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카페모카를 즐겨먹는다고 기억할 것이다. 엄마를 비롯한 몇몇 사람은 그 달달한 것을 어떻게 먹느냐고 했고, 종서는 스스로 아메리카노나 라테를 청했다. 뜨겁게든 차갑게든 나는 모카였다. 내가 모카를 끊은 것은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아예 물 이외의 칼로리가 있는 음료를 끊어버렸지만, 그건 또 못살겠다 싶어서 스스로 타협한것이 라테에 설탕을 좀 넣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파인스위트(인공감미료)로 바꾸었고, 언제부터인가 라테를 그냥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집에 있는 드리퍼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필터 페이퍼의 수가 나날이 줄어가고, 250g 들이 원두 한봉지가 5~6일이면 사라졌다. 일단은 6온스(180ml)의 물에 10g의 원두를 넣었지만, 나중에는 보통 그렇듯 140ml 한잔에 10g의 원두를 넣었다. 처음에는 가게에서 살때 그라인드를 했지만 얼마전부터는 전두를 사서 그라인드해서 먹고 있다. 요즘에는 소비가 많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밀폐용기에 한꺼번에 갈아넣고는 대신 빨리 먹어치우기도 한다.
언제일까, 커피의 달콤함과 쓴맛을 안 뒤로는 잘 내려진 커피에 필요한 것은 커피 그 자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내려진 커피는 쓰다. 하지만 또한 무척 달콤하다. 그리고 진한 향을 머금는다. 잘 내렸다 싶은 커피를 한잔 하면 한동안 입안에 커피의 향이 배여있어, 한동안 구강과 비강에는 커피의 향취가 머문다.
어제는 에스프레소를 처음으로 마셨다. 처음에는 아메리카노를 마셨지만 너무 밍밍한 맛에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어떻게 보면 에스프레소 한 샷에 더운물만 넣으면 되는데 신기하게 맛이 있는집이 있고, 어디는 맛이 없는 곳이 있다. 어떤 가게는 그냥 보리차를 마시는것 같을 때가 있다. 보디감이 전혀 없다. 가게 주인은 쓰다고 충고를 했다. 그냥 원래 좀 진한 커피를 마시니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하고는 탬핑하고 샷을 내리는것을 지켜보았다.
조그마한 에스프레소잔에 담긴 커피는 황금빛의 크레마를 띄우고 있었다. 먼저 컵을 코에 가까이 대고 과일향이 느껴지는 진한 향기를 마시고, 천천히 마셔보았다. 역시 진하다. 씁쓸하지만, 신기하게 달콤하다. 나는 실감했다. 나는 에스프레소를 접해야 한다. 좋은 가게에서 한번 더 마셔보고 싶다. 집에서도 마시고 싶다. 만약 더 좋은 원두로 솜씨좋게 뽑아낸다면?
“쓰지 않아요?”라는 질문에, “네, 맛있네요.” 라고 대답하자 평소에 엄청 진하게 마신다고 이야기 하더라. 그랬던가…
아무튼 나는 끊임없이 커피의 잠재력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지금 나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갖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 엄청난 값은 나를 자제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대신 모카포트는 가능할지 모른다. 중요한건 언젠가 나는 집에서 황금빛 크레마로 입안을 적실 날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