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께면 Happy Hacking Keyboard를 사용하는지 석달이 된다. 이미 Spirits of Ecstacy에 비유 하며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를 했었던 이 녀석을 석달 가까이 써보고 나니 장 단점도 어느정도는 일목요연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갑부가 아니라면 이 정도 되는 키보드를 어느정도 이상 사용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 장기적인 사용감은 어떨지 궁금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다.
음. 어떤것을 먼저 기록해야할까. 일단 키감에 대해서. 키감의 경우에는 이미 유례가 없이 훌륭하다는 평이 있지만 그 키감의 비밀은 써보면서 두가지 특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번째는 타자에 들어가는 힘이 적다는 것. 마치 만년필로 글을 쓰다가 온점을 찍고 다음 구절을 생각할때 잉크가 배듯이, 다음키를 입력하기 위해서 잠시 망설이면서 살짝 손가락을 올려놓았는데 이미 기본자리의 돌기가 있는 ‘ㄹ’이 주루룩 한줄은 입력이 되어 있었다. 그정도로 타건에 들어가는 힘이 적게 들어간다. 그럼에도 무척 두꺼운 두께에서도 알수 있듯이, 퍽 깊게 눌려지는 반면에, 그러기까지 들어가는 힘은 무척 가볍기 때문에 다른 키보드를 사용하다보면 제일 먼저 느끼는 느낌이 ‘키가 내 생각대로 따라 눌려지지 않는다.’ 라는 느낌이다.
키감 그 두번째,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척 뛰어난 반발성이다. 흔히 떡처럼 튀어오른다는 느낌을 주는 독특한 키감의 비결이겠지만, 이 키보드의 방식이 기계식도 아닌, 멤브레인식도 아닌 정전 무용량 방식이라는 점에서 온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다른 일반 키보드와 비교를 하자면, 눌렀을때 키를 눌렀을때 키 소리와 함께 ‘톡’ 하고 튀어오른다.
종합해보면, 힘이들어가지 않는 타자와 확실하게 톡하고 튀어오르는 반발감이 종합적으로 최상의 키감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키 레이아웃의 문제를 다시 집자면 3개월이 지난 지금에는 습관적으로 다른 키보드에서도 Fn 키를 찾으려고 오른손 새끼 손가락이 까딱 거릴정도로 익숙해져있다고 보면되겠다. 어쩌다가 유닉스의 VI와 PICO 에디터를 쓴적이 있는데 그 에디터의 화살표키가 Ctrl을 누른채로 키를 기본 글쇠자리의 키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왜 이 키보드의 컨트롤 키가 그렇게 전진배치되었는지 알것도 같은 느낌이었다.
맥을 사용하는 나로써는 Ctrl키를 사용하는 빈도가 매우 약하므로 솔직히 크게 개의치않지만 윈도우를 사용할때는 아무래도 조금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 그리고 펑션 키들(F1~12)과 틸드키의 위치 또한 익숙해져서 문제는 없지만 여전히 신경쓰인다.
품질의 문제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매우 만족스럽다. 초기의 훌륭한 품질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며 검정색이라는 특징상 때가 탄다거나 그런 부분에서도 일정 정도 문제가 없는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수없이 타이핑 타이핑 타이핑을 반복했지만 여전히 훌륭한 품질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Bic 볼펜의 모토는 Write First Time, Every Time 이라고 한다. 실제로 부드러운 운필이 정말 오랫동안 지속되는 점이 참 맘에 들지 않던가? 게다가 값도 매우 부담없는 수준이고. 한때는 롤스로이스(Spirit of Ecstasy는 롤스로이스에 붙어 있는 엠블렘의 이름이다)에 비교하다가 저렴한 볼펜 한자루에 비견하자니 좀 기가 막힐 사람도 있겠지만. 그만큼 다양한 평가가 가능한 제품이 이녀석이라고 볼 수 있으니 어찌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