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전용 강의에 대한 생각

영어전용강좌 무엇인가?
영어 전용 강좌, 즉, 수업에서 영어만을 사용하는 강의를 말한다. 영어 전용 강의를 시행함으로써 학생의 학업에서의 영어 사용 능력, 즉, 듣기와 쓰기, 말하기, 토론하기, 발표하기 등과 관련한 스킬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려대 등을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 최근 수년내에 상당수 대학이 도입하였다. 특히 고려대 같은 경우 아예 쿼타를 정해서 시행하고 있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하지만 영어 전용 강좌가 과연 그러한 본래의 취지를 다하는가는 의문이다. 영어 전용 강좌를 진행하는 교수의 능력이 영어로 주도적인 내용을 이끌만한 교수가 적은데다가 또한 그것을 따라올 수 있는 대학생도 적다. 곰이 재적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영문과 1학년 전공과목을 한국어 강좌와 영어 전용 강좌를 개설하였는데, 내가 내심 걱정이 되는 것은 과연 1학년 학생들이 어떻게 영어 수업을 따라 올것인가? 라는 걱정이다. 결과적으로 두가지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수업의 본래 내용 보다는 영어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렇게 됨으로써 수업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본디 좋은 수업은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다양한 상호작용(interaction)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의 능력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토론은 고사하고 교수가 일방적으로 하는 설강 조차도 곤란하여 어휘 사용에 골머리를 앓아야 할 것이다.

또한 고학년들의 저학년생들 사냥이 가능하다. 적어도 영문과에 한하여, 영어를 수년간 공부한 학생과 이제 막 공부한 학생의 영어 발표 및 청취 스킬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은 고학년의 성적 드라이브에 저학년들이 깔아주기를 해줄 것이라는 우려를 떨칠수가 없다. 이에 더불어, 영어 특기자라는 변수를 생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대학이 국제화라는 이름하에 많은 외국어, 특히 영어에 능통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내가 아는 그러한 영어특기자 중에는 토플 점수(CBT)가 280을 넘는 학생도 있다. 절대적으로 보았을때도 결코 낮은 점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수능이나 내신 영어를 통해 입시를 거친 학생에 비해서 외국어 특기자는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참고로 우리학년도의 영어 특기자는 우리과에 10명 남짓으로 알고 있다), 외국어 강의에 있어서 단지 ‘영어를 잘한다’라는 이유로 어드밴티지가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중도 포기하고 있으며, 애초에 개설이 되고 나서도 신청하는 학생이 적어 폐강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언어 능력을 비록 배제하거나 교수가 임의로 핸디캡을 적용한다 할지라도, 결국은 교수가 수업 내용을 맨 투맨으로 수준에 맞춰 ‘떠먹여’ 줄 수는 없다. 설령 이러이러한 점이 나옵니다라고 얘기를 해준다 할지라도시험 문제를 읽는 속도가 차이가 날수밖에 없다. 국어 강좌를 들은 학생과의 형평성은 차처하고 말이다.

이에 대해서 수개월전에 한 영자 신문의 Op-Ed란에 부산의 한 대학의 초빙 교수로 있는 한 외국인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를, 영어 전용 강의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만일 한다면 전문적인 이해가 필수적인 전공과목이나 전문과목 보다는 교양강좌가 적합하며, 수많은 영어 회화 강의를 하는 외국인 강사의 다양한 경험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대입 교육 정책은 항상 수년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 정책’이라는 질타를 받아왔다. 유감스럽게도 대학의 교육정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토익점수의 졸업 요건이나 각종 인증제처럼 영어 전용 강의도 하나의 트렌드일지 모르고, 얼마지 않아 또 사문화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만일 영어 전용 강의가 앞서 시작된 사문화된 유행에 전철을 밟지 않기를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한두개의 유명 대학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하고 보자는 대학 행정의 근시안성의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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