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라고 하니 일본국철의 사례가 떠오른다. 도카이여객철도라는 회사가 있다. JR도카이라고 통칭하는 이 회사는 JR 7개 그룹사 중에서 도쿄증시에 상장한 세 개의 JR 그룹 회사(나머지 하나는 동일본여객철도-JR동일본-와 서일본여객철도-JR서일본)중 하나다. JR도카이가 물론 나고야라는 대도시를 끼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3000만의 수도권과 그 주위를 끼고 있는 JR동일본이나 어마어마한 연장을 두고 사철과 경쟁을 하고 있는 JR서일본에 비하면 매우 미천하다. 그러나 이 회사가 일본 증시의 대표 블루칩으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카이도 신칸센(도쿄-신오사카)을 운영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보라 63만 6천엔(935만원)이다. ‘한 주’에!
철도원(ぽぽや)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는가? 히로스에 료코나 다카구라 켄이 나와서 일본문화 개방 초기에 많이들 봤던 영화였는데 이 영화를 보면 국철에서 JR로 변하는 과정이 나온다. 주인공은 국철 유니폼을 굳이 계속 고집하고 있고 말이다. 무대가 되는 역이 있는 연선은 JR홋카이도의 경영개선으로 인해 폐선 된다. 그리고 마지막 운행과 함께 그의 유골이 옮겨지는 장면은 뭐 여러가지 말이 있지만 나에게는 짠한 감동을 줬다.
일본 국철이 1987년 해체되고 JR 7개사로 분리 발족되면서 JR홋카이도나 시코쿠 큐슈를 중심으로 변두리 노선과 수익이 남지 않는 노선의 폐선과 축소가 이어졌다. 물론 그나마 여유가 있었던 서일본이나 동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살아남은 노선의 경우에도 다이어(시각표)의 개정으로 근근히 살아남은 경우가 다반이었다.
그룹 분할시에 알짜노선인 도카이도 신칸센을 얻은 ‘블루칩’ JR도카이의 경우에는 어떨까? 다른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부산거리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의 열차인 신칸센 노조미(우리나라 KTX는 등급차별없이 정차역에 정차하지만 신칸센은 등급차별을 세가지로 코다마,히카리, 노조미로 두고 있으니 공평하게 최고등위로 정한다)기준으로 생각해볼때 굳이 가격을 코레일에서 볼…. 필요도 없겠지 싶다. 저게 편도니까.
아까 말했듯, JR도카이는 비싸게 받는 것 뿐 아니라 신칸센 열차의 등위를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재래선 열차처럼. 신칸센은 빠르다. 하지만 코다마나 히카리는 좀 저렴하지만 많이 서고 그만큼 느리다. 여기에 그린샤(특실)가 또 따로 있다. 당연히 그린권이라고 해서 추가료가 더 붙는다. 기본운임+특급권+그린권 이렇게 해야 노조미 그린샤를 탈수 있다.
일본은 100년 넘게 민간 철도가 발전해온 나라이다. 철도 연선을 중심으로 유통을 장악하고 계열사를 거느려 철도 재벌이라고 불릴 정도이니까. 특히, JR서일본의 몇몇 구간의 경우처럼 사철과 아주 경쟁이 빡센 경우에는 요금 경쟁이나 서비스 경쟁이 이뤄질만하다. 역사(驛舍)도 개선하고 때때로 신형차량 도입으로 속도 경쟁도 이뤄진다. 간토지역도 정도가 좀 덜할 뿐이지 마찬가지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제부터라도 시작, 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글렀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일본은 JR그룹과 사철의 총 연장의 밸런스가 워낙 나빴다고는 하지만(그래서 고육책으로 그나마 분리 민영화를 한것이다) 그래도 국지적으로 경쟁할 철도 사업자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마저 대적할 사업자가 없다. 애당초 그럴만한 국토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코레일이 확장을 시도하는 노선마다 타당성이 떨어져서 부결되고 있는 형편이다. 국가마저도 손을 휘젓는 마당에 민간 자본이 시도할지 의문이다. 황금노선만 차지해서 한국의 ‘JR도카이’만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약간의 서비스 개선은 있을 수 있겠지만 독점으로 인한 결국 요금 인상은 불보듯 훤하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미친 짓이다.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