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전쟁이란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4월 신작 애니메이션인데 개인적으로 말도 안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럴듯한, 한마디로 ‘판타지’한 근미래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강을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도서관이 책을 두고 전쟁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 전차는 이렇습니다. 정치권에서 (물론 대외적인 명분은 따로 있겠지만)다분히 자신들의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일체의 미디어(언론 뿐만 아니라 책, 영상, 음악등을 통틀어)를 검열하게 이르는데, 이를 ‘미디어 양화법’이라고 정합니다. 이를 집행하는데 있어서는 무력까지도 서슴없이 사용되는데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 미디어 검열에 반대하는 일각의 바람을 담아 ‘도서관 자유법’이 견제 목적으로 만들어져, 검열에도 불구하고 도서를 보전하고, 제공하는 자유와 의무를 지우게 됩니다(도서관은 자료수집의 자유가 있고 제공의 자유가 있고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도서관도 전수방위(오로지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함)를 목적로 무장, ‘도서대’라는 군을 두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참 도서대원인 카사하라라는 활달한 소녀가 겪는 에피소드를 그립니다. (도서관 전쟁의 설정에 관해선 이글이 명쾌합니다)
HD급 2D 애니메이션인데, 그 작화의 질이 아주 괜찮고(시종 깔끔하고 굵고 깨끗한 선이라는, 다분히 컴퓨터로 그린 티가 나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는분도 있겠지만), 이야기도 상당히 신선하고 주인공의 발랄함과 코믹함 때문에 아주 맘에 들었었는데 요번 금요일로 12화라는 짧은 수로 끝이나더군요. 벌써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못해서 파일 이름에 [완]자가 붙자 좀 당황스러웠지만 결말은 꽤 깨끗하게 났습니다. 엔딩은 꽤 맘에 들었습니다. 덕분에 이 녀석이 후속 제작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DVD로 8월에 나온다는데 블루레이로 나온다면 하나 사두고 싶을 정도로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옵니다.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이후로 이러한 느낌이 드는 애니는 처음이네요(그래 놓고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BD판을 예약해둬버렸다는). 나중에 애니는 따로 소개할까 싶습니다.
아무튼 그 12화를 보니 인상적인 내용이 나오는군요. 도서대는 미디어 양화법을 집행하는 미디어 양화위원회의 군대(일명 ‘양화대’)와 전시물을 두고 공방전을 겪고, 양쪽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옵니다. 하지만 미디어 양화법에 의해 사실상 관제화 된 언론에 의해서 양화대의 피해만이 부각되고 엄연히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서대의 피해는 축소 왜곡 됩니다. 또 일방적으로 도서대의 책임을 만을 둡니다. ‘검열은 나라가 정한 법이다. 법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했으니 사상자가 나와도 할말이 없는것이다’ 라던가 ‘도서대가 검열에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런 비참한 일은 없었을것이다’ 라는 둥. 그리고 각지에서 양화법 옹호단체에 의한 시위가 연일 이어집니다. 그런 언론에 대해서 도서관은 일체 무대응으로 방침을 정하고 함구령을 내리는 통에 사실상 도서관안에 갖혀버린 와중에 카사하라는 전투에서 부장한 상관의 문안을 가서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의 구절을 읽어줍니다. 주인공은 “무법은 질색이다(無法でたくさんだ)”라는 구절에 상관이 붉은 줄을 그어 놓은걸 발견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나오는 카사하라를 카메라와 기자가 에워싸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편파적이기만 한 미디어를 대변이라도 하듯이 도서대의 사상자는 있거나 말거나 질문은 “양화대에서 사상자가 나온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입을 여는 것이지요.
“오해가 있지만, 우리에게도 도서관 자유법이란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도련님을 보이며) 이책 우리 상관이 어릴적에 읽고 무척 감동한 모양입니다. 저에게도 소중한 책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이 표현한 것, 이를테면 책이나 영화, 드라마나 음악 등이 여러분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었다는 생각을 하신적이 없나요, 그걸 빼앗을 권리를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것은 잘못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기자가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도 법은 법이 아니냐”고 말이죠. 그러자 도련님의 구절을 외칩니다. “무법은 질색이다(無法でたくさんだ). ” 라고 말이죠. 그리고 자신의 신분증에 그려진 도서관 표장을 보여주며 말합니다. “이 꽃의 이름은 카모마일, 꽃말은 고난속의 힘, 지금 우리 도서대는 강한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켜야만 하는 것을 지켜내고야 말것입니다.” 라고.
무법은 질색이다’에 대하여.사전적인 의미로 “무법은 질색이다” 이 맞습니다만 이게 ‘조중동’ 스런 분들한텐 얼씨구나 법을 지키지 않는 촛불 집회하는 새끼들… 라고 하실런지 모르겠지만. ‘도련님’에서는 다른 의미입니다.
(도련님, 11장 중에서)
「だまれ」と山嵐は拳骨げんこつを食わした。赤シャツはよろよろしたが「これは乱暴だ、狼藉ろうぜきである。理非を弁じないで腕力に訴えるのは無法だ」
「無法でたくさんだ」とまたぽかりと撲なぐる。「貴様のような奸物はなぐらなくっちゃ、答えないんだ」とぽかぽかなぐる。보시면 주먹을 맞은 쪽에서 난폭하다. 행패이며 시비를 가리지 않고 완력을 쓰는건 무법이다. 라고 법을 운운 하자. 한대 더 때리면서 무법은 (이쪽이야말로) 지긋지긋하다. 라고 말합니다. 너같은 녀석은 그러지 않으면 답을 안한다며 계속 마구 때렸다 라고.
말이죠. 다시 말하면, 법을 안지켜가면서 때리는건 이쪽이 더 싫지만 않그러면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우리도 법을 어겨가며 싸우고 싶지 않지만, 법을 어겨서라도 싸워서 지켜야 할 것(미디어의 자유)이 있다 라는 뜻이라고 해석하시면 될듯 합니다. 한국어 번역 텍스트를 찾기 위해서 서점을 나가 얼마 안되는 번역본을 봤지만 이 대목을 제대로 번역한 책이 없기에 원문을 인용합니다.
법은 법 아니냐는 소리를 들으니 일부 친 정부 언론이나 일부 우익들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옳지 않은 법을 의심하지도 않고 따르는것은 문제가 있지요. 그리고 도서관전쟁의 3화와 4화에서는 미디어 양화법을 옹호하는 관변단체가 주인공과 도서관장이자 도서대의 총사령관인 이나미네를 납치하고 인질극을 펼치는 장면도 있고, 그리고 12화에 걸쳐 꾸준히 도서대에 반대하는 단체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물론 때론 폭력과 범죄까지 무릅써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뉴라이트인지 뭔지도 떠오르는군요 ㅎ
어떤 분은 이 애니메이션의 이런 면을 현 시국과 연계하는 것을 경계하시더군요. 쉽게 말해 아무리 그래도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애니메이션이던, 현실문제던) 문제가 있다. 라는건데 앞서도 말했다시피 도서관 전쟁의 도서대는 어디까지나 전수방위를 목적으로 한다는것을 일찌감치 설정하고 있답니다. 즉, 저쪽에서 먼저 치고 들어오니 이쪽에서 지키기 위하는 것이지요. 이 또한 현실과 어느정도 닮아 있군요.
지랄같은게 저는 여기서 우리나라의 요즘 모습을 발견했는데. 앞서도 말했듯이 이건 남의 나라 ‘판타지’라는거죠 ㅡㅡ; 애니메이션 조차 맘편히 보지 못하는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