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UX

  • 실패한 단순화

    어머니가 오셨다. 그리고 문제의 올레TV smart를 처음으로 만져보셨는데 내가 자고 있는동안 홀로 만지시다가 짜증을 내셨다. 일단 첫번째로 메뉴를 진입하는 방법을 모르셨다.

    전원 화면을 켜면 예전엔 바로 컨텐츠 메뉴가 나왔는데 이제는 ‘문제의 정신없는 홈화면’이 나왔고 메뉴를 보려면 오른쪽으로 화살표를 옮겨야 하는 것인데. 젊은 사람은 그냥 대충 이해할 수 있지만 나이든 분은 ‘안내’가 필요했다. 모두에게 직감적이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두번째는 어떻게 VOD를 종료하느냐였다. 나는 전 포스트에서 버튼을 삭감해서 사용법을 숙지해야할 정도라고 했는데 실제로 어머니는 VOD를 종료하는 방법을 몰라서 짜증을 내셨다.

    ‘새롭게 만든다고 하는게 죄 불편하게 만들지’라는게 어머니의 평가다. 98개 버튼 리모컨을 쥐어드리지 않아봐서 모르지만 이것도 뭔가 고쳐야 할 점이 있긴 한 듯 하다. 일단 가르쳐 드리면 쓸수 있기야 하겠지만 직관성 측면에선 실패한 단순화라고 할 수 있겠다.

  • iPhone 5s의 Touch ID(터치 ID 센서)는 과연 보안에만 영향을 미쳤는가?

    아이폰 5s에서 새로 생긴 Touch ID(터치ID) 지문 센서는 정말로 뛰어나다. 뛰어나고 너무나도 뛰어나서 그간 아이폰을 쓰는 방법, 아니 어찌보면 터치스크린 디바이스를 쓰는 방법을 바꿔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편하기 그지 없지만, 좀 익숙해질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기기의 전원을 켜보는 가장 자연스러운 동작은 Sleep/Wake 버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Home button이다. 왜냐하면 정면에 있고 가장 커다랗고 ‘모든 작업을 하던 돌아간다’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홈을 누르는 것이 몸에 익숙해지게 된다.

    다만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경험적 트릭을 발견하게 되는데, 사실은 Sleep/Wake 버튼이 했어야 할 기능인 디스플레이의 켬 기능을 홈 버튼이 한다는 사실이다. 요컨데, 아이폰은 안드로이드나 블랙베리처럼 인디케이터가 없으므로 뭔가 알림(notification)을 확인 하기 위해서는 Sleep/Wake 버튼을 눌러 화면을 켜서 그 내용을 읽어야 한다. 근데 알다시피 그 버튼은 기기 우측 귀퉁이에 작게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훨씬 커다란 홈 버튼을 누르면 똑같이 화면이 켜진다는 사실을 게다가 iOS4에 와서는 멀티태스킹을 겸해서 홈 버튼을 두 번 태핑해서 잠금 상태에서 멀티미디어 재생을 할 수 있게 변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홈 버튼을 눌러 시계를 보거나 알림을 보거나 록을 해제했다. 이게 훨씬 빨랐으니까. 사실 애플에서도 그러라고 했었다.

    이 그림은 애플의 iOS 5.1 버전 아이폰 설명서이다. 거리낌 없이 홈 버튼을 눌러서 해제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만큼 홈 버튼을 누르고 슬라이드 해서 잠금해제는 아이폰 사용자에게 익숙해져 있다.

    아이폰 사용자에게만 그럴까? 아이폰으로 정전식 터치폰이 도입된 이래로(슬라이드 언락이 도입된 이래로) 우리는 하드웨어 버튼을 누르고 슬라이드를 하던 밀던 그리던 암호를 누르건 뭔가 화면에 인터랙션을 해서 오동작과 실제 동작을 확실히 구별지었다. 또 별도로 필요 하는 경우 보안 기능을 삽입했다(아마 이 둘을 아우르는 유일한 예외가 안드로이드 4.0의 페이스 언락 기능일 듯하다).

    헌데 Touch ID를 사용하면. 홈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철커덕 잠금이 해제된다는것이다. 대기화면도 없고 그냥 바로 홈화면이거나 sleep 버튼을 누르기 전의 화면으로 돌아간다. 사용하면 할 수록 그 랙도 짧아진다. 그냥 ‘버튼을 누른다’라는 감상으로 암호가 풀리고 잠금이 풀린다. 앞서서 페이스 언락을 얘기 했지만 확실히 밝은 곳에서는 어느 정도 되지만 조금만 조도가 불안정하면 꽝이고 어두우면 암호 입력이 필요하고 보안적으로도 패스워드보다 위험한 녀석이다라고 구글 자신이 써놓았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가장 자주 쓸 네 손가락, 양 엄지와 검지를 등록했는데. 그랬다간 결국 홈 버튼으로 잠긴 상태의 대기 화면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왜 애플이 락 상태에서 두 번 눌러 재생 메뉴를 삭제 했는가(한번 누르면 홈으로 돌아온다, 뭐 겸사겸사일 수 있지만 어쩔수 없이라도 할수도 있다. 암호 푸는 반대 엄지나 등록하지 않은 손가락으로 두번 따닥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알림센터에 부재중 메뉴를 따로 만들어 놨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 그러면 경우에 따라서는 전화기가 닫힌 상태의 알림과 예전에 도착된 알림이 뒤죽박죽으로 섞일 것이다.

    iOS7은 이렇게 우리가 아이폰5s를 만나기 전에 받아봤지만 실제로는 아이폰5s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한꺼번에 한 곳에서 설계하면서 생기는 장점은 64비트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내부에서도 발휘되지만 이런 사소한 곳에서도 여김없이 발휘 되는 것이다.

  • olleh TV의 검색기능 유감

    olleh TV가 있는데, 우리 어머니께서 좀 당황하셨다. 검색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원래는 메뉴버튼을 눌러 검색을 할 수 있었는데 오도가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배우 명으로 찾을 수 있는 기능이 어디로 갔냐”라고 하기에 한번 찾아봤는데 정말 메뉴 어디를 봐도 사라지고 없었다. 사실 olleh TV의 변덕스러운 메뉴 변경이라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정말 사춘기 소녀의 장래희망이나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선 일곱살 꼬마의 마음보다도 더 많이 바뀌기 때문에 나같이 젊은 사람 조차도 적응이 힘들다. 결국 대통령인지 장관조차도 한마디 했다던 그 수십개 버튼 달린 리모컨의 아래에 콩알만하게 달린 리모컨의 검색버튼을 누르니 네이버 검색창이 나온다. 엥? 이게뭐지 해서 입력해 본다. 원하는 컨텐츠는 안나오고 뭐 잔뜩 쓰잘때기 없는 현재 토픽같은게 나온다. 컨텐츠를 보려면 아래에 olleh tv 컨텐츠로 커서를 내려야 한다. 그나마도 예전에 비해서 출현율이 형편없다. 어이…

    정말 가끔 KT 친구들은 UX를 왜 이따구로 하는지 의심되는 경우가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걸 모르는걸까? 사실 대단한건 아니지만 표현명 사장과 맞팔이다. 평소에 멘션으로도 제안을 하곤 했지만 가끔 DM으로 멘션으로는 못하는 강도 높은 소리를 할때가 있다. 최근에 홈페이지에 대해서도 말했었다.

    나는 20대인데도 어렵다. 40대, 아니 50대인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어렵지 않게 ‘유니버설 디자인’을 감안해서 만들어달라, 경쟁사를 생각해달라, 아니 그 이상을 생각해달라.

    그에 대해서 대표적인 난맥상인 쿡/쇼 ID통합을 비롯하여 사이트 개편을 진행중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좋다. 바꾸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한다. 이제 정말 ‘발로 뛰겠소’라고 천명한건 좋다. 정말 ‘발로 뛰어야 겠다’ 근데 머리와 발이 따로 놀고 있다. 이렇게 해선 안된다. UI를 확립해놓고 나면 좀 진득하게  유지하는게 필요하다. 맥OS X의 경우에는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창의 크기를 조절하는 부분을 Aqua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는 10년동안 우측하단 귀퉁이에만 뒀었다. -_-;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어, 여기에 있었는데?’ 했는데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완벽하게 다른 위치 모양과 다른 기능으로 뒷통수 치는 일은 없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