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없이 닌텐도는 ‘완벽한 현지화’를 위해서 위(Wii)의 발매를 늦춘다고 밝혀왔는데, 어떻게 된게 그동안 한건 게임큐브하고 일본판 타이틀 막기 위한 지역 코드를 집어넣은 것 정도로 밖에는 생각이 되질 않습니다…
앞서도 위의 한글 독자 코드에 대해서는 한번 말한적이 있습니다만, 그때 제가 걸었던 조건은 지속적으로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한국판 소프트가 제대로 공급될 때 얘기였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닌텐도 DS도 발매 당시에는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과 ‘듣고 쓰는 DS 영어 삼매경’ 두개 밖에는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Wii Sports와 시작의 위 두개를 내놓은것 자체는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서, DS와 Wii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DS에는 이미 대원 시절부터 수입되어 오던 DS 타이틀들이 있었습니다. 한국닌텐도나 한국닌텐도가 승인한 서드파티 이외가 수입하던 타이틀들이 있었고, 언급하기 내키지 않지만 복사 소프트웨어를 돌릴 수 있는 칩 또한 있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DS는 리전코드가 없었고, 따라서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변통이 잘 안되더라도 돌릴 소프트웨어가 있었다는 것을 명심해야합니다. 비록 상당수가 그 소프트웨어 조차 사지 않아서 닌텐도가 골머릴 썩었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지만요.
하지만 위는 다릅니다. 일본판 소프트웨어를 돌릴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판 위는 결국 현재로써는 Wii Sports와 시작의 Wii와 몇개의 서드파티 게임 그리고 몇개의 버추얼 콘솔 소프트웨어 밖에 돌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없습니다. 버추얼 콘솔까지 합치더라도 그게 10개가 넘을까 의문입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말이죠.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게임큐브와 완벽하게 호환되는 하드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지 않아서 돌아가지 않는 이상한 기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혹자는 한국판 위에는 게임 큐브 호환 기능이 삭제되었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닌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직접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국판 위에는 게임큐브 컨트롤러와 메모리 슬롯 단자마저 똑같이 있으며 그 단자 덮개를 떼는 방법까지 설명한 레이블이 붙어 있을 정도니까요. 게임큐브 대응이 삭제되었다고 위 값이 한푼이라도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대응을 안할 작정이었으면 플레이스테이션 3가 그랬듯이 하위 호환을 위한 하드웨어 부분을 아예 삭제한 ‘한국사양 위’를 내서 값을 내려 출시했어야 했습니다.
좌우지간 그러니 한국닌텐도나 서드파티가 다른 소프트웨어를 내놓을때까지는 이 얇팍한 수의 타이틀이 위가 돌릴수 있는 유일한 소프트웨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위의 동시발매 타이틀 수는 정말 적은 감이 있습니다.
게다가 더불어 이미 닌텐도는 거의 1년 가까이 위의 출시를 차일 피일 미뤄왔습니다. 그때마다 로컬라이제이션의 완벽화를 기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도대체 어떤면에서 완벽함을 기하기 위해서 이런 지연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닌텐도는 절대로 ‘설’에 대해서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닌텐도에게 왜 이렇게 늦게 내놨는데 이모양이냐 따지는 것은 어찌보면 어불성설이지만, 닌텐도는 그때마다 그 설을 부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완벽한 한글화가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바람을 집어넣었죠. 그런데 겨우 두개 타이틀 뿐입니까?
물론 ‘런칭 컨퍼런스’에서 틀어준 영상에 나온걸 보면 마리오 소닉 북경 올림픽이라든지, 슈퍼 마리오 갤럭시라던지 이런저런 게임들이 한글화 되어서 나오긴 할 모양인가 봅니다. 리전코드까지 걸어넣고 팔았으니 틀림없이 팔릴만한 프랜차이즈는 내놓겠죠. 그런데 그때까지는 닌텐도가 내놓는 소프트웨어 하나하나만 하게 되는 불행한 일이 생기게 됩니다. 게다가 닌텐도는 DS에서 보면 짧아야 거의 1~2개월 간격으로 한두개 내놓았기 때문에, 그 수는 고통스럽게 느리게 증가합니다. DS의 경우에는 수년간 쌓여왔던 상당한 풀에서 화제작과 인기작을 하나 둘 소개했으므로 라이트 유저에게는 통했겠지만, 코어 유저에게는 이미 몇년전에 즐겼던 것을 한글화 했을 뿐이라는 것은 닌텐도는 몰랐던 것일까요? 제가 코어 유저라는 것은 아니고, 또 한국닌텐도에게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이 고마운 한글판 애용자라는 사실을 이미 전에도 밝혔습니다만, 그래도 돌릴 수 있는 게임이 이렇게 느리게 증가한다면 그땐 돌릴 일본판 게임이 없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라이트 유저에게도 틀림없이 이건 문제입니다. 한 두개의 게임밖에 돌릴 수 없고, 그 게임이라는게 한두달에 하나 둘 출시되는 닌텐도의 게임 밖에 없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두달 미룬것도 아니고 수개월을 미뤘다면 적어도 동시발매 타이틀은 최소한 닌텐도 자사에서만 너댓개 되어야 했습니다.
위 스포츠 재미있습니다. 콘솔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 2 시절에 2005년쯤에 구입하고 처음 구입하는거고 플레이하는것도 무척 오랜만입니다. 어머니도 즐겨하시고, 동생도 즐겨 놉니다. 일단 그렇게 광고를 해서 알리는건 좋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DS와 Wii는 소구 대상층과 방법이 다릅니다. DS는 혼자서 가지고 노는 기계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남들에게 보여주면서 사용하는 기계입니다. 사람들은 닌텐도의 선전보다는 남이 DS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DS를 구입합니다. 남들이 가지고 노는걸 봤으니깐, 오락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DS의 광고가 잘 풀리는겁니다.
하지만 Wii는 가지고 나가는 기계가 아닙니다. 7세대 콘솔중에선 가장 작지만 그래도 꽤 무겁더군요(사가지고 올때 고생깨나했습니다. 두손으로 들기엔 작고, 한손으로 들기에는 크고 무겁더군요). 기껏해야 집에서 같이 가지고 놀거나 노는걸 보여줘야 전파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게임은 달랑 두개.
2~3만원하는 패밀리 컴퓨터 짝퉁도 그것보다는 많은 게임을 가지고 놀수 있습니다. Wii 스포츠는 재미있지만 꽤나 단조로운 게임이어서, 이 녀석만 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때 즈음 질리더군요. 생각해보십쇼. 잠재적인 고객들이 방문해서 처음으로 만난 Wii의 모습이, 그들이 집에서 Wii를 샀을때 얻을 수 있는 전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가 Wii를 살까요…
솔직히 넓은 게임 인구를 얻기 위한 노력은 높게 사지만, 실상 따져보면 닌텐도에 적극적으로 게임을 요구하고 닌텐도 게임을 구매하는 이른바 충성도(royalty)있는 고객들은 코어 게이머라는 점을 부인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안스럽기까지 합니다. 넓은 게임 인구에는 코어 게이머는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요?
[#M_08/05/13 추가 보기|닫기| 그렇게 되면 결국은 게임가게에서 “이봐, 정발 위 써? 그럼 개조해, 그러면 일본에서 나온지 얼마 안된 소프트웨어 다 돌릴 수 있어.” 그러면… 닌텐도는 자사의 일본 라이브러리 때문에 불법 사용자를 양산시키는 등신짓을 하는 것입니다. _M#]
한국 닌텐도가 생겼을때 닌텐도가 아주 게임업게에 온갖 머리좋은 사람, 스펙 좋은 사람들을 긁어갔단 우스개가 있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ps. 웹브라우저도 빠지고, Wii 쇼핑채널의 포인트 시스템도 글을 쓰는 현재 미완입니다. 도대체 뭘 하느라 이렇게 오래걸리는지 이해가 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