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꽤 오래 사용한 입장에 속한다. 실제로 내가 2000년도 속지를 쓸때만 해도 프랭클린 플래너 사용자는 극소수였으며, 지금처럼 사용자 모임이 온라인에 전개되고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는 제품은 아니었다. 지금도 역시 저렴한 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까닭에(10년분 속지를 사면서 프랭클린 플래너 제품은 거의 값이 오르지 않은 편인데, 내 생각에는 초반에 역시 가격이 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플래너에서 ‘종이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는데는 시간이 꽤 걸렸던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근년들어서 기억력의 문제로 인하여 스마트폰을 이용한 관리를 하고 있지만 꾸준히 속지는 사긴 한다. 이것말고도 여러 수첩을 받거나 사고 있는데, 이번에는 국내 고급 문구 메이커인 오롬 시스템에서 내놓는 오롬 오거나이저를 소개해드릴까 한다.
일단 오롬 오거나이저의 장점은 고급 문구 메이커라고 소개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 바인더의 품질이 말 그대로 기본 이상의 품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프랭클린플래너에서 그러하듯이 값이 저렴한 인조가죽이나 천 재질의 바인더는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 프랭클린 플래너 사용자가 늘면서 다양한 바인더가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근년에는 꽤 다양한 바인더가 나오고 있지만 오롬 오거나이저는 아직은 그렇게 많은 바인더가 나오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 품질은 프랭클린 플래너에서는 1.5배에서 2배 이상의 가격은 받을 만한 수준이며, 또 기존에 프랭클린 플래너 컴팩을 사용하던 사용자라면 가장 일반적인 오롬오거나이저의 미디움 속지와 타공이 호환이 되므로 바인더를 새로 구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잘 박음질 된 다부진 품질의 바인더는 설령 프랭클린 속지를 끼우더라도 한번쯤은 탐내볼만하다. 특히 내 바인더 같은 경우에는 바인더에 한글 이름을 불박으로 새겨져 있는데 구입시 요청을 하면 무료로 회사에서 해준다. 마치 루이비통 등과 같은 럭셔리 제품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와 동일하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다이어리를 만들어 준다. 사이즈는 미디엄의 경우, 미디엄 슬림형이 따로 있는데 미디엄 슬림을 이용하게 되면 얇은 두께의 오거나이저를 꾸밀 수 있다.
속지는 기본적으로 프랭클린 플래너와 비슷한 데일리형과 위클리형이 기본인데, 위클리형은 여기에서 메모에 좀더 편리하도록 일정 한페이지 노트 한페이지로 만든것과 일정만 적고 노트란은 따로 마련된 형태가 존재한다. 나는 후자의 형태를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오롬 오거나이저는 어떤 속지를 쓰는지에 대한 타이트한 룰은 없는것 같다. 기본적으로 일일(주간)속지와 본인이 필요한 기능 속지와 노트 속지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롬 오거나이저에는 할일을 프로젝트별로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다보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딜레마는 ‘생각과 따로노는 현실’ 에 대한 문제이다. 오롬 다이어리 표지에도 나와 있는 이 딜레마를 옮기면 이렇다. 일생의 원대한 계획에 맞춰서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놓고 실행하면 성공하는건 누구나 아는 단순한 진리지만, 실제로 그 계획을 나눠서 지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난관이며, 아울러 그 계획을 세우는데 오히려 몰두하느라 시간을 날리게 된다는 것이다. 요컨데 하루의 일상을 모두 A1,B2,C3 이런식으로 중요도를 나눠서 실행할 수 있겠지만 그걸 100% 할 수 있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차라리 해야할 일과 할일을 스케줄에 맞춰 모두 정리해놓고 실행할때마다 기록해두는, 즉 정리(organize)해 두고 나중에 참고하거나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오롬 속지는 일일/주간 속지는 보통 다이어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프로젝트별로 관리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속지와 비주얼 가이더에 특장이 있는데, 프로젝트 속지는 말그대로 프로젝트의 진척사항을 단계별로 적어놓을 수 있는 속지고, 비주얼 가이더는 프랭클린 플래너의 위클리 콤파스와 비슷하게 책갈피처럼 끼워놓고 당장 실행하거나 앞당겨 해둬야 할 일의 목록을 적어놓은 일을 적어놓은 포스트잇 비슷한 페이지이다. 그외에도 정말 알찬, 다수의 속지가 마련되어 각종 정보를 관리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여행기록이나 운동기록, 금전관리정보(프랭클린플래너에 비해 실용적이다), 고객과 중요한 사람들의 신상을 기록 할 수 있는 난 등 독창적인 속지가 마련되어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속지의 종류에 비해 각 속지별 양이 넉넉치 않다는것이다.
사실 다이어리 철이 지났지만 다음해부터라도 한번 사용해보시는게 어떨런지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