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L Pro의 한국 출시와 사용 소감

높은 정확도의 번역으로 이름을 알려온 DeepL의 유료 버전인 DeepL Pro가 8월 16일~17일 경 쯤 한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저는 바로 DeepL Pro의 3개 플랜 중에서 가운데에 해당하는 Advanced 플랜을 선택해 Trial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사용한지 많이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높은 확률로 연 결제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제한 번역과 긴 글 번역, 그리고 웹페이지 번역

일단 이 서비스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어디까지나 사실상) 무제한 번역과 긴 글 번역 기능, 그리고 웹페이지와 파일 통째로 번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Chrome/Edge 확장을 이용한 웹페이지 번역을 이용하면 웹페이지의 기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전체 페이지 내용을 번역으로 즐길 수가 있습니다. 번역 속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전체 웹페이지를 한꺼번에 번역하는 게 아니라 화면에 나타나는 것부터 번역을 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다보니 가끔 번역이 안된 문장이 실시간으로 번역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무슨 영화에서 암호 해제 되는 장면 같은 느낌입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도 – Glossary 기능 부재 및 긴글에서 ‘뽀록’나는 실수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일단 다른 언어쌍에서 가능한 Glossary 기능이 아직 사용 불가능하고, 긴 글을 읽다보면 가끔 실수가 ‘뽀록’나기도 하죠.

(원문)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까지 DeepL의 세계관에서는 검찰총장입니다. 물론 DeepL의 메인 번역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면 이런 실수는 간단하게 바로 잡을 수가 있긴 합니다.

문제는 DeepL Pro의 자랑인 높은 보안성이 여기서 상충된다는 것인데요. Pro 전용 서버에서 번역 후 즉시 삭제된다고 DeepL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바로 잡은 것도 다음번에 바로 번역을 다시 실행하면 도로 아미타불이 되죠.

그러나 높은 정확도 덕분에 훨씬 작업 속도가 빨라진 것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수준의 오류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설령 약간의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어느정도 감안하고 보면 훑어보기 속도를 매우 빠르게 만들어준 것은 진지하게 말해서 사실입니다. 그리고 메일 등을 통한 서신 작성 또한 매우 편리해졌습니다. 0에서부터 외국어로 작문을 하는 것 보다는 쉽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특히 작문에 있어서는 외국어를 전혀 못하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어느 정도 외국어 지식이 있는 가운데에서 작문 효율을 폭발적으로 향상시켜주는 툴에 가깝다는 인상입니다. 일단 한국어로 쓰고 번역된 글을 쓰윽 훑어서 문제가 없는지, 원하는 대로 되었는지 확인한 다음 붙여 넣는거죠. 저는 그 결과 영어나 일본어로 된 글을 작성할 때 굉장히 수고가 많이 줄었습니다. 덕분에 어지간한 영어나 일본어 메일 커뮤니케이션은 DeepL로 초벌 작업을 하고 검수하고 바로 발신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정도의 퀄리티는 담보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다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엄한 표현으로 옮기거나, 최적의 선택지를 고르는 등의 작업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해당 외국어 지식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혹자의 예상대로 DeepL의 기계 번역이 번역가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아직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밀도 높은 기계번역은 정보의 민주화에 기여할 것인가?

다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영어나 외국어로 된 정보는 ‘어학능력’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제공해도 그것을 독해할 능력이 없으면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의 ‘프레임’과 ‘프로파간다’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또, 역으로 외국어로 된 정보를 발신하는 능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이 외국어에 통달하지 않으면 외국어를 잘하는 누군가를 개입해서 전달할 수밖에 없는데요. AI를 통한 높은 정확도의 기계번역의 보급은 정보의 민주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단순한 번역 서비스의 출현이 아니라 작년 말 ChatGPT 쇼크 이래로 이어지고 있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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