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여러모로 보나 성공한 사람이다. 그는 지지리도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서 고학끝에 명문 학부에 들어갔고, 현대 그룹의 성장과 함께 그도 초고속으로 승진을 거듭해 성공 가도를 걸었다. 언젠가 그는 ‘샐러리맨 성공신화’라고 불리웠다. 그가 작년 선거 운동 막바지에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했을때 밝힌 재산이 언뜻 수백억이었으므로(뭐 내 주변엔 그걸 곧이 그대로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게 문제지만) 축적한 부로 보나, 국내 최고의 건설사 CEO까지 올랐던 지위로 보나 성공한 사람이라고 보는게 어렵지 않다. 게다가 그는 수도 서울의 수장이기도 했고, 이제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다.
굳이 미화하지 않아도(게다가 나는 이명박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대에 입사해서 승승장구하기까지의 그의 역사는 한 마디로 요약해 투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투쟁을 했고 이겼다. 그 결과가 그 자신이다. 즉 투쟁은 곧 그 자신이다. 투쟁으로 길러진 그 무서운 실천력은 그가 성공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여러모로 보나 성공한 사람이다. 게다가 그가 대기업의 간부가 된 것은 30대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는 일찍이 성공한 사람이다. 분명 그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엄청난 좌절과 고통의 맛을 겪었을 법하지만, 그만큼 그는 커다란 성공의 맛을 겪었다,그것도 빨리. 더욱더 특기할 만한 사항은 그가 딱히 이렇다할 실패를 겪지 않은 것이다. 과거 3김이 그랬고, 이회창씨가 그랬고, 김대중씨나 노무현 대통령(알다시피 그는 자신의 선거구에서 14대 총선 때 패했었다)이 그랬던 것처럼 실패를 겪어본적이 없다.
문제는 성공가도를 겪으면 흔히 자부심이 지나처 자만적이나 독선적이 되기 쉽상이다. 자신이 해온 것이 성공했고, 그러므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마디로 그것이다. 으레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이 쉽게 자만과 독선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목도한다. 이명박 후보도 솔직히 내 생각에는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했던 일련의 정책은 솔직히 말해서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 많았다. 그는 보통 정치인은 아니었다. 아마 인기영합주의에 빠진 보통 정치인이었다면, 시민들에게 그렇게 욕을 얻어먹으면서까지 대중교통개혁이나 중앙버스전용차로 같은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고, 수많은 시민들과 주변상인의 원성을 들어가면서 도로를 뜯고 하천을 복개해 청계천을 복원하는 일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온 정책의 대개는 처음에는 하나같이 욕을 엄청 먹었지만, 나중에는 그의 치적이 되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는 서울 시장 재임 시절의 최대 업적이라고 불리우는 대중교통개혁이나 청계천 복원 사업을 뚝심있게 밀어부쳤다. 말이 좋아 뚝심 좋게지, 나쁘게 말하면 반대의견에 콧방귀도 안뀌었단 말이 됐다. 신 교통카드가 도입 처음 며칠간 대혼란을 겪었을때도, 중앙버스차로로 인해 일반 차로가 미어터져도, 청계고가차로를 뜯어버려서 길이 막히고, 청계천 때문에 생계를 잃는 인근 상인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데도 아랑곳 없이 밀어부쳤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일일히 그런거 하나하나에 신경쓰면 뭘 할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수 있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하다. 운하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에 대해서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인 경부 고속 국도의 예를 드는걸 즐기는 듯하니 말이다. 김대중 당시 국회의원이 국회 연설에서 “차도 없는 나라에서 뭐하러 고속도로 만드나, 부자들 팔도 유람하기 좋게하기 위한거 아니냐.”고 주장했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밀어부쳤다. 경부고속도로는 박정희가 내린 수많은 ‘선견지명’ 중 하나였고, 또 독재권력을 이용해 내린 수많은 독단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그가 독재자이기에 가능했던 정책이라는 말이다. 민주국가에서 국회와 국민을 등지고 무슨 일이 가능한가 말이다.
그는 그 예를 자신의 역점 사업인 한반도 대운하와 정부 개혁 등의 당위성을 세우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반발을 묵살하는 장치로도 사용하고 있다. ‘저 봐라 그때도 너희처럼 게거품 물고 반대했지만, 결국은 옳지 않았느냐, 이번에도 따라라.’ 이거다. 한층더 그는 박정희 대통령과 같이 강력한 리더십과 그로 인한 경제 성장으로 활기찼던 그 시절을 향수하는 사람들이 그 이미지의 투사물로써 자신을 선택하기를 희망했다(희망했는지 안했는지는 확실하진 않다. 그러나 적어도 부정하지는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대선으로 오는 과정에서, 경선에서 박근혜 의원을 제치고, 결국은 대선에서 이기기까지 부단히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행동이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한다고 말한다.민주화다 뭐다 해서 날뛰더니 대통령의 장악력은 점점 약해져서 강력한 리더십은 사라진지 오래고 정치인이라는 족속들은 정쟁이나 해서, 경제가 만신창이가 됐다. 그런 까닭에 극히 일부 사람들은 “차라리 옛날 지동자가 나았지”라며,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이나 전두환 대통령 집권 시절을 향수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그런 사람은 대통령 당선자의 과단성을 한결같이 높게 평가한다. 대개의 이명박 지지자들이 그러한데, 그들은 한발 더나아가서 대통령의 임기 초기에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망설이는 국민들을 채찍하고, 사사건건 소금뿌리며 방해하는 예비 야당이 될 대통합민주신당측을 힐난한다(솔직히 이건 당선인 본인도 만만찮다).
문제는 이러한 독단이 과연 옳은가냐는 문제이다. 독단은 옳지 않은건 중학생도 안다. 특히 정치에 있어서 독단(獨斷)은 말그대로 독단(毒斷)이다. 왜냐, 독재가 다른게 독재인가, 국민과 국회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제 멋대로 하면 독단이요, 달리 말해 독재 아닌가. 실상 엄밀히 따져보면 그는 독재자의 업적을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에 활용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자신의 심복한테 총격당한 독재자의 면모를 그에게서 찾고 있지 않는가?
대운하를 예로 들어보자, 반대의견은 수렴하면서 진행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게 어떻게 반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인가. 무언가 일을 벌인다면, 시작점에서 이것을 벌여도 하는가 아니면 벌여서는 안되는가 두가지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무릇 옳다. 그것이 아무리 후보자 자신의 당선 이전부터의 소신이고, 공약이라 할지라도 잘못된게 있다고 적절한 논거를 든 주장이 있으면 그걸 받아들이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그러지 않는다. 일단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그걸로 끝이고, 다른 의견을 듣는 것은 요식에 지나지 않는다. 듣는 척 하고 있을 뿐이다. 뭐 스스로는 경청하는 척이라도 할런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면 뭘하나 아무리 수많은 사람들이 운하가 불가당하다고 주장해도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하면 운하를 하루 빨리 팔수 있을 지, 그리고 어떻게든 공기를 줄여서 자기 임기안에 완성해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할 수 있을까만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 주변 인물들도 하나같이 마찬가지라서, 운하에 대해서 한마디 반박이라도 할라들면 하나같이 운하의 당위성을 변호하기 바쁘다. 유리한게 있으면 같다 붙이고, 불리한건 감추고, 분주하게 검토한다는데 왜 내 눈에는 일단 운하를 파기로 결정했으니 나머지는 거기에 맞춰 끼워 맞추는거다. 운하가 운송에 도움이 된다라는 믿음이 서자 그걸 합리화하기 위해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끼어 맞추고 운하가 운송수단으로 크게 이득이 없다고 하자, 관광을 또 끼워넣는다. 여러가지 면에서 운하가 연안해운이 육운에 비해 불리하다는 소리에 생겨난 궤변들은 정말 일일히 쳐넣기가 손아플 정도다. 한강, 낙동강 수심이 평균 3~4m인데 독일의 운하는 수심 6m가 되도록 인공적으로 만들었고, 그 운하가 손상되지 않도록 속도를 적게 내기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제안한 경부 운하의 1/3밖에 안되는 거리를 가는데도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안에서 제안한 30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에, 그 측근이 방송에 직접 대고 한 말이 걸작이다. “그저 독일에서 같은 거리를 가는데 30시간이 걸리니 그 세배가 걸리는 건 몇십시간이다 그러는건 운하를 모르는 사람이 그러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수심이 6m다. 수심이 깊으면 속력을 더낼 수 있다는건 누구나 안다.”
일견 맞는 말인 것 같다만, 그 끼워맞추기 궤변을 실현하기 위해선 앞서도 말했듯이 평균 3~4m인 한강과 낙동강 거의 전부를 파제쳐야 한다는걸 의미한다. 이주 화요일 PD수첩에 나온 내용인데, 안보신 분은 여길 눌러 꼭 한번 보시길 바란다 무료이다. 이걸 또 어떤 궤변으로 끼워 맞춰나갈지 모르겠다.
다리 다시 지어야 한다는 논란 정도는 이미 애교축에 속한다. 다시 짓고 고치면 된다고 신, 개축할 다리의 상세한 숫자까지 맞춰놨다. 뭐 벌써 배의 마스트 부분을 포함해야 하므로 실지로 배가 지나가려면 4개가 아니라 더많은 다리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하는 소리가 있는데 귀를 닫았는지 알건체도 안한다. 도대체 이걸 안하면 이 모든걸 안해도 된다라던지, 그 사업에 들어갈 막대한 돈으로 복지나 일자리 창출에 쓸수 있는 다른 방안을 생각하는 머리는 없는것일까? 오죽하면 그러잖는가 대운하 예정지 근처에 땅이라도 사놨냐고. 왜 그렇게 대운하 못해서 지랄이냐고.
또 다른 독선은 행정부 개혁에서도 드러난다. 대통합신당이 반대를 하니까는 “이렇게 하면 원안대로 간다” 협박을 하지 않나, 차관만 임명한 이른바 “파국 내각”으로 갈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협박이지 협상이냐.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해놓고는 선택지는 모로가나 결국은 내말 들어라다. 급기야는 어제 뉴스 보도에 따르면 내각인선에서 아직은 법제상으로 엄연히 남아있는 정부 부서의 장을 아예 뽑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래놓고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지지자들은 이를 가만히 보지 않고 대통합 민주 신당을 개혁 저지 세력 쯤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흡사 노무현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기존 언론들과 자신의 정책에 반대했던 세력을 수구꼴통으로 몰아부쳐서 끼리끼리 놀다가 잇다른 선거에서 완패 당한것이 떠오른다. 그 결착이 어떻게 났는지는 정권 초반과 후반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삼척동자도 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에 대해서 어떻게 쓸까 개인적으로 많은 브레인스토밍을 거쳤다. 처음에는 얼마전 뉴스위크에서 부시 대통령의 종말이라는 글을 봤는데, 그글을 토대로 부시대통령의 외곪수적인 독단으로 이뤄진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쟁의 결과가 어떘는지. 일일히 9/11 테러 이래 부시의 행적을 바탕으로 소상히 써내려가다가 너무 길어져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글이 아니라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글이 될 것 같아 그냥 썼던것을 깨끗이 지우고 다시 쓰는게 이 글이다. 전세계를 ‘내편 아니면 다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를 기치로 한 부시가 지금 어떤 꼴을 당하고 있는지. 좀 봤으면 좋겠다. 한때는 대통령과 상하원 양원을 장악해서 ‘공화당의 우세는 최대 10년 이상 갈 것이다”라는 말도 있었던 상황에서 하원 다수당을 빼앗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화당의 인기는 땅을 모르고 꺾이고 있지 않은가? 뉴스를 틀어보면 공화당 경선은 완전히 들러리다. 양당 체제의 현 정치 체제하에서 어찌됐던 한 축이니 틀어는 준다만, 헤드라인이 되고 귀추가 몰리는건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와 클린턴 누가 이기느냐로 옮아간지 오래지 않은가?
그리고 부시도 이명박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독선적이었다. 그는 그의 측근 몇명의 말만 듣고 국민이 반대를 하건 말건 그냥 밀어부쳤으며,그를 위해서 명분과 구실을 열심히 둘러댔다. 9.11 테러의 배후라는 알 카에다와 그를 비호해준 탈리반을 쳐낸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서 탈리반을 붕괴시키고, 역시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그 이유로 이라크를 쳐서 후세인을 축출했다. 최초 테러리스트에 대한 응징이라는 명분이 있었던테러와의 전쟁과는 달리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결과가 밝혀진 이라크에서는 결국 ‘이라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라는 목표로 바뀌었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이유를 하나하나 붙여서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을 갖다 붙였다. 그러는 동안에 미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전쟁에 쏟아부었고 하루가 멀다하고 미군과 민간인을 대상으로한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좋은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차피 그는 5년간 우리나라 대통령이 될 것이다. 뽑힌 이상, 그가 BBK 특검으로 인해서 탄핵이라도 당하지 않는한,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다. 우리로써는 그가 좋은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걱정인건 노무현의 코드 인사처럼 그가 소망교회와 고려대 출신과 그의 가신들을 대거 기용했다는 점이다. 일단 뭐 대통령이 자기가 신임할만한 사람들을 뽑는다는데 할말은 없다. 그렇지만 그 신임할만한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진언을 할 수 있느냐 그건 잘 모르겠다.
숭례문을 국민 성금으로 짓는다굽쇼? 에서 말했듯이 그 주위에는 어느 누구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반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 당선인이 깊은 생각없이 내놓은 발언에 그의 측근들은 역시 대충 맞장구 쳐버리고 합리화를 시킨다. 결과 그와 딕 체니 부통령의 럼즈펠드 전 국무장관같은 네오콘 부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이론을 제시했고 그는 한번 마음에 들었다 싶으면 철저히 따랐다. 반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내가 읽은 뉴스위크 기사를 조금 옮기면 “비난을 감내하거나 실수에서 배우는 그런 능력이 거의 엎다. 비판자건 동맹자건 의견이 다르면 어머니의 잔소리나 아버지의 짜증 같은 식으로 치부해 버렸다. 그래서 비판과 반대는 의도와 전혀 다른 효과를 낳았다. 즉 자신은 마땅히 옳으며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부시의 의지를 강화 시켰다. 그는 의지력 덕분에 자신의 현재가 가능했다고 믿는 사람이므로 누구한테도 허락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이 기사와 임기 만료까지 1년을 남겨두고 침몰해가는 부시 정권의 암울한 모습을 보면, 판박이 같이 독선적인 이명박 정권의 미래가 떠오르는것 같아서 암울하다. 이명박이 부시보다는 좀 덜 외곪수적이길 빌어야한다는게 마음 쓰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