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철을 탔다. 내가 정말 틀어박혀살았구나 싶었다. 천안에서 수원으로 돌아오는길에 전철을 탔다. 요금은 한 2100원 나오지 않았나 싶다. 술취한듯한 대학생의 무리가 같은 차에 타서 한칸의 반을 차지해버렸는데. 그네들의 행동거지며 수다가 재미있다. 친구들끼리 부비대는 것도. 깔깔대며 웃는 것도 한편으로는 부럽기만하다. 물론 조금 시끄러워서 이맛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역마다 서지 않는 급행전철이지만 꽤 많은 정거장을 거쳐서-하기야 무궁화호나 새마을호에 비하는 거니 오죽하려마는-수원역에 도착했다. 그네들의 무리는 서울로 가는 무리와 수원에서 내리는 무리, 이렇게 나뉘어서 반쪽은 뚝 잘라 나와 같이 수원역에 내렸고, 나머지 반쪽은 종종걸음으로 사라져가는 상행전차에 남았다.
나는 집에서 가까운 까닭에 학교로 통학하는 시간이라봐야 길게 잡아서 2~30분정도이고 집에서 버스를 타면 바로 학교앞에 내리게 되니까 다른 애들과 통학하면서 마주칠 일도, 같이 떠들면서 갈일도, 전철에서 숙제를 하거나 교과서를 읽는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만약 그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일진데. 그나마도 몸이 좋지 않아서 휴학을 하는 바람에 한학기 밖에 못해보고… 일년 휴학에서 8개월째 달이 속절없이 지나가는 중이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급행열차라서 진위역은 지나지 않지만 스리슬쩍 지나가는 역을 보면서, 아 준영이가 이렇게 통학을 하겠군. 하는 것이다. 흐음. 여기란말이지. 눈도장을 찍어둘새면 이미 플랫폼의 이쪽끝에서 저쪽끝을 가로지르고 나서이다. 주위는 전철역전치고는 한적하다.
천안을 가게된 까닭을 말을 안했는데, 요번에 아버지가 학원을 이전하면서 컴퓨터와 디지털복합기 설치를 내가 하게 되었던 것이다. 천안과 수원간에 40분이 안걸리는 고로, 그런 까닭에 요즘 심심찮게 불려가고 있다.
아… 뭐 조금 고생이랄것도 없는 수고 좀 하고, 밥 얻어먹고, 올라왔으니 외려 호강이라고 해도 될란가. 오랜만에 경기도 탁한 집안 공기도 벗어날겸… 어찌됐던 새로 이전해서 개원하는 학원이 잘되었으면 좋겠다.
천안 이야기가 나왔으니 뭐 한마디 더하자면… 몇번을 들려보지만 도저히 천안의 지리는 파악을 하질 못하겠다라는 것이다. 아버지 차를 타고 어딜 가노라면 이리 휙휙 돌고, 유턴하고 좌회전해서 골목으로 들어가고, 차고제한 2미터 20센티의 ‘움굴’만한 지하도로를 지나고… 그쯤되면 어디가 남이고, 어디가 북인지 지남능력까지 상실해버리고야 만다. 신도시 쪽은 깔끔하게 바둑판같이 정리가 되어 있지만, 구시가쪽은 정말 정글이 따로 없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