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 무서운 스프린터

삼성전자는 무서운 회사이다. 이런 말을 하기 안타깝지만 나는 약 10여년 전까지 소니의 미래를 유망하게 보았다.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와 소니 픽처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라는 강력한 음악, 영화, 게임 컨텐츠 네트워크을 가진 소니는 그 자산을 활용하여 자신의 특기인 전자 기술을 활용해 놀라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던 것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지금 소니는 몰락했다. 나는 그 당시 비관적으로 보았던 삼성전자는 역설적으로 세계 1위의 전자기업이 되었다.

소니의 분산. 삼성의 집중

무엇이 이를 이루엇는가?를 나는 생각한다. 소니는 놀라운 기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컨텐츠를 보유했던 소니는 자신의 컨텐츠를 지키기 위해서 디지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ATRAC이라는 컨텐츠 보호 기술을 예를 들어보자. 다른 메이커들이 MP3 플레이어를 만들때 불법복제를 우려한 소니는 ATRAC이라는 불법복제가 불가능한 전용의 포맷만을 리핑하여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든 플레이어를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쉽게 리핑을 해서 아이팟과 다른 플레이어에 선수를 빼앗겼다.

소니는 디스플레이에 지나치게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 아날로그 시절의 최상의 TV라는 명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LCD로 나뉘고 플라스마로 나뉘고 트리니트론 CRT로 나뉘었다. 여기에 OLED가 가세했다. 그리고 서로 다투었다. 기술은 서로 장단이 있기 마련이다. 소니는 미래가 OLED에 있다고 보고 OLED에 투자를 했지만 그건 너무 먼 일이었다. 그 동안 서로 주도권을 다투었다.

그동안 삼성, LG와 샤프는 재빠르게 LCD로 들어가서 패널 대형화 경쟁에 들어갔고, 파나소닉은 중형 이하의 텔레비전은 LCD로 대형은 플라스마로 정리하게 된다. 시장은 대형화가 곤란했던 까닭에 LCD보다 PDP 텔레비전 위주였으나 LCD가 대형화에 성공함에 따라 빠르게 LCD로 재편되었다. 이 시점에서 주로 플라스마로 내던 소니는 대세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LCD에 대해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던 소니는 삼성과 합자를 선택하게 된다.  S-LCD의 탄생이다.

여기서 우리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삼성의 LCD 생산 능력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랩톱에 들어갈 정도의 TFT LCD를 만들던 회사가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중대형 텔레비전의 LCD를 양산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알다시피 최고의 LCD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애플의 성공 뒷편의 삼성

소니가 워크맨의 주도권을 애플에 잃고 있을 때, 애플의 히든 카드가 등장한다. 아이팟 나노였다. 여기에는 삼성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사용되었다. 그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삼성전자의 타 사업부가 원망을 했을 정도라는 메모리는 애플이 삼성과 어마어마한 양의 대량 계약을 맺으므로써 박리 다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아이팟 나노는 어마어마하게 팔렸고 애플도 삼성도 윈-윈 하게 되었다. 이 성공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게 된다. PC용 DRAM 반도체는 이미 포화 상태로 가격이 급락하고 가격 변동이 심하다. 신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그 대안으로 만든 것이 낸드 플래시 메모리였고 그 사업으로 꽃을 피운 것이 아이팟 나노였던 것이다.

한편으로, 낸드 플래시의 수익이 레드 오션이 되자 삼성은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SoC였다. 인텔이 과점하고 있는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빠른 성장을 이뤘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애플과 함께 아이폰4/4S, 아이패드/2의 프로세서를 개발, 생산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의 동반자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 팔로워, 자신만의 색으로 칠할 수 있는가?…

이 몇가지 사례는 삼성의 놀라운 질주 능력을 알 수 있다. 2009년 아이폰 쇼크 당시 이건희 회장이 뭔가 달라져야 한다. 라는 발언을 한 바가 있다. 그리고 2012년 현재 삼성의 위상은 확실히 다르다. 텔레비전은 이미 일등을 하고 있고, 스마트폰 판매도 호조이다. 필자는 미국의 매체를 살펴보지만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삼성 갤럭시 S2 휴대폰의 성능을 예찬해 마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사용해본 삼성 제품은 마감과 소프트웨어에서 항상 약간의 부족을 느낀다. 늘 지적 받는 사항이다. 잘 만들었지만 쿨 하지는 않다. 이것저것 갖춰져 있지만 세심하게 편리하지는 않다. 나는 이 점에 대해서는 제품이 언젠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개선될 것이라고 느낀다. 이미 디자인의 경우 SADI라는 조직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기 나름일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을 보면 삼성에 대한 분석을 자주 본다. ‘패스트 팔로워’라는 표현과 함께. 여기에는 일류가 된 삼성에 대한 호기심과 고찰, 부러움 그리고 경계가 묻어있다. 그런데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말 중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있다. 패스트 팔로워로 일본과 미국을 따라하며 일류가 된 삼성은 과연 어떻게 자신만의 색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인가? 라는 물음이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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