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커피에 빠지다에서 말했듯이 처음으로 접한 에스프레소는 나에게 무언가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글에서 나는 집에서 황금빛 크레마를 띄운 커피를 마실날을 기다린다고 했었는데. 결국 욕망이 이성을 이겼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사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정에서 가장 ‘에스프레소 틱’ 한 커피를 집에서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엄밀히 말해서 모카포트로 뽑은 커피는 압력으로 뽑았다는 점에서 에스프레소와는 비슷해도 다른커피라고 한다. 실제로 모카는 에스프레소와 별개의 추출법으로 취급된다. 모카포트의 가장 큰 생산자인 비알레띠도 모카는 에스프레소가 아닌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로 부르고 있다. 모카로 추출한 커피를 대개는 ‘모카’라고 부르지만 혹자는 모카프레소라고 부르기도한다.)
손에 넣은 것은 비알레띠의 브리카이다. 모카포트는 보통 2기압으로 뽑는데 에스프레소는 8에서 18 기압으로 뽑는다. 브리카는 특수한 압력추로 인해 약 4기압의 커피를 내린다. 따라서 크레마라고 부르는 층을 볼 수 있어서 인기이다. 매뉴얼을 정독하고(당연한 소리지만, 불과 압력과 관계되는 기계는 항상 조심하는 편이다) 세차례 추출해 청소를 하고, 본격적으로 정수된 물을 탱크에 넣고 그라인드한 원두를 채워넣고 보일러와 컨테이너를 잠그고 가스를 조그맣게 틀었다. 좀 지나자 그르그륵하는 소리와 함께 화아악하고 거품이 차면, 거품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불을 끈다. 거품이 차기전에 꺼도 NG, 너무 늦게 꺼도 NG. 차오르면 재빨리 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요령을 잘 지켜야 한다. 끄는것만큼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걸 느꼈다. 특히 불을 늦게끄면 거품이 조금씩 죽더니 따라보면 거의 사라져버렸더라.
몇잔을 뽑았는데 다 괜찮은 편이었지만, 개중 두잔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크레마도 고르게 퍼졌고(당연히 에스프레소 수준으로 두텁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크레마를 마시고 진한 커피를 마시자 짧은 쓴맛과 파도처럼 적셔오는 달콤한 끝맛과 구강과 비강에 한동안(최소 10분) 머무는 커피의 뒷맛과 향…. 그 두잔은 어줍잖은 가게에서 머신으로 뽑은것보다 더 깔끔한 쓴맛과 산뜻한 단맛이 느껴졌다.
모카포트… 추출자체는 어렵지 않다. 뭐 항상 가스던 전기던 화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지만, 필터에 원두를 넣고 물을 넣고 기다리는것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다. 다만 관리가 좀 까다로운데, 특히 알루미늄제인 비알레띠 제품은 관리가 아주 중요하다. 쉽게 부식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포트를 싱크대에 놓고 커피를 마신 다음 물로 식힌 다음 보일러와 컨테이너를 분리하고, 거의 블럭처럼 굳어진 원두를 털어서 버린 다음 잘 씻고 부품을 분리한채로 건조시킨다.
… 조금만 불에 조심하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 벌써 손잡이와 패킹을 녹여버렸다. 다행히 You’re not alone이구나. 모카를 취급하는 가게에서는 손잡이와 패킹정도는 상비해두고 있더라 ㅡㅡ;
패킹이 도착하는 동안에 바깥에서 십대 아르바이트생이 뽑은 머그잔에 담긴 맛대가리 진짜 없는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이빨을 갈고 있다. 아니 에스프레소를 팔면서 데미타세(일반 커피잔(145ml) 가량의 절반 정도 크기의 잔. 에스프레소를 담는데 쓰는 조그마한 잔을 말한다)도 없다는게 말이 되냐고 ㅡㅡ; 하기야 그나마도 말을 안했으면 라떼를 담는 6온스짜리 1회용 종이컵에 내주려고 했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