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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6주년

6월 1일은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공개 6주년이었군요. 신카이 감독이 직접 트윗을 하고서야 알았습니다.

언어의 정원은 저에게도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언어의 정원을 본것은 개봉일 당일 다운로드 판매 개시라는 이례적인 정책 덕분에 개봉일 당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몇번을 다시 돌려보았죠. 몇 번을 다시 돌려봤는지 모릅니다.

이 영화와 저의 관계의 정점을 찍은 것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였을 겁니다. 직접 만나고 싸인과 굿즈도 받았죠. 그리고 악수도 몇 번씩이나 하고 집합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당시 포스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전술 했다시피 20시 상영이라 후속 상영이 없었습니다. 질문하시는 분들도 수준 높은 질문을 했고, 감독도 성실히 대답해 주셨기 때문에 스크리닝 토크도 예정 이상으로 길어졌고, 시간 제약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남은 몇몇이 서로 모여서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른 상영이 후속 상영에 쫓겨서 서둘러 끝난것에 비하면 매우 여유롭게 공식적인 시간만 제 기억으로는 40분 넘게 보낸 것 같습니다. 거의 본편에 육박했던 것 같은. 아무튼 다 끝내고 돌아가면서 영화제 팜플렛을 구하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다 철수하면서 회수해 버리는 바람에 암것도 없고 문 닫을 경비원만 남아있는 상황.

그 때 찍은 집합 사진을 구하는 여정은 꽤나 험난했었습니다만 말이죠(쓴웃음). 그리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 코믹스 웨이브 필름 측에서 당시 행사를 촬영했던 모양입니다. 사인 색지를 전달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제가 찍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실명과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저기 찍힌 사람이 난데 좀 더 큰 원본 사진을 얻을 수 없을까요”라는 요지를 설명해서 보냈죠. 그리고 몇달이 지나도 답이 없어서 잊혀질 무렵 답장이 왔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과 좀 덜 잘 나왔지만 제가 중심으로 찍힌 사진이 날아왔습니다.


그날은 끝나지 않는 고양감에 부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붕 뜬 느낌입니다. 그 이후로 너의 이름은. 때도 신카이 감독을 봤지만 그때는 검은 옷을 입은 경비가 워낙 삼엄해서 그런 친밀한 기회는 더이상 가질 수가 없었죠. 이벤트 상품 조차 스태프를 통해 전해졌을 정도니까요. 다음 극장으로 폴짝 하고 뛰어가야 할 정도로 강행군이었죠. “날씨의 아이”가 얼마나 흥행할지는 모르겠지만 신카이 감독을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앞으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언어의 정원’은 ‘초속 5센티미터’와 함께 저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남습니다.

신카이 감독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신작도 기대할게요!

너의 이름은. 을 둘러싼 기묘한 인연

너의 이름은. 을 둘러싼 기묘한 인연은 계속 이어집니다. 10월에 보고 1월에 개봉한다는걸 듣고 좌절하면서 언제 다시보나 벅벅 긁는데시간이라는게 꽤나 빠르더군요. 정신차려보니 연말이었고 연말에 한 선행 상영을 보았습니다. 행복해라.

아시다시피 개봉하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를 놓친 저는 이 기회를 잡고 싶었습니다. 와디즈라는 곳에서 펀딩을 통해 토크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걸 알고 참여를 시도 했으나 어느 순간에 다 끝났더군요. 실망한 저는 당일날 근처 극장에서 표를 예매하기 위해 CGV 앱을 열었는데 뭔가 이상한 상영이 있습니다. 그래서 눌러보니 잔여 좌석 상황이 장난이 아닙니다. 알고보니 무대 인사가 있는 상영이었고 거의 다 팔려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행히 표를 잡았고 4년만에 신카이 감독을 다시 만났습니다. 멀찍이나마. (동영상 보기)

이 상영에서 감독에게 질문을 하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제쪽을 보며 검은 티 입은 분 얘기해서 저 말하는 줄 알았더니 바로 앞분이시더군요. 허허. 추첨으로 나눠준 포스터는 당연히(?) 낙첨됐고요. 뭐 트위터 이벤트로 한 분께서 일본 현지 판매용 포스터를 주셨는데 그것도 충분히 행운이지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 밀당(?)은 사실 이번 영화만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언어의 정원도 꽤나 일이었어요. 링크를 열기 귀찮으신 분을 위해 말씀드리면 부천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감독과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누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 몰라 해메어 소규모 배급사 사장님을 괴롭힌 이야기입니다. 근데 아직도 이때 사진을 받지 못하신 분 계실 겁니다.

언어의 정원 얘기하니 이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코믹스 웨이브 필름 스태프가 당시 부천국제영화제 때 신카이 감독과 팬이 악수하며 기념품을 전달받는 장면을 사진을 찍어 페이지에 올렸는데 거기에 악수하기 위해 줄선 제가 슬쩍 찍혔습니다. 이게 왠 보물이냐 싶어 페이스북 메신저로 정중하게 물어봤습니다. 좀 더 큰 사진이 없을까요? 라고. 페이스북은 실제 얼굴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었으므로 제가 누군지 아실겁니다. 라고요.

그러고 답장이 없으니 잊고 지냈는데 두달 뒤(기억으론 다섯달인줄 알았는데 방금 메신저를 열어보니 두달이더라고요. 사람의 기억이 이리 불확실합니다) 문득 페이스북 메신저가 울려서 보니 그때 그 사진과 아주 잘 나오진 않았지만 제가 악수하는 순간의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이번 작품 기대한다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비롯해서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만 저는 수많은 우연과 인연, 도움과 친절, 그리고 행운을 업어 이렇게 너의 이름은. 과 언어의 정원에 닿았습니다. 저는 행운아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이 자릴 빌어 이 모든 여정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덧. 지금까지 총 6번인가 봤을겁니다. 이건 여러모로 기록입니다. 작년 한해 극장에 간것보다 많은 횟수이고 신카이 작품을 포함해서 극장에서 한작품을 이렇게 많이 본것도 처음입니다. 여러번 보면 볼때마다 발견하는게 있어요. 되도록 한 번이라도 더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너의 이름은(君の名は。)

“너의 이름은(君の名は。)”과의 인연 ⋯ 인연에 관한 영화와의 복잡한 인연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이하 구두점 생략)”에 대해 갖는 감정은 복잡하다. 일단 무언가 만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 녀석을 보려고 현해탄을 건널까도 생각했었다. 현실적인 문제가 핑계가 되서 생각이 현실이 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영화는 대단한 물건이 되어 있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이름으로 관객을 부를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을 미야자키 하야오, 안노 히데아키, 호소다 마모루, 신카이 마코토 이렇게 네 명을 꼽는다. 모두가 적건 크건 대표작이 있고 <◯◯◯◯(영화 이름)의 △△△△(감독이름) 작품> 이런 식으로 내걸 수 있는 인지도가 있다. 앞의 세명은 차치하더라도 신카이 마코토는 사실 비교적 코어한 애니메이션 팬을 중심으로 인기가 있었는데(일본에서도 기존 작품들은 1억엔대 중반의 성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번 작품은 감독 자신도 신기해 하듯, 뭔가가 잘못된거 아냐? 싶을 정도로 잘나가고 있다. NHK의 <클로즈업 현대+>에서는 왜 이 작품이 성공했나를 다룬 에피소드를 방영 했을 정도이니 말을 다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별을 쫓는 아이나 언어의 정원 때와는 확연히 인지도도 올라갔고 처음 상영된 무대가 국내 최대 영화제라는 부산 국제 영화제인 것도 있고 상영때 감독과 주연 성우까지 참여하는 등 프로모션에서도 ‘한 랭크 위’의 작품이 됐다. 이미 한국내 수입사는 기합 자체가 다른 모양이다. 상영관이 적거나 일찍 내려서 걱정할 필요는 없지 싶을 정도로.

근데 이 작품과 내 인연은 매우 복잡하고 어정쩡한데, 일단 전술한 부산 국제 영화제 때는 예매를 거의다 했다가 손이 떨려서 조작을 잘못하는 바람에 예매에 실패해버려서 거의 며칠간 정신적 내상을 겪어야 했다. 문자 그대로 손이 떨려서 마우스를 조작하지 못했다. 이성이 마비 되더라. 표를 못구한 충격에 더해 내가 이럴수가 있나 싶어 자괴감에 빠졌다.

이 작품이 뭔가 다르다라는 건 들었다. 그리고 짖궂게도 스포일러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무위키>만 가도 모든 것이 다 드러나 있다. 나무위키의 전신인 <엔하위키>시절 <언어의 정원> 관련해서는 거의 내가 틀을 잡아서 초반부 집필을 했고(그렇다 이건 거창하게 말해서 집필 수준이다), 그 때 짜넣은 프레임워크를 포함해서 문장의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근데 이번에는 무서워서 그냥 정보를 차단하고 지냈다. 키워드를 봐도 무시하고 ‘안전한’ 소식만 접했다. 결과 아는 것은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뒤바뀐다는 정도였는데 그건 결과적으로 정답이었다. “신카이 마코토가 이번에는 커플을 깨트리지 않았대” 정도의 누설 정도는 웃어 넘길 수 있을 정도로 큰 반전이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이 작품은 과거의 정적인 신카이 작품과 달리 남자 주인공(“타키”)이 적극적으로 탐험하며 행동하는 작품이고 저 커플이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치 경품이 걸린 십자말풀이를 접하는 기분으로 “과연 타키가 어떻게 ‘미츠하(여자 주인공)’을 만날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예고편에서도 나온 아름다운 유성우를 커다란 스크린에서 보고 나서 시각적인 만족을 얻은 뒤에 겪은 말도 안되는 고난을 보면 “정말로 어떻게 만나지?”라는 질문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 절망적인 장면에서는 같이 좌절하고 희망이 보일때 같이 기뻐할 수 있었다. 커블 브레이커가 커플을 깨뜨리지 않았다 라는 정도는 오히려 알고 봐야 재미있다. 스펙타클하고 그 환타지같은 일이 지나고 주인공들이 운명을 헤쳐나갈때 그리고 그 둘이 만났을때 카타르시스는 형용이 불가능하다. 초반에 오프닝에서 그리고 초중반에 RADWIMPS의<前前前生>가 나오면서 흐르는 타임랩스 장면에 솔직히 말해 압도되고 신카이 마코토 팬으로써는 감개가 무량해서 객석에 녹아 내려 스며들 듯한 만족감에 젖어들지만 후반에는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신카이가 한 인터뷰 중 하나에서 그는 러닝 타임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을 신경을 썼다고 말하는 한편 일본 언론에 따르면 컷 전환이 유난히 많아서 긴장을 풀면 화면을 좇는게 어려울 정도지만 스토리가 긴장을 풀게 만들지 않는다. 초반에 주인공들이 뒤바뀌는 과정에서 개그 씬은 마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타임리프를 하면서 생기는 해프닝들처럼 깔깔거리며 넘길 수 있지만 후반부에 이르면 엔딩 타이틀을 보며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을 정도로 농밀하고 스피디하다.

신카이 작품에서 많이 지적되던것이 특히 장편을 이끌어가는 힘이 좀 모자르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가장 평이 좋았던 작품인 <초속 5센티미터>는 단편 연작이었고, 언어의 정원은 장편이라고도 단편이라고도 보기 애매해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초속 5센티미터와 같이 묶어 트는 변칙 상영을 했었다. 이번 작품을 보면 “이래도 그렇냐” 싶을 정도다. 물론 본인도 성장을 한 바가 있겠지만 늘 혼자 스토리를 짜서 콘티를 그렸는데 이번에는 스토리에 헬퍼(그간 신카이 작품의 노벨라이즈를 했던 카노우 아라타)가 있었다는 점을 특기하고 싶다. 신카이의 스토리 능력이 향상 되었거나 헬퍼의 도움이 적절했거나 아니면 그 둘 다 일 수 있지만 어찌됐든 신카이 작품을 논하면서 미려한 그림을 조연으로 둘 수 있을 정도의 작품으로 완성 되었기 때문에 이런 성공을 거둔것이 아닌가 글을 쓰면서 스스로 납득하고 있다.

그림을 조연으로 돌렸다고 그림이 빠지는게 아니다. 지브리 출신의 베테랑 안도 마사시가 총 작화 감독, 소위 잘 나가는 애니메이터인 다나카 마사요시(토라도라, 그날 본 꽃의 이름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마음이 외치고 있어 등)가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했다(오프닝 작감/작화도 했다. 캐릭터 디자인은 안도 마사시와 공동). 배경과 촬영/효과에 강점이 있던 신카이 작품에 애니메이션 적으로도 견실한 스태프가 모였다. 박력 있던 오프닝과, 여 주인공이 도쿄 한복판에 떨어졌을때 경쾌한 음악과 함께 (변함없는 철도에 대한 사랑을 뽐내며) 보이는 도쿄의 모습, 아까 말한 타임랩스 장면은 물론, 카페 하나 없어서 몸이 바뀐 틈에 처음으로 가보는 카페에서 남주인공의 지갑을 거덜내는 여주인공이 사는 깡촌 지역의 묘사는 현지에서 성지순례객을 만들정도로 아름답다. 중간에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여주인공이 산에 오르는 장면의 그림은 도쿄의 정교한 인공물 묘사에 마치 대칭이라도 되듯 자연스럽고 미려하다.

속어로 “포텐이 터졌다” 라는 말이 있다. 나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이 작품을 보았고, 상영 후 Q&A 세션에 참여한 이토 코이치로 프로듀서가 한 대답을 인용하자면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에서 생긴 경험이 쌓여서 이번에 발한거 아닌가 싶다. 거기에 전술했듯이 이번에는 든든한 스태프들도 함께하고 기획 자체가 스케일이 컸기 때문에 들어간 자본 자체가 전작들과 다르다.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3대 요소를 “돈, 사람, 시간”라고 할 정도인걸 감안하면 잘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보통은 이 3 요소 중에서 부족한게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면 나머지가 갈려나가거나 결과물에서 타협을 보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우연히 대박을 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흥행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하고 거기에는 운 같은 불확실한 요소도 있고, 이번과 같은 노력과 요소를 쏟아부어서 다음번에도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살벌함이 도사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번 보고 나면 수치로 드러나는 성공이 납득이 되는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한번 보고나면 두번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한 거고. 나도 한번 봤지만 한국에서 개봉이 된다는(그리고 짖궂게도 유난히 다른 나라보다 늦은)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예매를 장대하게 실패하고 나서 얼마간 지나서 지인에게서 “부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도 상영한다던데요? 저는 표 예매했어요”라는 소리를 들었을때(다시 말하지만 정보를 차단하고 지냈었다, 낙담해서 신경을 끈것도 있지만 당시는 일본과 부산에서 보신분들의 ‘지뢰’들이 사방에 깔려있었다) 다시 한번 힘이 쫙 빠졌었는데 트위터에서 알게된 분이 정가에 수십배에 팔리는 표를 그냥 정가만 받고 주셨다. 그래서 볼 수 있었다. 자리도 정중앙이라 좋았단 말이지. 손이 떨려서 실패하고 걸리는 줄도 모르던 영화인데 이렇게 만날 수 있었다니. 주인공들은 ‘한번만 보면 (서로를)절대로 알 수 있다’는 기묘하고 험한 운명같은 인연의 매듭을 향해 따라가는 영화와의 기묘하고 험한 인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떻게든 만나게 되었다는 면에서 이것도 운명이다.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표를 주신 그 분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개봉은 다음달(17년 1월)이다. 예정대로라면 말이다. 많은 분들이 이미 이 작품을 보고 매료되셨으리라 생각하지만,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즐거워 했으면 좋겠다. 관련된 분들은 이렇게 성공해서 다음 작품에 대한 압박이 대단한 모양인데 이래서야 보는 입장에서는 더 높은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작품이다.

 

여담. 지금까지 여러 신카이 작품에 참여한 한국인이 있다. 촬영의 이주미 씨인데. 신카이 감독이 각본 콘티와 함께 거의 항상 직접 손을 대는 분야가 촬영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을 마크해두고 싶다.

슈타인스게이트 극장판 자막과 수입사 에이원엔터테인먼트의 추억

슈타인스게이트 극장판 수입사가 에이원엔터테인먼트군요. 음 벌써 개봉했나요? 자막에 대한 얘기가 나오네요. 얘기가 길어지니 블로그에 써봅니다. 언어의 정원이란 애니메이션을 아실겁니다. 올해 개봉한 아실 분은 아시고 모르실 분은 모르실 신카이 마코토의 중단편[1] 애니메이션입니다.

그 애니메이션의 수입사도 같은 회사였습니다. 음 나름 공을 들였어요. 부천국제영화제에 맞춰서 감독 방한시에도 참여했고 전작 몰아 상영회도 하고 추첨해서 감독한테 사인받아서 상품도 나눠주고 등등. 관람객 전원에게 선물로 한국판, 일본판 포스터(이거 일본에선 일반 개인에겐 파는 물건이었습니다)도 주고 특성에 맞춰 흥행을 잘했고 통합전산망 첫주 흥행 차트 10위라는 나름 ’기록’을 세웠습니다.

뭐 좌우간 이 영화와 수입사와 하고 싶은 말은 이런게 아닌데. 이 영화의 자막도 사실 영어를 중역한 것이었죠. 그래서 욕을 먹었습니다. 제가 블루레이-이미 팔고 있었으니까요-와 아이튠스 배포-개봉 당일 자정에 배포했으니까요-로 스무번도 넘게 본 상황이라 ‘아. 내가 우리말로 옮겨주랴.’ 싶은 때도 있었습니다. 영화제를 포함해 두번 봤는데 마지막은 그냥 큰 스크린으로 그림보고 큰 스피커로 음악 듣는데 의미를 두고 자막은 무시하고 갔습니다. 하도 많이봐서. ㅡㅡ;

이쯤 되면 또 뭐 할 말이 있냐?! 라고 하시겠지만 사실 또 있습니다. 이게 아주 흥미진진해요. 앞서서 부천국제영화제를 언급했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모든 상영에 왔었거든요. 개중에서 한 상영에 밤 늦게 하는 바람에 시간이 너 남아 돌아서 감독도 관객들도 한시간 가까이(이게 거의 불가능하다는거 아실겁니다) 수다를 떨고 각종 행사를 하니 한시간을 넘기고 소위 뒷풀이로 감독과 함께 한데 모여서 단체 사진까지 찍었어요. 제가 신카이 감독한테 사인받고 기념품 받고 악수하고 들떠서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 “공식홈페이지에 올릴거에요”라고 하고 그걸 흘려듣고 해산한게 불찰이었습니다. 일단 영화제 홈페이지엔 올라와 있지 않지 그렇다고 영화 홈페이지엔 올라올 구석이 전혀 없지. 영화제 사람인줄 알았는데 보니까 영화제 사람은 나중에 보니 경비빼고 다 해산. 그 사람이 누군지는 끝내 모르지만 아주 어렵게 수소문 끝에 나중에 에이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그 사람한테 사진을 구해서 저한테 사진을 주게 됩니다.

에, 에이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사진을? 이라고 하실텐데. 네. 일단 회사에 전화를 걸면 대표가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처음에 사진의 행방을 찾아 영화제 사무국을 찾아서도 없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홈페이지에도 없고 114에도 없어서 마지막 보루다 싶어 영화심의인가 수입한 내역을 등록하는 곳에 등재된 번호를 찾아서 걸어서 사진이 있는지 물었을때도. ( 처음엔 놀라시더군요 나중엔 질리시지만) 사진을 업로드 부탁할때도 웹에 올라간 사진이 플래시라 원본을 부탁할때도. 모든 극장에서 포스터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볼때도. 포스터를 한 장 주는데 두 장 주는게 맞는지. 참 질긴 인연이었습니다. 나중엔 번홀 바꿔도 절 알아보시더군요(당연하죠) 오죽하면 제 휴대폰엔 아직도 번호 저장되어 있습니다. 어떤 연으로 대표님 다시 뵐지 압니까.

해서 받아온 사진이 있습니다. 그때 사진 찍은 사람중에 얼마나 이 사진을 받았을지 정말로 의문입니다. 이 험난한 퀘스트를 뚫고 집요하게 작은 회사의 대표를 괴롭히며 말이죠. 죄송합니다. 열혈 팬으로 어떻게서든 그 사진을 가졌어야 했어요 ㅠㅠ[2]

그쯤 되다보니 자막에 대해 약간의 연민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혼자서 관객의 민원까지 처리하잖습니까. 여직원 한명도 없이. 뭐 돈을 받았으면 제대로 된 퀄리티를 내야겠지만 이 바닥이라는게 끝없는 만족을 추구하자면 정점이 없는지라. 적당히 타협해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렇게 형편없나요?


  1. 46분이라 중편과 단편의 줄타기를 하죠.  ↩

  2. 포스터 주냐고 물어본 건 사실 문의기도 하지만 ‘그간 괴롭혔으니 관객으로 돈주고 보러간다’ 라는 문안인사이기도 했어요. 관객선물이니까요.  ↩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만나다@Pifan 2013

아마 올해 있었던 일 중에서 가장 설레는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제 17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PiFan)에 있었던 언어의 정원 상영회[1]에 갔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는데 그 중에서 감독에 의해서 선택된 사진[2]만을 몇 장 고르자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인터뷰 중 질문에 답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회와 대화하는 감독 사회자와 대화하는 신카이 감독,

그리고 운이 좋게 작품에 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는데요. 사실 사인을 받을 수 있는지도 질문에 포함이 되어 있었고, 사인을 받을 만반의 태세를 하고 갔습니다만 ’사인회가 아니므로 사인은 혹시 부천 어딘가에서 만나게 되거든 따로 부탁 해주십시오’라고 해서 낙담했으나 나중에 질문자에게 따로 친필 사인이 포함된 기념품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질문하신 분 앞으로 나와서 받아주세요, 하기에 거의 탄환 수준으로 나가서 악수와 함께, 전달 받았습니다. 와아~

타이세이 건설 클리어 파일 앞면

2013-07-24 00.05.22

며칠 전에 터키의 보스포러스 해협 터널이 완공되었다고 하죠. 이 보스포러스 해협 터널을 건설한 회사가 바로 타이세이 건설입니다. 이 회사의 광고를 만들었었습니다. 그 겸해서 만든 감독이 직접 새로 그린 오리지널(描き下ろし) 클리어 파일이네요. 에, 그 안에는

2013-07-24 00.02.55 영화의 한 장면을 잉크셋 인쇄 한 다음에 친필 사인을 한 뒤 번지지 않도록 종이를 덧댔더라구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팬으로써는 가까이에서 만나, 사진도 잔뜩 찍어, 악수도 해, 마지막에 파하기 전에 같이 사진도 찍어[3] [4], 정말 행복이 넘치는 시간이 아닐수가 없었던것 같습니다요. 모든 것이 파하고도 한 삼십분은 뭐라도 취한것 마냥 헤벌레 했답니다.

그 이후로 영화제라던가 그런거 다 떨어진거 보니까 올해 쓸 이쪽 운은 다 한것 같습니다 -_-


  1. 19일 저녁과 20일 낮, 두 차례 있었죠, 그 중 2013/7/19 20:00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
  2. 꽤 많이 찍었고 그 중 괜찮아 보이는 것을 트위터를 통해 감독에게 멘션으로 보냈고 몇 장의 사진 중에서 본인이 직접 리트윗 했습니다.  ↩
  3. 전술 했다시피 20시 상영이라 후속 상영이 없었습니다. 질문하시는 분들도 수준 높은 질문을 했고, 감독도 성실히 대답해 주셨기 때문에 스크리닝 토크도 예정 이상으로 길어졌고, 시간 제약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남은 몇몇이 서로 모여서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른 상영이 후속 상영에 쫓겨서 서둘러 끝난것에 비하면 매우 여유롭게 공식적인 시간만 제 기억으로는 40분 넘게 보낸 것 같습니다. 거의 본편에 육박했던 것 같은. 아무튼 다 끝내고 돌아가면서 영화제 팜플렛을 구하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다 철수하면서 회수해 버리는 바람에 암것도 없고 문 닫을 경비원만 남아있는 상황.  ↩
  4. 헌데 그 사진을 구하는데 정말 고생했죠. 처음에 누가 사진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몰라서 고생했고, 알아보니 언어의 정원 수입사가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그 연락처를 구하는데 애를 먹어서… 덕분에 한동안은 그 수입사 대표님과 무슨 진한 인연을 맺은 듯 했답니다. 참고로 그때 역정에 관해서는 이 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혹시 7/19일에 같이 사진 찍으신 분 중에서 설마 아직도 사진 못 구하신 분 계시다면 연락 주시면 드리겠습니다. 근데 단체 사진이라는게 그렇듯이 그 사진에 모두가 잘 나왔다고 할 수 없어서 유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