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바꾼건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원래 컴퓨터를 쓰지 않을 참이었으므로 간단하게 쓰겠습니다.

11월 29일이면 아이폰 발매 1주년이 됩니다. 저는 아이폰이 발매되면 한국의 웹 환경에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웹에는 1) 불필요한 플래시 사용 2) 과도한 ActiveX 의존에 의한 윈도우 플랫폼 종속 3) Internet Explorer 편향 이라는 세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는 이전글 (플래시에 대해 반성하다) 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저사양 컴퓨터나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사용하는데 허들이 되었으며, 두번째와 세번째는 윈도우 이외의 모든 컴퓨터와 디바이스를 절름발이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저는 아이폰이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아이폰이 많이 보급되면 아이폰에 내장된 사파리에 맞춰 많은 회사들이 웹사이트를 고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표준에 맞춘 것은 표준에 맞춰서, ActiveX는 줄이고, 플래시는 억제하고 말이죠.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의 사이트들이 그러하듯이. 가령, 해외의 사이트는 광고조차도 아이폰에 맞춰 비 플래시 광고가 나오죠.
당시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전화기 하나에 우리나라의 웹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니 비참하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어찌됐던 이 전화기가 우리의 웹에 변화를 가져다 줄 구세주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허나, 지금 어떻습니까? 유감스럽게도 변한건 아무것도 없다가. 제 생각입니다.
물론, 맥을 쓰는 입장에서 2006년 처음 쓸때와 지금은 참 많은것이 변했습니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음악도 들을 수 있게 됐고, 공식적으로 인터넷 뱅킹을 지원하는 곳도 생겼으며, 결제를 지원하는 사이트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허나 아직도 ActiveX를 비롯한 윈도우 종속적인 우리나라의 웹은 곤고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웹을 버리는 정공법 대신 모바일 웹이라는걸 만드는 샛길을 택한거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데이터 요금 절약이란 현실적인 이유가 있지만, 사파리로 모바일 페이지를 보고 있는건 V8 5000cc 엔진을 가지고 이면도로를 쫄쫄쫄쫄 달리는 격이랄까요? 풀 페이지도 순식간에 잘 표시할 수 있는 브라우저를 가지고도 활용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자원 낭비입니까? 뉴욕타임스나 아사히신문 등을 아이폰으로 들어가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바일 홈페이지가 아니라 PC 사이트로 나오죠(뉴욕타임스의 경우 원하는 경우 모바일 사이트가 있으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우리는 그냥 모바일 브라우저로 들어가면 모바일 사이트가 나와버립니다. ‘격리구역’인 셈이죠.
문제는 이 격리구역이 또 문제인게, 아이폰에 너무 최적화 된 나머지, 익스프레스뮤직이나 블랙베리 등 비 아이폰 단말에 또 문제를 일으킨다는거죠. Gorgeous! -_-; 안드로이드야 하도 많이 팔리니 안드로이드에 맞추도록 땜빵한 모양입니다만 그 두개는 하지도 않고 할 의사도 없는 모양입니다. 해서 블랙베리 브라우저로는 모바일 사이트에 리다이렉트도 안되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_-;;
IE 땜에 그 ‘최적화’에 그렇게 진저리를 쳤는데 모바일에 와서도 또 그 지경을 목도하고 앉아 있는 지경이라니… 정말 이놈의 나라는 배우는게 없는건가요! 라고 외치고 싶은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낙담하고 있어야 할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트위터를 하다보니, 정말로 많은 분들이 맥북 에어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구입을 하시더군요. 물론 트위터를 하시는 분 자체가 어느 정도 IT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렇게 맥북 에어를 구입하시겠다는 분들의 상당수는 흔히 말하는 ‘스위쳐(Switcher; 윈도우에서 맥으로 신규로 갈아타는 사람)’입니다. 신규 수요라는 거죠.
그럼 이 분들이 애플과 맥, 맥북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광범위 하게 인지하게 되었냐 하면 또 그게 아이폰입니다. 애플코리아 PR팀이 오랜만에 바쁘게 움직이더군요. PR만 열심히 할게 아니라 다른 제반 정비도 열심히 해서 이 호기회를 잘 살려야하지 않나 싶군요. 이 모멘텀을 잘 살리면 맥 사용자도 늘고 맥 사용자가 늘면 아이패드나 아이폰 충성 사용자가 장기적으로 느니까요.
해서. 이 사람들이 Mac OS X을 다 잘 사용할 지 걱정입니다. 만약 이 기세로 구입된 맥북에어들이 온전히 맥 머신으로 사용되면 마치 아이폰이 그러했듯이 야금야금 무시못할 것 같습니다. 아이폰 하나로 “디자이너나 출판사나 쓰는 컴퓨터 만드는 회사”에서 일약 변했듯이, 맥북 에어 하나로 맥에 관한 인식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노릇이죠. 그럼 팔로워가 생기고 또 이것도 트렌드가 될지도 모릅니다. 뭐 순전히 예측입니다만.
그땐 맥에 알맞는-다시말해 플랫폼 종속적이지 않은-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유리할 것입니다. 아이폰이 와~ 하고 변화를 일으켰듯이 맥북에어도 뭔가 좀 왁자지껄하게 일으켜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뭐 좀 섯부른 예단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웹 서비스를 제공하시는 입장이시라면, 저라면 자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전반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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