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수년전 일이다. 아버지의 마이크로택2500의 번호를 누르고 센드(SEND)버튼을 눌러 본 것이.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결되는 목소리가 정말 어찌나 소름끼치도록 놀라웠는지. 그것은 아는 사람만이 아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십여년전 일이다. PCS라는 것이 시작되어서 우리나라에서 점차로 삐삐를 휴대전화가 대체하기 시작한것이말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가지게 된 해와도 일치한다. 여러사람이 당황했음에 말할나위 있으랴.
그리고 나는 정말 여러번 핸드폰을 갈아치웠다. 그래서 한때는 핸드폰 마니아로써 친구들의 핸드폰 구입 상담을 도맡았을까. 하지만 언젠가부턴지 질려나가기 시작했고, 나도 보통사람들처럼 잘 걸리고 잘 받으면 그만인 지경에 이렀다.
그런 나를 자극한것은 바로 KTF의 서브 브랜드인(이젠 메인브랜드를 압박하고 있지만) 쇼 때문이었다. 아날로그 그리고 CDMA 그리고 그 다음인 WCDMA였으니까, 충분히 그럴법도 하다. ‘영상전화’라는 것이 구미에 당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을 살펴보다 새로운 핸드폰이 없나 들여보다가 발견한 이녀석 때문이다.
전면
측면 – 볼륨 버튼 뿐이다. 접힌 측면 – 스테레오 이어셋/충전 겸용 20핀 단자
이녀석 이름은 W2700. 삼성에서 이번 5월에 새로 내놓은 WCDMA 단말기로 정말로 얇은 휴대폰이다. 현재 출시된 국내 WCDMA중에서 가장 얇은 두께라니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이녀석의 특징은 일본에 먼저 출시된 전화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여러가지 디자인이 일본 구미에 맞도록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커다란 폴더(더불어 커진 크기)와 액정(2.3″), 단색의 외부 LED 디스플레이 같은 것 등등. 키패드는 세로로 결이 입혀진 플라스틱으로 된 한판으로 평소에는 금속 느낌이 나는 색이고, 라이트가 켜지면 흰색으로 불이 들어온다. 키감은 크게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터치패드는 아니고 기계식으로 버튼 하나하나를 누를때마다 분명히 피드백이 온다.
그외에는 매우 깔끔한 화이트 색상의 상판과 후판 뿐이다. 카메라는 로테이션이다 앞으로 돌리면 앞을 찍을 수 있어 역으로 상대편을 찍을 수도 있다. 130만 화소라는데 화질은 그럭저럭 폰카 치고는 괜찮았다. 여튼 화상통화가 된다하니 그나마 없어도 될것을이라는 소리를 피할수 있었다.
인석을 사용하다보면 꼭 흡사 일본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커다란 액정으로 문자를 입력한다거나, 전화 통화를 하고 있을때가 그렇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소프트뱅크의 707SC를 그대로 한국화 시켰으니말이다.
이녀석은 Tri-band전화기이다. 전화 하나로 WCDMA국가, GSM국가 모두 로밍이 가능하다. 최근 전국토를 WCDMA로 전환을 마친 일본을 비롯해서 유럽, 동남아 국가들을 가더라도 무리없이 로밍이 되는 것이다. 쓸일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서도…
그렇지만 걱정스러운건 배터리가 좀 짧다는 것이다. 보통 한나절 정도 사용하면(몇통화하고 문자 좀 보내면) 배터리가 한칸이 떨어져 있더라… 이래선 해외여행가기에는 걱정이다. 어댑터 챙겨가시라. (덧붙임 : 우리집이 전파환경이 조금 불안하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이것때문일 수도 있다, 기왕이면 USB충전도 가능했다면 전세계로밍이 가능한 전화로써 편리할텐데)
기능은 최신의 휴대폰이 가질만한 기능은 거의다 갖춘것으로 보인다. 카메라나 블루투스나 음성인식/합성기능이라던지. 다만 유감인것은 그 두께로 인하여 추가로 메모리를 넣을 공간이 없다는 점이고, 덕분에 음악등 컨텐츠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좁다는 것이다(약55MB).
또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차이 없는 그저 휴대폰이지만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기존에 사용했던 1800MHz, 800MHz와는 완전히 다른 2.1GHz 대역을 사용하고, 통신방식도 WCDMA를 사용하는 완전히 다른 휴대전화이란 점이다. 물론 우리집을 비롯하여 대체적으로 다녀본 곳(수도권에 한정된다 현재까진)에서는 대체로 전파세기가 양호했지만, 우리집에서 경우에는 기지국이 중첩되는 까닭인지 전화가 끊어진다(말그대로 통화자체가 끝나는 것)거나, 발신이 늦게 된다던지 하는 문제가 있었고 배터리가 하루만에 세칸 다 떨어져가는 등 꽤 불안한 면도 있었다.
WCDMA라서 드는 궁금증은 하나가 아니었다. 대표적인것은 SMS이다. 이것도 CDMA의 그것과 이름만 같지 완전히 달라서, 기지국과 통신할때 보내는 시그널을 활용한 CDMA의 그것과 SMSC(Short Message Service Center)로 메시지를 보내고 그것을 처리하는 WCDMA의 방법이 완전히 다른것이 아닌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송수신속도가 1초정도로 매우 짧기 때문이다. MMS는 보통 전화와 비슷하게 서버에 업로드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특별히 빠르다 느끼지는 못한것 같다.
이상이 일단 이 전화기를 개통해서 약 일주일 가까이 써본 소감이다. 여러가지면에서 오랜만에 삼성 단말기를 사용하는 것이고 처음으로 WCDMA를 써보는 것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잘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삼성은 천지인 한글의 우물정자를 화살표버튼으로 바꿔주면 안되는걸까? 엄마 한번 입력하기가 너무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