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스게이트 극장판 자막과 수입사 에이원엔터테인먼트의 추억

슈타인스게이트 극장판 수입사가 에이원엔터테인먼트군요. 음 벌써 개봉했나요? 자막에 대한 얘기가 나오네요. 얘기가 길어지니 블로그에 써봅니다. 언어의 정원이란 애니메이션을 아실겁니다. 올해 개봉한 아실 분은 아시고 모르실 분은 모르실 신카이 마코토의 중단편[1] 애니메이션입니다.

그 애니메이션의 수입사도 같은 회사였습니다. 음 나름 공을 들였어요. 부천국제영화제에 맞춰서 감독 방한시에도 참여했고 전작 몰아 상영회도 하고 추첨해서 감독한테 사인받아서 상품도 나눠주고 등등. 관람객 전원에게 선물로 한국판, 일본판 포스터(이거 일본에선 일반 개인에겐 파는 물건이었습니다)도 주고 특성에 맞춰 흥행을 잘했고 통합전산망 첫주 흥행 차트 10위라는 나름 ’기록’을 세웠습니다.

뭐 좌우간 이 영화와 수입사와 하고 싶은 말은 이런게 아닌데. 이 영화의 자막도 사실 영어를 중역한 것이었죠. 그래서 욕을 먹었습니다. 제가 블루레이-이미 팔고 있었으니까요-와 아이튠스 배포-개봉 당일 자정에 배포했으니까요-로 스무번도 넘게 본 상황이라 ‘아. 내가 우리말로 옮겨주랴.’ 싶은 때도 있었습니다. 영화제를 포함해 두번 봤는데 마지막은 그냥 큰 스크린으로 그림보고 큰 스피커로 음악 듣는데 의미를 두고 자막은 무시하고 갔습니다. 하도 많이봐서. ㅡㅡ;

이쯤 되면 또 뭐 할 말이 있냐?! 라고 하시겠지만 사실 또 있습니다. 이게 아주 흥미진진해요. 앞서서 부천국제영화제를 언급했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모든 상영에 왔었거든요. 개중에서 한 상영에 밤 늦게 하는 바람에 시간이 너 남아 돌아서 감독도 관객들도 한시간 가까이(이게 거의 불가능하다는거 아실겁니다) 수다를 떨고 각종 행사를 하니 한시간을 넘기고 소위 뒷풀이로 감독과 함께 한데 모여서 단체 사진까지 찍었어요. 제가 신카이 감독한테 사인받고 기념품 받고 악수하고 들떠서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 “공식홈페이지에 올릴거에요”라고 하고 그걸 흘려듣고 해산한게 불찰이었습니다. 일단 영화제 홈페이지엔 올라와 있지 않지 그렇다고 영화 홈페이지엔 올라올 구석이 전혀 없지. 영화제 사람인줄 알았는데 보니까 영화제 사람은 나중에 보니 경비빼고 다 해산. 그 사람이 누군지는 끝내 모르지만 아주 어렵게 수소문 끝에 나중에 에이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그 사람한테 사진을 구해서 저한테 사진을 주게 됩니다.

에, 에이원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사진을? 이라고 하실텐데. 네. 일단 회사에 전화를 걸면 대표가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처음에 사진의 행방을 찾아 영화제 사무국을 찾아서도 없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홈페이지에도 없고 114에도 없어서 마지막 보루다 싶어 영화심의인가 수입한 내역을 등록하는 곳에 등재된 번호를 찾아서 걸어서 사진이 있는지 물었을때도. ( 처음엔 놀라시더군요 나중엔 질리시지만) 사진을 업로드 부탁할때도 웹에 올라간 사진이 플래시라 원본을 부탁할때도. 모든 극장에서 포스터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볼때도. 포스터를 한 장 주는데 두 장 주는게 맞는지. 참 질긴 인연이었습니다. 나중엔 번홀 바꿔도 절 알아보시더군요(당연하죠) 오죽하면 제 휴대폰엔 아직도 번호 저장되어 있습니다. 어떤 연으로 대표님 다시 뵐지 압니까.

해서 받아온 사진이 있습니다. 그때 사진 찍은 사람중에 얼마나 이 사진을 받았을지 정말로 의문입니다. 이 험난한 퀘스트를 뚫고 집요하게 작은 회사의 대표를 괴롭히며 말이죠. 죄송합니다. 열혈 팬으로 어떻게서든 그 사진을 가졌어야 했어요 ㅠㅠ[2]

그쯤 되다보니 자막에 대해 약간의 연민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혼자서 관객의 민원까지 처리하잖습니까. 여직원 한명도 없이. 뭐 돈을 받았으면 제대로 된 퀄리티를 내야겠지만 이 바닥이라는게 끝없는 만족을 추구하자면 정점이 없는지라. 적당히 타협해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렇게 형편없나요?


  1. 46분이라 중편과 단편의 줄타기를 하죠.  ↩

  2. 포스터 주냐고 물어본 건 사실 문의기도 하지만 ‘그간 괴롭혔으니 관객으로 돈주고 보러간다’ 라는 문안인사이기도 했어요. 관객선물이니까요.  ↩