통신사는 항변한다. 여력이 없다. 충분히 투자를 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한가지 반론을 하고 싶다. 일본의 상황을 말이다.

소프트뱅크 모바일이라는 회사가 있다. 구 보다폰 저팬을 손 마사요시(한국식으로 읽으면 손정의)가 인수한 이 회사는 인수할 때부터 ‘저런 무리수를!’라는 소릴 들으며 시작한 사업이다. 손 마사요시가 일으킨 ‘소프트뱅크가 기울어질 것이다.’ 라는 소릴 들었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사업을 시작했으나 결과적으로 2012년 현재까지도 부채를 갚아가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 ‘통하지 않는다.’ 라는 불평을 들어가면서도 사업을 열심히 이어가고 있으며, 물론 이동통신 3개사 중에서는 꼴지라는 불명예를 누리고(?)있긴 하지만 적잖은 망 투자를 해가면서도 빚을 착실히 갚아가는 흑자경영 모범생이다. 2012년에 au에게 잠시 내주기 전까지는 가입자 순증(번호이동유출이 유입보다 많은)이 8년 연속으로 가장 많은 회사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일단 가장 커다란 요인에는 아이폰 효과를 부정할 수 없다. 아이폰을 독점판매했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유일하게 판매를 했으므로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면 소프트뱅크를 사용해야만 했다.일본에서는 아이폰이 매우 인기가 많은 스마트폰인데, 아이폰의 요금이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서 훨씬 저렴한 요금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서 대략 1000엔 정도 저렴하다. 소프트뱅크 기준으로… 타사기준으로도 그렇기 때문에 여러모로 인기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아이폰도 인기가 있었고 소프트뱅크 가입자도 순조롭게 늘었다.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화이트플랜’으로 위시하는 ‘타다토모’와 ‘화이트가족’ 등의 각종 할인 프로그램으로 일본 휴대전화 업계에 일대 파란을 가져왔다. 요는 이렇다. 소프트뱅크 사용자끼리라면 1시부터 21시까지 언제든 무료로 통화할 수 있고, 메일(문자)도 공짜라는 것이다. 다만 소프트뱅크 이외의 서비스 사용자라면 요금을 비싸게 받았다. 그러니까 소프트뱅크로 끌어들이자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소프트뱅크는 독특한 캐릭터를 사용하는 광고를 진행했고, 캐릭터 상품을 주고 소개한 사람과 소개받는 사람에게 기본료 할인을 제공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유치했다. 결과, 요금은 내려갔고, 가입자는 늘어났다. 품질은 조금 떨어져도 요금이 저렴했기 때문에 상쇄됐던 것이다. 다른 업체들은 우리가 품질이 좋다, 괜찮다 콧방귀를 뀌었지만 결국은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그 품질마저 돈을 더 들여서 개선하겠습니다. 라고 선언을 해버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품질 개선하겠다며 최근 2년에 들인 돈이 그 이전에 들인 비용 몇년간 들인 돈을 훨씬 넘어서기 시작했다. 게다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플래티나 밴드라고 하여 900MHz대의 황금 주파수를 사들여 더욱 기대가 되는 와중이다)

한편, 경쟁사는 어떨까. 경쟁사는 통화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물론 요금 인하와 단말기를 더 많이 출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투자비도 적잖이 들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여전히 투자비로는 3위이다) 우리는 더 많은 단말기를 출시합니다. 색다른 부가서비스를 제공합니다. 4G의 속도가 더 빠릅니다. 라던가. 해서 번호이동은 혼전양상으로 치달았고. 그간 1위에 안주하던 도코모의 가입자는 거의 물을 새는 바가지 마냥 계속 줄줄 새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코모는 어떨까? 도코모는 가만히 있을까? 도코모의 전략을 보면 두가지의 모습을 보는데 과거 i모드 시절의 종합 컨텐츠를 제공하려던 모습과 KT나 SKT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전략이 보인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음악이나 동영상을 비롯한 스마트폰용 컨텐츠의 제공이다. 스마트폰의 강력한 성능을 활용한 컨텐츠의 배급을 노리는 것이다. 샤베르 컨쉐르지(말하는 컨시어지; 시리를 닮은 일본어 비서 소프트웨어) 같은 소프트웨어나 놋티비(지상파와 인터넷을 합친 양방향 텔레비전)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단순한 인터넷 사업자로써 수익을 꾀하기 보다는 플랫폼 홀더로써 수익을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것이 아닌가. 이제는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수익을 노릴 수 없는게 아닌가. 마치 독점기업인 우리의 모습을 보는듯해서 성공 유무가 궁금해진다. au의 경우도 결국 라인과 스카이프의 제휴가 자기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니 독과를 삼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3사의 접근방식은 3사3색이다. 기술 방식도 앞으로 통합될런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써는 3사 모두 다르고 소비자는 요금에 있어서도 선택의 여지가 있고, 서비스와 기술에 있어서도 여지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요금도 같고 서비스도 거의 비슷하고 해외의 기술도 받아들이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동통신의 카르텔이 한국 IT를 좀먹고 있는것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