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정부 구조 개혁이나 규제 개혁 움직임에는 찬성을 하고 있다. 그 두 정책의 근간에는 확실히 예산을 절약하겠다는 의지가 들어있다. 경영인 출신 아니랄까봐 합리화, 경비 절감에는 도가 텄다. 지금 금명간에 쓸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 포스트 중에는 한국 자동차 사에 있어서 정부가 얼마나 규제와 정책이란 이름으로 뻘짓을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전 포스트에서 VCR 이야기를 하다보니 예전에 VCR로 녹화했던 영상이 떠올라 그중 한국 자동차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는데, 정부는 고비마다 정말 자동차 산업을 말살시키려고 작정하고 입안한 것으로만 보이는 정책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한국 자동차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기적이다. 그럴 정도로 한국의 규제는 정말 한마디로 지랄맞다(이런 표현을 쓸수 있을땐 내가 내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국가 기간 산업이 이런 지랄같은 규제에 발목 잡혀 있을 텐데 다른 ‘사소한’ 문제가 얼마나 고초를 겪었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숭례문이 불타자마자 일정을 취소하고 방문하는 기민함을 발휘했다. 그는 유감을 표현했고 빠른 복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12일(어제) 대통령 인수위 연석 회의에 나타나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른 시일 내에 숭례문을 복원해 국민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 한다”
좋다. 당연한 일이다. 근데 여기서부터 아스트랄이다. 신문을 읽을때 이 사람 제 정신이야?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이 포스트는 예정에 없는 발행이다. 본디는 한국 자동차 사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 했으나 하도 보고 놀라고 기가막혀서 쓴다. 아무튼 내가 기가 막힌 부분은 이거다.?
“복원 비용이 2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십시일반 국민들의 성금으로 하는게 어떠냐고 말했다. 그 방법이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당선인은 “마침 해외 동포 단체에서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숭례문은 정부의 숭례문이 아니라 국민의 보물”이라면서 “국민 한명 한명의 정성으로 복원해서 마음을 추스르는 그리고 소망을 다시 깨우는 그런 제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새정부 출범 후 국민 모금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 중앙일보 2월 13일자 5면. ?
아스트랄(Astral;비현실적인)하다. 해외의 동포단체는 재일 거류 민단으로 전해졌다. 국보는 뭐하러 지정했으며, 문화재청은 왜 존재하는가? 애시당초 국가의 보물이자 선조의 유산인 문화재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이제와서 예산이 부족했다 어쩌다 타령을 하지만, 한 푼이든 백 푼이든 그 돈은 이미 국민이 피땀흘려 번 돈에서 거둬 낸 세금이다.?
국민은 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민의 이러한 반응은 납세자로써 자신의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다. 방재(防災)와 문화재 보호라는 명목하에 세금을 타먹고 있는 두 기관이 문화재가 다 타버리고 난 다음에?돈이 모잘라 다 태워먹었다고 예산타령이나 하고, 나 때문에 다타버린게 아니라고 서로 책임 소재 타령하고 있는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대고 국민의 성금으로 다시 짓자는 소리를 하고 있다니 기가 차고 아스트랄 하지 않은가? 생각해보라 성금을 모으든 세금을 들이든 국민 돈이 들어가는 것은 변함이 없다. 매끼 쌀사서 밥지어서 먹여놨더니 빈둥 빈둥 놀다가 집안 가산 탕진해 나무라니 밥값 못한 생각은 안하고 “먹은게 별로 없어 일할 기운이 나지않아 놀고 있으니 밥이나 더 달라” 하는 꼬락서니다.?
언어도단이다. 도대체 왜 국민이 공무원들의 실책으로 인해 발생한 재난에 까지 돈을 보태야 하느냐는 것이다. 국민이 무엇을 잘못했는가? 잘못이 있다면 그는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 문화재 관리를 엄정히 하리라는 당연한 기대를 하고 맘놓고 숭례문을 바라보며 바삐 살아온 죄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 국민이 성금을 보태는 것이 국민의 위안에 무슨 관련이 있으며 성금을 보내고 말고가 정성에 무슨 관계가 있냐는 소리도 하고 싶다. 5공 시절 평화의 댐 짓기도 아니고… 국가가 나서서 돈을 걷고, 그걸 독려하는 건 옳지 않다. 그렇게 일일히 ‘반장’노릇 하면서 왜 태안에서는 침묵했나? ?
물론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일견 이해는 간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들의 ‘예스맨’ 참모들은 아마 국민들이 단지 ARS나 계좌 입금으로 한두푼 ‘정성’을 던저 주고 나면 나는 남대문에 대해서 할 만큼 다 했다라는 위안이라도 받길 원한다고 생각했나보다. ?가능한 생각이지만 대단한 오판이다. 국민들은 다 타버린 남대문 때문에 심란하고,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 때문에 불안한 것이며 세금으로 밥벌어먹는, 남대문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입씻고 있다는거에 화내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 문제가 성금 모금으로 해결 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이명박’ 이다.?
이쯤되면 조금 더 삐뚤게 생각해서 이명박 당선자가 복원에 들어가는 세금도 아끼고 싶어서 성금으로 ‘거저’ 짓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는 봉사 등 긁어주는 헛소리를 하기 전에 이러한 문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했어야 했다. 복원에 관해서 할말이 있었으면 그저 정부는 전력을 다해 복원을 할테니 국민은 성원을 보내달라고 하고, 문화재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에 관심을 보내달라고 하는게 옳다. ‘밥타령’이 아니라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현상과 민심에 대한 파악도가 이 지경이고 민심을 전달해 대통령을 움직여야할 수족들이 예스맨 노릇을 벗어나지 못하니… 이명박 행정부의 미래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나 혼자의 걱정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